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법문-일면 스님<조계종 호계원장․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상태바
지상법문-일면 스님<조계종 호계원장․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 /정리=이병철 기자
  • 승인 2013.03.27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절한 기도는 생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주시 오등동 오등선원(주지 제용 스님) 개원 4주년 기념법회 및 생명나눔제주지역본부장 이․취임식이 지난달 23일 대웅전에서 봉행됐다.

이날 초청법사 일면 스님은 법문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 몸을 잘 관리해서 하다가 죽을 때 마지막에 보시하는 것이 몸”이라며 “마음을 크게 가지고 오유지족(吾唯知足)을 느낄 때가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주>



   
 
   
 
오늘은 생명나눔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해인사에 공부를 했는데 다른 스님들보다 우람한 체격에 키도 컸습니다. 해인사 강원 졸업하고 일본의 불교를 배워야겠다 싶어 일본에 유학을 떠나게 됐습니다. 한국의 스님들은 수행은 잘하지만 사업은 일본불교보다 못한 게 사실입니다.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사찰 운영의 행정 등을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일본 유학을 갔다 왔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피곤했습니다. 주변에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권했습니다. 서울대에서 간에 유명한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 때가 1982년도 이었습니다. 그때는 젊은지라 간경화가 의심된다고 했지만 병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활동을 했습니다.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간이 점차 나빠졌습니다. 지난 1993년 병원에 입원하니 의사의 말이 “다른 처방은 없고, 간이식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간 이식 신청을 하고 기다렸지만 참으로 망막했습니다.

당시 간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 달에 10여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식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1년 여 동안 수차례 입원을 반복했고, 거의 포기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부처님에게 매달려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정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발심수행장》에는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차갑더라도 따뜻한 것 구하는 생각이 없어야 하며 주린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더라도 밥 구하는 생각을 갖지 말지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지난 1999년도 부처님에게 마지막으로 기도를 하게 되는데 “기도할 때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1959년 절에 들어왔는데 제가 부처님에게 시봉을 잘하든, 못하든 조금 잘못했으면 봐 주시기도 했습니다. 부처님이 저를 살려주면 부처님 일을 생명 걸고 하겠습니다.”라고 부처님께 애원했고, 마지막 되는 날 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축원 했습니다. 우리 부모, 도반 등 위패를 써 놓고 천도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간이식자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저는 의사에게 “간 이식을 하되 생체이식은 하지 않겠다. 뇌사자를 하겠다”고 밝혀 왔었습니다. 남에게 고통 주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22살 먹은 이름도 성도 모르는 뇌사자의 간을 이식 받았습니다. 20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호흡이 끊어졌다 붙었다 했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인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기도 원력으로 저 역시 새생명 얻어


생명나눔본부 장기이식 통해 새생명 살리는일




1명의 건강한 뇌사자 9명의 새생명 살려내


불자들 생명방생의 의미를 갖고 동참 바람


중환자실에서 도반 스님이 오셔서 천수경을 독경하는 등 늦은 밤까지 염불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스님이 가고 4일 후에야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습니다. 하도 궁금해서 의사한테 물어봤습니다. “누가 돌아가셨기에 여기서 염불을 하셨냐”고 묻자 “의사는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안실에서 염불을 해도 중환자실까지는 들리지 않는 거리였습니다. 제가 한달 만에 퇴원해서 그 스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있는 병원에 시달림 왔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도반스님 왈 “그때 인도성지순례 기간이었는데 부처님 열반지인 쿠시나가르에서 일면 스님이 큰 수술이 완쾌되길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를 했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기도 원력이 모여 제가 새생명을 얻은 것입니다. 내 기도든, 남의 기도든 간절한 기도는 생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 수술비용이 7천 2백만원 들었습니다. 10여년 동안 입원비와 약값 등을 합치면 한 5억 정도 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좋은 일도 많이 하지만 우리가 번뇌로 인해 많은 업을 짓습니다. 부처님 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면 삼독(三毒)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 3가지는 저를 포함해 모든 중생들이 다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인식작용하는 육식(六識) 즉,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는 세계의 참된 본성을 보지 못하고 고통과 쾌락이 엇갈리는 가짜 세상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 게 합니다.

