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경 (SN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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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경 (SN1:61)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11.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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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의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때 어떤 천신이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제따 숲을 환하게 밝히면서 세존께 다가갔다. 다가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섰다. 한 곁에 선 그 천신은 세존의 면전에서 이 게송을 읊었다.

[천신]

“무엇이 모든 것을 짓누르고

무엇보다 더 나은 것 없습니까?

어떤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지배합니까?“

[세존]

“명칭이 모든 것을 짓누르고

명칭보다 더 나은 것이 없노라.

명칭이라는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지배하노라.“



《해설》



• 명칭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을 부르는 이름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모두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속담에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人在名虎在皮).’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이름은 그 사람이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파괴될 수 없는 실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즉 불후의 존재라는 환상을 창조합니다.

• 이와 달리, 노자(老子)께서는 ‘사람이 만들어 낸 이름은 자연의 이름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지눌(知訥)선사께서는 ‘하나의 법이 천 가지 이름을 가진 것은 인연을 따라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의 이름은 실체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 하늘의 작은 별에도 이름이 있고, 들판에서 피는 야생화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을 통해서 우리는 모든 존재, 사물을 봅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인습적 표현을 써서 사물의 이름을 붙여왔습니다. 예컨대 목재와 골조와 지붕과 창문으로 공간을 에워쌀 때 집이라는 명칭이 있고, 또 뼈와 힘줄과 살과 피부로 공간을 에워쌀 때 몸뚱이[물질]라는 명칭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명칭을 붙인 것이기에 이를 두고 인습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이를 두고 ‘형성된 것[有爲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부품들이 모였을 때 수레라는 단어가 있듯이 무더기[蘊]들이 있을 때 중생이라는 일상적인 말이 있다는 가르침은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불교 특유의 가르침입니다. 세존께서는 존재란 다섯 가지 무더기[五蘊]을 뜻한다고 설파하셨습니다. 그것은 각자의 조건에 따라 생겼고[緣而生], 또 고유의 성질을 갖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라 부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세존께서는 궁극적 진리[眞諦]와 인습적 진리[俗諦]를 가르치셨습니다. 우리가 ‘사람이 존재한다. 중생이 존재한다. 중생은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윤회한다.’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사람과 사물의 개념에 관한 인습적 진리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사람도 없고, 영원불변하는 영혼도 없고, 순간순간 생멸하는 성품을 가진 정신과 물질만이 실재하는 법이다.’라고 안다는 것은 궁극적 진리를 지혜로써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흙으로 만든 그릇을 비유로 들면 속제의 시각에서는 흙 그릇이 존재하지만, 진제의 시각에서는 ‘흙’만 존재할 뿐이고, ‘흙 그릇’은 흙덩이의 결합으로 형성화된 모양을 근거로 마음이 취한 이미지나 영상에 불과하고 그릇은 본질이 아니라고 것입니다.

• 우리 범부중생들은 실제 삶에서 보고 듣는 대상에 대해 이름 또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는 인습적인 사고방식으로 축적된 미혹함과 사견 때문에 그렇게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면 현상의 본성인 공(空)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세존의 가르침이십니다.

• 세존께서는 “부분들로 해체해서 설하시는 분”이십니다. 무엇을 해체하는가? 명칭 또는 개념[施設, 빤냣띠]을 해체하셨습니다. 나라는 개념, 세상이라는 개념, 돈이라는 개념, 권력이라는 개념, 신(神)이라는 개념을 해체하셨습니다. 나라는 개념적 존재는 오온으로, 일체 존재는 12처로, 세상은 18계로 각 해체해서 보고, 생사문제는 12연기로 해체해서 보라고 설하셨습니다. 개념에 속으면 그게 바로 생사(生死)에 엉키고, 법(蘊-處-界-緣)으로 해체해서 보면 깨닫습니다.

• 마치 참깨에서 기름을 짜내는 것처럼, 지혜를 개발하는 방편으로 사띠(sati), 사마타, 위빠사나의 수행법을 세존께서 설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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