아! 큰스님 사자후를 하소서-<동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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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큰스님 사자후를 하소서-<동산 스님>
  • /제주불교
  • 승인 2012.11.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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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에게는 참으로 많은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초기불교가 중인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인도 전역에 보급되고, 나중에는 국경을 넘어 세계 각지에 전파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이라도 전도하는 사람이 없으면 알지 못합니다. 그런 뜻에서 나는 부처님에게 훌륭한 제자들이 많았던 것이 더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제자는 보통 1천2백50명으로 일컬어집니다. 《금강경》을 비롯한 많은 경전에는 자주 ‘대비구 1천2백50명과 함께 있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부처님의 제자는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지만 ‘1천2백50명’이라고 하는 숫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까닭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포교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종교를 믿던 사람들이 집단으로 개종을 해 와서 당시 인도종교계를 석권했습니다. 즉 배화교를 믿던 가섭 3형제가 1천 명을 데리고 개종한 데다가 사리불과 목건련이 이끄는 외도 수행자 산자야의 제자 250명이 개종을 해 오자 그 숫자는 일시에 1천2백50명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당시 인도의 종교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전에는 항간에서 말하는 1천2백50명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최초 제자는 녹야원에서 교화를 받은 교진여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최초로 아라한이 된 사람입니다. 이 자리에는 다섯 사람의 제자들이 같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성자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오비구(五比丘)’라고 부릅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는 수발타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나이가 120살이었다고 합니다. 수발타는 부처님이 구시라국 쌍림에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설법을 듣고 제자가 됐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설법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특히 뛰어났던 사람을 ‘10대 제자’라고 합니다. 이들은 각기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이름 앞에는 그 특징이 붙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들이 어떻게 10대 제자로 선정됐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십대제자는 부처님이 직접 선정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녹야원에서 초전법륜을 들으며 제자가 됐던 교진여의 이름이 보이지 않고 비교적 늦게 출가한 라훌라나, 대승사상의 핵심인 공사상(空思想)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수보리가 선정된 것을 보면 부처님이 돌아가신 지 한참 뒤에 선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튼 10대 제자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혜제일은 사리불(舍利佛) 존자입니다. 사리불은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았으며, 인도의 정통사상인 바라문교에 반대하여 새로운 우주관을 내세웠던 사자야의 제자였습니다. 어느 날 그는 길거리에서 부처님의 제자에게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생기고 인연에 의해 소멸한다’는 설법을 듣고 친구인 목건련과 함께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사리불존자는 부처님을 대신해 설법을 할 만큼 뛰어난 지혜를 갖춘 분입니다.

신통제일은 목건련(目犍連) 존자입니다. 목건련은 사리불의 친구로서 산자야의 제자 250명과 함께 불교에 귀의한 뒤 여러 곳에서 많은 교화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는 신통력 즉, 기적을 행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나 만년에는 그를 미워하고 시기하였던 박해자의 손에 의해 순교했습니다. 목건련은 특히 효심이 뛰어나서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자비심과 신통력으로 구제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두타제일은 마하가섭 존자입니다. 두타행(頭陀行)이란 검소한 생활을 말하는데 그는 매우 엄격하게 이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마하가섭은 부처님 제자 중에 배화교를 섬기던 가섭 3형제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가섭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교단을 지도하는 위치에 섰으며 아난존자와 함께 최초로 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한 사람입니다. 선종(禪宗)에서는 부처님이 꽃을 드니 혼자 그 뜻을 알고 웃었다는 염화미소의 주인공이며 부처님의 마음을 전해받은 인물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다문제일은 아난 존자입니다. 아난 존자는 부처님의 이복동생으로 설법을 가장 많이 듣고 기억력도 뛰어나 다문(多聞)제일로 칭송을 받았습니다. 천성적으로 총명하고 다정다감해 출가 이후 줄곧 부처님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여성이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도록 부처님의 허락을 받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또 부처님께서 열반한 직후에는 마하가섭과 더불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리하는데 뛰어난 활약을 했습니다.

