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경 (SN37:5)
상태바
분노 경 (SN37:5)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08.01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때 아누룻다 존자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아누룻다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3. “세존이시여, 여기 저는 인간을 넘어선 청정한 하늘 눈[天眼]으로 여인들이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처참한 곳[苦界], 불행한 곳[惡處], 파멸처, 지옥에 태어나는 것을 봅니다.”

4. “세존이시여, 어떠한 법들을 가진 여인들이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처, 지옥에 태어납니까?“

5. “아누룻다여, 다섯 가지 법을 가진 여인은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처, 지옥에 태어난다. 무엇이 다섯인가? ① 믿음 없음, ② 양심 없음, ③ 수치심 없음, ④ 성냄, ⑤지혜 없음의 다섯이다. 아누룻다여, 이러한 다섯 가지 법을 가진 여인은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처, 지옥에 태어난다.”



《해설》



■아누룻다 존자는 우리에게 천안 제일로 알려진 상수제자로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속가 사촌동생이 되는 분입니다. 부처님의 성도 후에 까삘라왓투를 방문하셨을 때, 아난다 존자 등과 함께 출가하셨고, 부처님의 열반 후 마하깟사빠(마하가섭) 존자가 당도할 때까지 승가를 통솔하였던 분입니다.

■아누룻다 존자가 사념처(사띠빠타나) 수행의 제1인자라는 점은 <상윳따니까야>의 여러 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여기’에 일어나는 몸(身), 느낌(受), 마음(心), 범(담마)를 새겨서 잊지 않고(be mindful), 알아차리고(be aware) 관찰하는(observe) 위빠사나 수행에 정통하신 분이었습니다.

■이 존자께서는 다른 존자들과 비교할 때, 특히 천상의 여인들과 많은 대화를 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왜냐하면 <상윳따니까야>에 여인이란 주제와 관련하여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불연(佛緣)이 있다면 큰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도 불법승 삼보에 믿음이 없거나 악업을 지으면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삼악도에 떨어지기 때문에 본경에서 설하신 세존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본경에서 ① ‘믿음 없음’이란 불법승 삼보를 존경하고 그에 귀의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② ‘양심 없음’이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시골 돼지가 똥 더미를 싫어하지 않고 똥 더미 속에서 뒹굴며 먹고 자는 것처럼 자신의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③ ‘수치심 없음’이란 자신의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에 대해 걱정하지 않거나 두려워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내가 속한 가족이나 직장에 불이익이 돌아갈까 봐 조심해야 함에도 이를 걱정하지 않은 해로운 심리상태를 뜻합니다. 예컨대 인색하고, 질투심이 강하며 음란한 여인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⑤ ‘지혜 없음’이란 통찰지(반야)가 없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은 몸을 예쁘게 꾸미고 치장하는데 마음이 쏠려 있어서 삼매가 약하고 지혜가 부족합니다. 만일 노년기로 들어서 염불, 삼매 수행과 지혜 개발을 하지 않으면 번뇌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삼악도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④ ‘성냄’은 진심(嗔心)에 뿌리를 둔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세상사를 살다보면 때로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원하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받은 일이 생기면서 불만의 먹이가 쌓여 분노로 돌변합니다. 한 순간의 분노로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 사람이며, 아주 소심한 사람들도 정신을 잃고 싸우게 하는 것이 바로 성냄입니다.

■세존께서는 ‘마치 어머니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는 자애심을 닦아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이고, 오로지 자애만이 성냄과 증오를 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미움과 증오의 독기를 품으면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기 힘들고 잠은 오지 않고 불안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자애명상을 권하셨습니다. 자애명상을 하면 성냄에서 벗어나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깨어있는 동안 자애가 충만하면, 잠을 잘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마음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이는 자신의 마음에서 오는 다양한 고통이 생겨도 그 원인을 분석하여 해결해 나가기 때문에 이유 없이 마음의 평화를 방해받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재가불자로서 삼보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고, 반야바라밀 수행을 많이 닦으면 그 수행공덕으로 인해 최소한 ‘작은 수다원과’를 얻어 다음 생에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선처에 태어날 수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