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제주불교연합회․화쟁위원회 용왕대재 평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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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제주불교연합회․화쟁위원회 용왕대재 평가회
  • /정리=이병철 기자
  • 승인 2013.01.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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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과 제주불교연합회, 강정마을주민들이 주최한 강정의 안녕과 희망을 위한 마을용왕대재가 지난달 13일 강정포구에서 개최됐다.

이날 지난 5년간 해군기지문제로 상처입은 강정마을이 예전처럼 다시 회복되길 바라는 불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전달된 가운데 마을용왕대재에 관련한 평가회가 지난 10일 제주시 용담동 홍법정사에서 마련됐다.

이날 제주불교연합회장 성효 스님을 비롯해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강정 주민 등이 참석한 평가회에서 참석자들은 “용왕대재의 성과는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 취지에 맞게 풀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며 “이런 맥을 잘 짚어 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보듬는다면 한국의 대립적인 고통을 치유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평가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주>



   
 
   
 
▲김정민(강정마을 노인회장)

외부의 시각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대와 찬성만 있는 줄 안다. 사실은 중립인 사람들도 있다. 물론 찬성은 일부 소수이고 반대가 대부분이다. 찬성하는 사람들도 환경파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외부에서도 이런 부분을 바르게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선 용왕대재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처음 반대 측 사람들이 “찬성 측인 ‘해녀’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냐”라며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용왕대재를 본 반대 측 사람들이 감동을 받으면서 “바로 이거구나”라고 탄성이 쏟아졌다. 종교는 이쪽저쪽 기울기보다 중도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불교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의미를 바로 알게 됐다. 남의 말만 듣고 먼저 판단하기보다 우리가 직접 참여를 통해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김봉규(강정마을 주민)

불교계의 ‘용왕대재’ 이전에는 모든 해군기지 관련 행사가 ‘찬성’ 아니면 ‘반대’로 극단적으로 나눴다. 중도에서 찬성과 반대를 떠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행사는 아무도 없었다. 5년 만에 처음 불교계가 접근을 시도했다. 물론 처음에는 양쪽의 모두 반감을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불교계가 가야할 길을 처음 걸었고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정마을 뿐 아니라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어떻게 진로를 잡고 가야하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김정민(강정마을 노인회장)

강정마을의 상징인 ‘솔대’가 잘려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솔대의 역사는 강정마을의 설촌이래 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다. 솔대가 잘려나간 후 강정기지 문제가 발생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스님과 불자들이 솔대를 다시 세울 때 ‘불공’을 부탁하고 싶다. 솔대를 바로 세우면서 불공을 하면 나쁜 기운을 다시 막아줄 것이라 믿는다.

솔대는 강정초등학교 인근에는 있는데, 오래전에 소에 병이 자주 발생하자 원인을 마을 앞에 있는 ‘범섬’의 나쁜 기운 때문이라고 하여 주민들이 한라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50미터 간격의 삼각형으로 ‘솔대’를 세워 바깥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았다.

▲백승권(조계종 화쟁위 사무국장)

조계종단에서는 이번 ‘용왕대재’에 대한 평가로 제주지역 현안을 제주불교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원만하게 행사를 마무리 했다고 평가했다. 행사를 추진하기 앞서 주민들의 오해와 감귤철 등으로 인해 참여 저조했지만 화쟁사상을 강정마을에 접목한 좋은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제주불교연합회와 화쟁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조계종단 차원에서도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

이번 행사의 의미를 크게 3가지로 나눠보고자 한다.

첫째, ‘용왕대재’는 제주불교가 주체적으로 지역문제를 풀기 위해 마음을 모았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둘째, 지금까지 찬․반의 갈등으로 인해 강정마을의 공동체가 파괴됐다. 하지만 해군기지 이전처럼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불교계의 공식적인 입장을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그동안 불교계의 움직임에 모든 이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용왕대재’ 같은 행사가 꼭 필요한 행사란 인식을 심어줬다. 냉정하게 보면 훨씬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이미 깊게 패인 상처인데 세밀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 상황이 불가피했지만 그 여력이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강정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이번 용왕대재의 성과는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 취지에 맞게 풀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런 맥을 잘 짚어서 화합을 보듬는다면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이 선다.

지금 전국에는 쌍용차 문제를 비롯해 불신이 팽배하게 벌어지고 있다. 강정마을이 불교계의 노력으로 잘 풀린다면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진정 한국의 고통을 치유하는 모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제주불교계가 강정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면, 한국불교가 선구자적인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다. 화쟁위와 조계종단에서도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

▲현오 스님((재)일붕선교종 제주교구 종무원장)

어떤 분이 “강정이 지금처럼 상처가 나기 전에 불교계가 나서야 하는데 시기가 늦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해군기지 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서로에게 덧난 상처가 아물려면 오랜 시간일 걸릴 것이다. 용왕대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제주불교연합회가 앞으로 잘 엮어나가면 아름답게 회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화 스님(태고종 제주교구 총무국장)

그동안 제주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보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이번 용왕대재를 통해 강정마을의 행군기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판단이 설 수 있었다. 진정 강정의 아픔을 마음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강정 뿐 아니라 제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불교계가 적극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

▲혜전 스님(전국비구니회 제주지회장)

해군기지 문제를 이분법적, 정치적인 면만으로 봤는데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주민들의 아픔을 조금은 치유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다.

▲성효 스님(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주지)

타 종교가 극단적으로 나서면서 불교계의 자리가 없었다. 불교계가 강정마을에 접근한다는 자체가 총체적으로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제주불교연합회서도 조계종단과 언제가 가장 적합한지 타진했다. 국가와 제주도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에 산재한 문제들과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개인적인 시각은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안목을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봐야 한다.

▲김정민 강정마을 노인회장

강정마을 주민들은 힘이 없다. 정부와 제주도가 자세한 설명이라도 해 주었으면 억울함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주민들이 납득이 되는 설명은 없고 자신들의 주장만 한다.

현재 강정마을 토지 8만평이 강제수용 당했다. 앞으로도 12만평이 더 강제수용 당한다. 땅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뺏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토지 수용이 주민들에게 소득증대가 아니냐”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로 가서 살란 말인가.

강정마을 주민들이 70%가 부처님오신날 사찰에 가서 등불을 켠다. 스님들이 더욱 강정주민들을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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