천안제일은 아나율 존자입니다. 그는 한 때 게으름을 피우다가 부처님의 꾸중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다가 눈이 멀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천안을 얻어 보지 않고도 모든 일을 다 알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가 시각장애자가 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해 옷을 꿰매준 일도 있었습니다. 그는 또한 혈연적으로는 부처님의 친척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해공제일은 수보리 존자입니다. 해공(解空)이란 글자 그대로 일체제법이 모두 공했다는 이치를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그가 이런 명칭을 얻게 된 것은 공사상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는 유명한 대승경전 《금강경》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경전에서 시종 부처님에게 일체개공의 이치에 관해 부처님과 문답을 나눔으로써 후세 불교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고 있습니다.

설법제일은 부루나 존자입니다. 그는 생년월일이 부처님과 똑같았다고 합니다. 그는 설법능력이 매우 뛰어나 부처님 당시 전도활동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특히 말년에는 불법을 믿지 않는 외도를 교화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수루나 지방으로 가서 교화활동을 펼쳐 5백여 명을 교화했으나 흉폭한 자들의 박해를 받아 순교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법을 펴다 죽은 것을 영광으로 알고 기쁘게 죽어갔다고 합니다.

논의 제일은 가전연 존자입니다. 논의(論議)를 잘한다는 것은 토론의 명수라는 뜻입니다. 그는 서북인도 출신으로 피부색이 검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매우 뛰어난 지성을 갖춘 인물이어서 당시의 바라문이나 이론가들과 자주 토론을 벌여 그들을 설복시켰습니다. 10대 제자 중에서도 비교적 출가시기가 늦은 그는 고향인 서북인도 지방 개교(開敎)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지계제일은 우바리 존자입니다. 그는 원래 부처님의 고향인 가비라성의 이발사였으나 부처님이 고향에 돌아와 설법하는 것을 듣고 출가하여 제자가 됐습니다. 이때 가비라성의 귀족자제들도 출가를 했는데 우바리보다 며칠 늦었습니다. 그들은 과거 자기의 하인이었던 우바리에게 선배의 예를 하지 않으려고 주저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들을 꾸짖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교단의 평등함을 보여 준 유명한 사건입니다.

밀행제일은 라후라 존자입니다. 그는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에 낳았던 친아들로서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사리불을 스승으로 삼아 수행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 라후라처럼 20세가 안 된 청소년이 출가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부처님은 이들이 지키는 특별계인 사미계를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밀행이란 숨어서 하는 선행이라는 말인데 라후라는 온갖 욕된 일을 잘 참고 착한 일을 하는데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고 전합니다. ‘

이들 제자 가운데 뒷날 부처님의 좌우보처로 선정된 사람은 가섭존자와 아난존자입니다. 후불탱화에는 늙은 가섭존자와 젊은 아난존자가 등장합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경전을 결집할 때 가섭존자가 요즘말로 대회장이 되고 아난존자가 집행위원장 노릇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런가 하면 부처님의 제자를 5백 아라한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많은 제자들이 있지만 성위에 오른 사람은 겨우 500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라한은 보통 나한(羅漢)이라고도 부르는데 번역하면 응공(應供), 즉 공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성자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제자 가운데는 반역자도 있었습니다. 마치 예수에게 유다가 있었던 것처럼 부처님에게는 데바달타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처음에는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교만해져서 부처님을 배반하고 시해하려는 음모까지 꾸몄습니다. 경전에 의하면 그는 부처님을 시해하려고 하다가 땅이 갈라지면서 산 채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여튼 불교는 부처님의 제자들에 의해 나중에 더 널리 세계적으로 전파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부처님 당시 제자들이 어떻게 부처님을 시봉하고 가르침을 실천했는지를 유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10대 제자의 장점 가운데 자기와 맞는 것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것을 모범으로 삼아 열심히 닦아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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