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일꾼<제주서귀포 자활후견기관 집수리 자활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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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일꾼<제주서귀포 자활후견기관 집수리 자활사업단>
  • 김현정 기자
  • 승인 2005.03.1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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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딱’집 고치고 사랑도 드립니다

한솥밥 먹은지 3년째 “눈빛만 봐도 손발 척척”

2002년 8월 ‘서귀포 집수리 사업단’으로 첫 구성

건물 개보수·도배·도색 등 필요한 곳 부르면 ‘출동’



   
 
  어려운 이웃들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깨끗해진 집만큼이나 그들은 흥이 절로난다. 서귀포집수리사업단 자활공동체 ‘한울건축’의 윤관숙(54) 대표가 도배공사에 열중이다.  
 
때아닌 폭설로 인해 봄이 주춤한 가 싶더니 어느새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 8일. 청량한 바람과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도배지에 정성스럽게 풀을 칠하고 이를 방 천장에 꼼꼼하게 붙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낡고 더러워진 장판지를 새 것으로 교체하며 한치의 틈이 있을세라 유착제를 이용한 마무리도 깔끔하다.

이들은 제주서귀포자활후견기관(관장 이종헌) 집수리자활사업단 윤관숙, 이성만, 이영권, 이무준 씨다. 네 사람의 얼굴은 새까맣고 손은 까칠까칠하고 짓무른 상처가 장식을 하고 있지만 만면에 가득 담은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흥이 나게 한다.

   
 
  왼쪽부터 이성만, 이무준씨.  
 
한솥밥을 먹은 지 3년째라고 하니 서로의 눈만 보고도 어떤 용구가 필요한지 손발이 척척이다. 또한 이들은 도배, 장판교체, 건물 도색, 건물 개·보수 등 집수리와 관련한 분야를 섭렵해 전문성을 갖추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집수리자활사업단은 2002년 8월 서귀포집수리사업단으로 처음 구성, 같은 해 남제주집수리사업단으로도 선정돼 서귀포 81가구, 남제주군 150가구 집수리 사업과 지체장애인협회 서귀포 지회 건물 도색, 남제주군 저소득가구 집수리 공동모금회 사업 위탁 등 소정의 사업실적을 안팎으로 인정받고 있다.

   
 
  윤관숙, 이영권씨.  
 
이러한 사업실적은 저소득 자활자립사업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히며 2004년 4월 서귀포집수리사업단 자활공동체 ‘한울건축’ 설립에 이르게 됐고 서귀포시로부터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작년 남제주자활후견기관이 생김으로써 기존에 해오던 남제주지역 집수리사업은 현재 끝난 실정이다. 때문에 제주서귀포자활후견기관과 집수리자활사업단은 원활한 자활사업과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인접지역(2개 기초자치단체) 자활근로사업단이나 자활공동체가 연합한 광역자활공동체’를 올해 계획대로 추진돼 남제주군지역에서의 집수리 사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길 발원하고 있다.

이들은 일련의 공사들을 하면서 때론 감사 인사를 받기도 하고 때론 공사 장소도 아닌 곳을 가리키며 ‘여기도 해달라 저기도 해달라’는 등 터무니없는 주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 곤란을 겪을때도 있다고 했다.

집수리가 끝난 뒤, 그 집에 살고 있는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네 사람.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것에서도 소중함을 발견할 줄 아는 이들 사총사. 소박하지만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난 8일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 독거노인 주택에서 집수리가 한창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번뇌도 많지만, 욕심이 적은 사람은 구함이 적어 근심 걱정도 없다. 욕심이 적은 사람은 남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아첨하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서 아무런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으며, 하는 일에 여유가 있고 부족함이 없다. 이것을 가리켜 소욕(少欲)이라 한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아 엮은 가장 오랜 경전인 아함경(阿含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윤관숙, 이성만, 이영권, 이무준 네 사람은 힘든 시기에 인연을 맺어 넉넉하지 않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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