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경 (SN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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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경 (SN1:62)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10.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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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의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때 어떤 천신이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제따 숲을 환하게 밝히면서 세존께 다가갔다. 다가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섰다. 한 곁에 선 그 천신은 세존의 면전에서 이 게송을 읊었다.

[천신]

“무엇에 의해 세상은 인도되고

무엇에 의해 끌려 다닙니까?

어떤 하나의 법에 의해서

모든 것이 지배됩니까?”

[세존]

“마음에 의해 세상은 인도되고

마음에 의해 끌려 다니노라.

마음이라는 하나의 법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되노라.“



《해설》



■ 마음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음의 뜻에 대하여 여러 초기경전에서는 식별한다고 해서 알음알이[識]라고 정의하거나, 주석서에서는 대상을 사량(思量)한다고 해서 대상을 안다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빠알리어로 찟따(citta)는 마음[心]을 뜻합니다. 윈냐나[識]는 여섯 감관과 여섯 대상이 있는 곳에서 따라 일어나는 알음알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나, 아미담마에서는 ‘찟따’와 ‘윈냐나’는 완전한 동의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법구경』에서 세존께서는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마음이 모든 법들에 앞서가고, 마음이 그들의 주인이며, 마음에 의해서 모든 행위가 지어진다.” 이때의 마음은 여섯 감각기관인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중에서 의(意 / mano)에 해당하는 마음입니다. 즉

마노(mano)는 법을 아는 감각기관이나 기능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 반야심경의 오온(五蘊) 중, 식온(識薀)은 대상을 안다는 의미로서의 마음[識]이고, 수온(受蘊), 상온(想蘊), 행온(行蘊)은 작용으로서의 마음을 뜻합니다. 본경에서는 마음은 수(受), 상(想), 행(行)이라는 마음의 작용을 말합니다. 마음은 모든 행위에 앞서가는 것이며, 모든 현상에 앞서 일어납니다. 선한 행위를 하든지 악한 행위를 하든지 마음의 의도가 없으면 일어나는 경우가 없습니다. 마음은 저 스스로가 움직일 수 없지만 앞에서 이끌기 때문에 몸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몸은 장님이고 마음은 앉은뱅이’라고 비유해서 말합니다.

■ 마음은 모양도 없고,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섯 가지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이 여섯 가지 감각대상인 육경(六境)에 부딪히면 즉시 느낌[受]이 일어남과 동시에 지각[想]이 일어나면서 의도 또는 행동[行]의 결과를 낳는데, 이런 마음의 연속적 작용을 통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뿐입니다.

■ 세존께서는 마음 혹은 알음알이는 항상 연기적 존재로서 조건발생이라고 설하셨습니다. 즉 여섯 감관과 대상이라는 조건 없이 혼자 독자적으로 존재하거나 일어나는 마음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마음은 단지 대상을 아는 것일 뿐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는 남방불교의 아미담마, 북방불교의 아비달마와 유식의 통설입니다.

■ 의문(意門)에 들어오는 객진(客塵)을 단속하지 않으면 마음은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마음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러 저리 날뛰면서 큰 해로움으로 인도합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마음은 윤회(vatta)를 통해서 일어나는 마음이므로, 윤회의 벗어남을 통해서 일어나는 마음을 개발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 그래서 세존께서는 마음을 개발하는 방편으로 사띠[念], 사마타[定], 위빠사나[慧]의 수행법을 설하신 것입니다. 이 수행을 통해 범부중생들은 마치 참깨에서 기름을 짜내는 것처럼 궁극적 실재에서 지혜를 통해 개념을 추출할 수 있고,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주석서에 의하면, 사마타와 위빠사나[止觀] 수행으로 단련되고 실천된 마음은 개발된 마음으로 이는 출세간마음의 바탕이 되어 해탈, 열반으로 인도한다고 말합니다.

■ 마음은 무상하고 실체가 없습니다. 무아(無我)입니다. 마음이란 단지 생각, 알음알이[識]들의 연속적인 흐름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면, 횃불을 손에 들고 빠르게 돌리면 불로 이루어진 원(圓)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연속적인 운동 상태에 있는 하나의 광원에 대하여 여러 번 지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와 같이 영속적이고 독립적인 마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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