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蘊] 경 (SN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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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蘊] 경 (SN22:48)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04.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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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거기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라고 비구들을 부르셨다. “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비구들이여, 다섯 가지 취착의 무더기[五蘊]와 취착의 대상이 되는 다섯 가지 무더기[五取蘊]를 설하리라. 이제 그것을 들어라. 듣고 마음에 잘 새겨라, 나는 설할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다섯 가지 무더기인가? 비구들이여, 그것이 어떠한 물질이건 - 그것이 과거의 것이건 미래의 것이건 현재의 것이건 안의 것이건 밖의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저열하건 수승하건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 이를 일러 물질의 무더기[色蘊]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느낌이건 … 이를 일러 느낌의 무더기[受蘊]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인식이건 … 이를 일러 인식의 무더기[想蘊]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심리현상이건 … 이를 일러 심리현상의 무더기[行蘊]이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알음알이[識]이건 … 이를 일러 알음알이의 무더기[識薀]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다섯 가지 무더기라 한다.“

4.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취착의 대상이 되는 다섯 가지 무더기인가? 비구들이여, 그것이 어떠한 물질이건 - 그것이 과거의 것이건 미래의 것이건 현재의 것이건 안의 것이건 밖의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저열하건 수승하건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 번뇌와 함께 하고 취착되기 마련인 것을 일러 취착의 대상이 되는 물질의 무더기[色取蘊]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느낌이건 … 이를 일러 느낌의 무더기[受取蘊]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인식이건 … 이를 일러 인식의 무더기[想取蘊]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심리현상이건 … 이를 일러 심리현상의 무더기[行取蘊]이라 한다. 그것이 어떠한 알음알이[識]이건 … 이를 일러 알음알이의 무더기[識取薀]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취착이 대상이 되는 다섯 가지 무더기라 한다.“



《해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세상 사람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인습적 표현을 써서 사물의 명칭을 붙여왔습니다. 이를 개념이라 합니다. 예컨대 흙 그릇은 흙덩이의 결함으로 형상화된 모양을 근거로 사람들이 그런 명칭을 붙인 것이기에 이를 두고 인습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한편, 궁극적 또는 본질적 관점에서 ‘흙만 있고 그릇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씀은 진리의 시각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나라는 개념적 존재를 ‘오온(五蘊)’으로 해체해서 보고, ‘나’라는 존재는 몸[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蘊, Khandha]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을 뿐이라고 설하셨습니다.

■‘이 오온(五蘊)이 나이고, 나의 자아이고, 나의 것이다’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오취온(五取蘊)입니다. 무명(無明)과 갈애가 그 취착의 뿌리입니다. 오온(五蘊)은 연기에 의해 생멸하고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라서 거기에는 견고하고 지속하는 실재다운 성질을 띤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데[諸法無我], 어리석은 범부들은 이를 알고 보지 못해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나’란 존재를 이렇게 해체해서 통찰하시는 까닭은, 이 다섯 가지 법수들의 고유한 특성[自相]인 ‘무상함’을 꿰뚫어 봄으로써 오온의 무아(無我), 즉 비어있음[空]을 깨닫도록 하여 유신견(有身見, 불변하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견해)을 극복케 함에 있다고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온의 상호의존성에 대하여, 색온은 음식을 담은 그릇과 같고, 수온은 밥과 같고, 상온은 반찬과 같고, 행온은 행하고 형성시키기 때문에 조리하고 시중드는 사람과 같고, 식온은 먹고 마시는 사람과 같다고 비유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마치 밥을 먹을 때 좋은 반찬을 원하는 것처럼 여섯 감관을 통해 대상을 지각하고 즐거움을 느낄 때 탐욕의 성향을 밖으로 나타내고, 또 괴로움을 느낄 때 적의의 성향을 드러내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신업·구업·의업의 삼업(三業)을 짓고 있습니다. 우리가 통상 마음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대상을 안다, 또는 식별한다는 뜻에서 알음알이[識]이고, 마음이 세상을 이끌고 있다는 말에서 그 마음이라 함은 마음 작용, 즉 느낌의 무더기, 인식(지각)의 무더기, 심리현상(의도)의 무더기를 일컫습니다.

■물질은 변형(變形)됩니다. 변형은 형태나 모양이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물질만의 특징입니다. 이와 달리 느낌, 인식, 심리현상들, 알음알이와 같은 정신의 무더기들은 변화는 있으나 변형은 없습니다. 이 정신적 무더기들은 존재의 삼법인인 무상·고·무아라는 보편적 특징[共相]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온은 궁극적 지혜가 머무는 대상(법)이므로 깨달음의 편에 있는 첫 번째 화두라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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