불교에서 육도윤회의 주최는 업입니다. 우리가 짓는 현재의 업을 통해 다음 생에 받는 삶이 보입니다.

제가 간이식을 통해 새생명을 얻었기 때문에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소임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내년이면 20주년입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하는 일은 장기기증 서약을 받는 일입니다. 뇌사자가 됐을 경우, 자연스럽게 얼마 시간이 지난 후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기를 남에게 줌으로써 새생명을 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저가 22살 청년의 장기를 받아 새생명을 얻은 것처럼 말입니다. 생명나눔은 부모님에게 몸을 받아서 잘 관리를 하는 것이 첫째이고, 그러다가 뇌사자가 되면 장기를 남에게 주는 것입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간을 이식 받았지만 이름과 성도 모릅니다. 사찰에 가면 기왓장을 쓸 때면 그 사람을 부르며 “선재여, 선재여”라고 꼭 씁니다.

제일 건강한 뇌사자는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신 모씨라는 32살의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죽음을 맞아 제가 장기를 기증하라고 부모님께 제의하자 그 부모님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노발대발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끝까지 설득해 9명의 생명을 살려냈습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장기이식 이외에도 조혈모세포 이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혈액을 3CC정도 뽑으면 그 안에 DNA를 정밀 조사해서 누구든지 소아암과 백혈병이 걸리면 그에 맞는 조혈모를 이식해서 건강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혈모는 우리나라에서 부모는 0.5%, 형제는 20% 정도 맞는다고 합니다. 친척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조혈모가 맞을 경우는 몇 십만 분의 1이라고 합니다.

생명나눔 실천본부에 혈액을 저장해 주시거나 장기기증을 서약해 주시면 본인이 사후에 장기를 남에게 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인이 서약했다고 바로 남에게 장기 이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장기를 이식하려면 본인 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장기기증에 대한 바른 인식을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이식수술은 한해 약 2~3천 건 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장기이식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대기중인 환자 수도 매년 2천 명 넘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누적 수 2만 명에 이르렀는데,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수술을 받기까지 평균 2~3년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도 한 해 천 명이 넘습니다.

장기기증의 중요성은 많이 알려졌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습니다. 또 기증의 의미에 대한 바른 이해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정식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장기기증 서약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제주불자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타 종교는 장기기증 서약을 한 번에 몇 천명 했습니다. 하지만 불자들은 아직도 장기서약에는 좀 서툰 것이 사실입니다. 좀 더 불자들이 적극적으로 생명 방생의 의미를 갖고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번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보살님이 각막이식을 하고 5천 만원을 보내왔습니다. 주변의 각막 치료를 하는 분들을 위해 써 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이 같은 사례가 있으면 제용 스님에게 연락주시면 연결해 드립니다.

《본생경》에 토끼가 행한 보시행에 관한 일화가 나타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토끼로 태어나 수달, 들개, 원숭이와 함께 숲 속에서 살았습니다. 토끼는 계율과 보살, 보시의 공덕에 대해 동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느 날 토끼는 친구들에게 “계를 지키고 보시를 행하면 좋은 과보가 있을 것이다. 걸식하는 비구 스님이 찾아오면 음식을 꺼내어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라”고 당부했습니다. 토끼의 말을 들은 다른 동물들은 저마다 음식을 준비했지만 토끼는 공양 올릴 음식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공양 올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토끼는 다짐한 대로 자신의 몸을 보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땔감을 주워 모아서 불을 피우자 토끼는 그 불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석천이 만든 불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토끼는 전혀 화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제석천은 진심으로 시주하려는 마음을 지닌 토끼를 칭찬하고 달에 토끼 모습을 그려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귀감으로 삼도록 했습니다.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몸을 잘 관리해서 하다가 죽을 때 마지막에 보시하는 것입니다.

극락세계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병원 가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법문을 들으러 오신 것만 해도 행복한 것입니다. 마음을 크게 가지고 오유지족(吾唯知足)을 느낄 때가 가장 큰 행복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