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리말라 경 (MN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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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리말라 경 (MN 86)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7.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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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 무렵 빠세나디 꼬살라 왕의 영토에 ‘앙굴리말라’라는 도적이 있었는데 그는 잔인하고 손에 피를 묻히고 살해와 파괴를 일삼고 뭇 생명들에게 자비가 없었다. 그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화환을 만들어 걸고 다녔다.

3. 세존께서 사왓티에서 탁발하여 공양을 마치고 나서 도적 앙굴리말라가 있는 숲으로 가서 앙굴리말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앙굴리말라여, 나는 멈추었으니 그대도 멈추어라.”

4. 그때 도적 앙굴리말라는 세존께 이렇게 말했다. “사문이여, 나는 그대에게 이 뜻을 묻노니 어찌하여 그대는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았는가?“

5. “앙굴리말라여, 나는 멈추었으니 모든 존재들에게 영원히 몽둥이를 내려놓았음이라. 그러나 그대는 생명들에 대해 자제가 없으니 그러므로 나는 멈추었고 그대는 멈추지 않았다.”

6. 도적 앙굴리말라는 세존께서 나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해 큰 숲으로 오셨다고 생각하고 도적은 선서의 발에 절을 올리고 그곳에서 출가를 요청했다.

7. 세존께서 “오라, 비구여.”라고 그를 불렀다. 이렇게 그는 비구가 되어 숲 속에 혼자 은둔하며 탁발음식만 수용하고, 분소의를 입고 열심히 스스로 독려하여 지내며 좋은 가문의 아들들이 출가하는 목적인 그 위없는 청정범행의 완성을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물렀다.

8. 그때 앙굴리말라 존자가 사왓티로 탁발을 갔다가 어떤 사람이 던진 흙덩이가 앙굴리말라 존자의 몸에 떨어졌고, 다른 사람이 던진 몽둥이가 앙굴리말라 존자의 몸에 날아왔고, 또 다른 사람이 던진 사금파리가 앙굴리말라 존자의 몸을 쳤다. 그때 앙굴리말라 존자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며 발우가 부서지고 옷이 찢어진 채 세존을 뵈러 갔다. 세존께서 앙굴리말라 존자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감내하라, 바라문이여. 감내하라, 바라문이여. 그대가 수년, 수백 년, 수천 년을 지옥에서 고통 받을 그 업의 과보를 그대가 지금, 여기서 겪는 것이다.”

9. 그러자 앙굴리말라 존자는 한적한 곳에 홀로 앉아 해탈의 행복을 맛보면서 이 감흥어를

읊었다.

“물 대는 자들은 물을 인도하고 화살을 만드는 자들은 화살대를 곧게 하고

목수들은 나무를 다루고 지자(智者)들은 자신을 다스린다.

비록 예전에는 살인자였지만 이제 내 이름은 ‘불해(不害)’이다

이제야 나는 참된 이름을 가졌으니 그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방일에 빠지지 말고 감각적 욕망에 탐닉하지 마라.

방일하지 않고 참선하는 자 궁극적인 행복을 얻으리.“



《해설》



■앙굴리말라는 꼬살라 국왕의 궁중제관이었던 박가와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딱까실라로 보내져 학업과 기술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료 바라문 학도들이 그의 총명함을 시기하여 스승에게 앙굴리말라와 스승의 부인과의 부정한 관계가 있다고 모함을 하게 되자 그 스승이 앙굴리말라를 죽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그런데 그 스승이 자기에게 배우러 온 학생에게 화를 내어 생명을 앗아간다면 다시 어떤 사람도 학업을 배우러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앙굴리말라에게 학업성취의 선물로 천 명의 오른 손가락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앙굴리말라는 사람들을 죽이고 그 죽은 사람의 손가락을 뚫어 실에 꿰어 화환을 만들어 목에 걸고 다녔고 꼬살라 왕의 군대가 그를 살인죄로 체포하려고 해도 그는 요리저리 도망쳐서 붙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세상을 살펴보시다가 앙굴리말라를 보시고는 ‘이 사람이 나의 곁에 출가하면 육신통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탁발에 나가셨다가 앙굴리말라를 제자로 거두어 부처님의 교법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 우리 중생들은 알게 모르게 몸[身]과 말[口]과 뜻[意]으로 의도하고서 선업 또는 불선업을 짓습니다. 마치 씨앗을 심으면 적절한 흙과 습기를 만나 발아해서 싹이 트고 그 종자에 고유한 열매가 열리듯이 의도적인 행위는 그 의도한 선(善) · 불선(不善)의 성질에 따라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갖고 열매를 맺습니다. 업의 과보는 성숙하는 시간에 따라서 금생에 받는, 다음 생에 받는 업, 받는 시기가 확정되지 않는 업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부처님이나 아라한이 되지 않는 한 자기가 지은 업은 반드시 언젠가는 받아야 합니다.

• 세존께서 앙굴리말라에게 무엇을 “멈추어라.”라고 말씀하셨나 하면, 악업을 짓는 그 의도적 행위를 그만두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해롭게 하고 남을 해롭게 하고 둘 다 해롭게 하고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지 못하는 일체의 행위는 멈추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 방일하지 않고 참선 수행을 하면 그 도 닦음의 과보로 과거에 지은 악업이 정화되어 그 악업의 과보를 받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행의 유익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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