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히땃사 경 (AN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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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히땃사 경 (AN4:45)
  • /제주불교
  • 승인 2013.04.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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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한 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때 천신 로히땃사가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온 제따 숲을 환하게밝히고서 세존께 다가왔다. 다가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섰다. 한 곁에 서서 천신 로히땃사는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고 떨어짐도 없고 생겨남도 없는 그런 세상의 끝을 발로 걸어가서 알고 보고 도달할 수 있습니까?”

“도반이여, 참으로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고 떨어짐도 없고 생겨남도 없는 그런 세상의 끝을 발로 걸어가서 알고보고 도달할 수 있다고 나는 말하지 않는다.”

2. “세존께서는 ‘도반이여, 참으로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고 떨어짐도 없고 생겨남도 없는 그런 세상의 끝을 발로 걸어가서 알고보고 도달할 수 있다고 나는 말하지 않는다.’라고 이러한 금언을 말씀하시니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놀랍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 로히땃사라고 불리는 선인(仙人)이었습니다. 저는 보자라는 사람의 아들이었는데, 신통을 가져서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빨라서 마치 능숙한 궁수가 훈련을 통해서 능숙하고 숙련되어 가벼운 화살로 힘들이지 않고 야자나무의 그늘을 가로질러 신속하게 쏘는 것과 같았으며, 저는 걸음걸이가 커서 동쪽의 바다에서 서쪽의 바다를 한 걸음으로 걷는 것과 같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속력을 갖추었고 이러한 큰 걸음걸이를 가졌기에 ‘나는 걸어서 세상의 끝에 도달하리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제겐 아직 백년의 수명이 남아있어 먹고 마시고 씹고 맛보는 것을 제외하고 대소변보는 것을 제외하고 수면과 피로를 제거하는 것을 제외하고 백년을 살면서 계속해서 걸었지만 세상의 끝에는 이르지 못하고 도중에 죽고 말았습니다.“

3. “도반이여, 참으로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고 떨어짐도 없고 생겨남도 없는 그런 세상의 끝을 발로 걸어가서 알고보고 도달할 수 있다고 나는 말하지 않는다. 도반이여, 그러나 나는 세상의 끝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괴로움을 끝냈다고 말하지 않는다. 도반이여, 나는 인식과 마음을 더불어 이 한 길 몸뚱이 안에서 세상과 세상의 일어남과 세상의 소멸과 세상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을 천명하노라.”



《해설》

• 천신 로히땃사가 말하는 세상(loka)이란 형성된 세상, 중생세간을 뜻하며 일체의 유위법(有爲法)을 총칭합니다. 존재의 세계는 형성된 것이므로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섭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세존께서 형성된 세상의 끝에 대해서 말씀하신 뜻은 고(苦)의 소멸, 즉 열반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신 “인식[想]과 마음[識]을 더불어 이 한 길 몸뚱이[色]”라는 뜻은 바로 나를 구성하는 몸과 마음, 정신과 물질, 불교적 표현으로 오온(五蘊)을 의미합니다. 이 오온 속에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있고(苦聖諦), 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진리(滅聖諦)가 있으니 다른 곳에서 도를 구하지 말라고 로히땃사 천신에게 당부하셨습니다.

• ‘이 오온(五蘊)이 나이고, 나의 자아이고, 나의 것이다’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오취온(五取蘊)입니다. 무명(無明)과 갈애가 그 취착의 뿌리입니다. 오온(五蘊)은 연기에 의해 생멸하고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라서 거기에는 견고하고 지속하는 실재다운 성질을 띤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데[諸法無我], 어리석은 범부들은 이 오온을 자기 자신을 알고 꽉 붙잡고 있기 때문에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파하였습니다.

• 그래서 세존의 가르침에 따르면 고(苦)는 오온(五蘊)과 하나이고 별개의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존재에 대한 취착 또는 갈애가 남아있는 한 이생에서 다음 생으로 옮겨가야 하고, 그 취착의 자양분은 나란 존재[五蘊]을 꽉 붙잡고 있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표현되는 삼독심(三毒心)이라는 것입니다.

• 몸이 무너져 죽으면 오온이 흩어지나 업력(과보심)에 의해 생명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게 되면 다시 오취온(五取蘊)으로 전이되어 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 초기경전의 주석서에 의하면 우리가 개념적으로 나[自我]라고 부르는 생명존재는 해체하여 보면 오온의 다발, 무더기에 불과하고 그 오온을 뭉치게 하는 원인과 조건은 탐진치 삼독심에 있다고 봅니다. 이 삼독심이 꺼진 상태가 니르바나, 즉 열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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