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름 경 (SN 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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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름 경 (SN 35:28)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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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비구 승가와 함께 가야에서 가야시사에 머무셨다.

2. 거기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라고 부르셨다. “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1. “비구들이여, 일체가 불타오르고 있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일체가 불타오르고 있는가? 눈은 불타오르고 있다. 형색은 불타오르고 있다. 눈의 알음알이[眼識]은 불타오르고 있다. 눈의 감각접촉은 불타오르고 있다. 눈의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느낌은 불타오르고 있다. (… 귀의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 코의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 혀의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 마노의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느낌은 불타오르고 있다.)”

3-2. “그러면 무엇에 의해서 불타오르고 있는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태어남과 늙음․죽음과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고 나는 말한다.”

4. “비구들이여, 이렇게 보는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눈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형색에 대해서는 염오하고 눈의 알음알이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눈의 감각접촉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눈의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하여 일어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느낌에 대해서도 염오한다. (… 소리에 대해서도 … 냄새에 대해서도 … 맛에 대해서도 … 몸의 감촉에 대해서도 … 법에 대해서도 … 느낌에 대해서도 염오한다)”

5. “염오하면서 탐욕이 빛바래고, 탐욕이 빛바래기 때문에 해탈한다. 해탈하면 해탈했다는 지혜가 있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꿰뚫어 안다.”

6. 이 상세한 설명이 설해졌을 때 그 비구 승가는 흡족한 마음으로 세존의 말씀을 크게 기뻐하고 취착이 없어져서 번뇌들로부터 마음이 해탈하였다.



《해설》

■『율장』의 <대품>에 의하면, 본경은 세존께서 행하신 세 번째 설법으로 우루웰라의 네란자라 강 유역에서 아침과 저녁으로 불(火)을 섬기던 가섭(깟사빠) 삼형제와 그의 제자들에게 설하신 경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야(Gayā)는 부처님의 성도지인 보드가야 근처에 있는 고도(古都)이며, 힌두교의 7대 성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상윳따 니까야>의 주석서에 의하면, 세존께서는 가섭 삼형제를 포함한 1000명의 비구 승가들과 함께 우루웰라에서 가야로 넘어가는 길목인 코끼리 머리처럼 평평한 바위가 있는 가야산의 정상(가야시사)에 잠시 머무셨다고 합니다. 그때 산 아래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서는 비구들에게 일체(12처)가 불타오르고 있음을 설하게 되면 비구들은 아라한 됨을 증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정하신 뒤, 본경을 설하셨다고 합니다.

■본경에서 일체라 함은 여섯 가지 안팎의 감각장소[6內外 處]를 말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이 반야심경의 첫 머리에 나오는 오온(五蘊)이라면,

‘존재란 무엇인가’, ‘세상이란 무엇인가’, ‘일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은 육내외처(12처)라는 것임을 초기경전의 주석서에 의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세상이란 모두 안과 밖이 만나는 것, 즉 눈에 형색, 귀에 소리, 코에 냄새, 혀에 맛, 몸이 감촉, 마노[意]에 법(기억, 개념, 의도 등)이 부딪혀 여섯 가지 아는 마음이 일어나서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은 여섯 가지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통해서 의식하기 때문에 이것을 떠나서 행복이나 불행, 또는 깨달음을 말하는 것은 추론에 불과하여 여실지견이 아니라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가 색(色)․성(聲)․향(響)․미(味)․촉(觸)․법(法)과 접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것을 6문(六門)과 6경(六境)이 부딪힌다고 말합니다. 즉 여섯 감각기관의 문에 여섯 가지 감각대상이 접촉할 때 여섯 가지 아는 마음과 함께 느낌이 일어납니다. 그 느낌이나 갈애의 뿌리 또는 자양분이 바로 탐․진․치 삼 독심(毒心)입니다. 이런 불선(不善)의 마음작용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오히려 선한 마음의 작용이 더욱 증장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37보리분법의 하나인 네 가지 바른 노력[四精勤]입니다.

■이렇게 세상을 12처로 해체하고 조건발생으로 통찰할 때, 절대적이고 영원한 존재로서 신(神)에 의해 이 몸과 마음이 지배되고 있거나, 나의 자아가 있어 대상을 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존재의 세 가지 특상인 ‘무상 ․ 고 ․ 무아’를 통찰하는 지혜를 증득하게 됩니다.

■통찰명상을 통해 존재의 삼법인을 알고 보면, 순차로 염오 → 이욕 → 해탈 → 구경 해탈지를 증득하게 된다는 것이 초기경전에서 정형화된 가르침입니다. 이런 통찰명상을 통해 오비구와 가섭 삼형제 및 천명의 비구들이 아라한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리뿟따 존자와 부처님의 외아들인 라훌라 존자도 아라한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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