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연동 aaaaa연화사a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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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aaaaa연화사aaaaa
  • 김보균(재가법사)
  • 승인 2005.04.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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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오름 주봉삼아 터잡은 관음도량

30년전 4평 토굴로 시작, 10년전 현 법당 불사

주지 대성스님 “불교예식장 꼭 마련하고파”



   
 
   
 
제주시 연동 남쪽편에 자리한 민오름은 많은 시민들의 산책로 또는 체육공원으로 사랑 받는 곳이다.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라산 중턱에라도 서 있는 듯 한 신선한 느낌이다. 좁은 농로를 따라 산책 중에 우연히 목탁소리가 들려 따라가니 관음기도 도량인 태고종 연화사(주지 대성스님·蓮華寺)였다. 그 흔한 현판 하나 세워져 있지 않고, 겉모습은 슬레이트 지붕의 평범한 농가 모습을 하고 있어 무심코 지나치기가 수십 차례였던 곳이다.

자연에서 자연을 닮고자 서원한 대성스님이 30여 년 전 이곳에 4평 남짓한 토굴을 짓고 수행을 시작한 이후, 10여 년 전에 지금의 단출한 법당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찾아오는 불자도 없고 그야말로 적막하기 그지없었으나 지금은 많은 신도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모습에 흐뭇해하시는 스님이다.

민오름은 풍수적 해설에 의하면 칠엽(七葉)으로 이루어진 오름인데 이를 문성칠봉(文城七峯)이라고 한다. 이 칠봉은 칠불(七佛)이나 칠성(七星)을 상징하며, 또한 절에서 바라보는 민오름은 3개의 봉우리가 연화사를 내려다보듯이 서 있는데 이를 불법승 삼보로 여겨 이곳이 불도량임을 확신하고 터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연화사는 불자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관음기도 도량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도 있었단다. 암으로 투병하며 사경을 헤매던 어느 재일 교포가 연화사에 찾아와 정성으로 기도를 드렸는데 시한부를 선고받았던 환자가 어느 순간 암이 완쾌되어 건강해졌다고 한다. 간절한 기도의 힘이라 스님은 말한다.

   
 
   
 
스님은 15세에 동진 출가하여 지금의 덕흥사 주지 상허스님 등과 함께 보림사 창건 주지인 평수스님으로부터 불경을 수학했다. 그 후 제주를 떠나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으로부터 구족계를 받고 그때부터 백양사와 범어사의 강원에서 수산스님, 서옹스님 등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범어사강원에서 수학할때 오고산 스님께서 화엄경 강설을 많이 하셨는데,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지금도 수행의 등불로 삼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수행자의 역할을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또 “머리로만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아니라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으로 멸업(滅業)이 실천되어져야 비로소 복혜(福慧)가 구족(具足) 된다”며 “그 바탕은 모든 경을 열 때나 기도할 때 처음으로 시작하는 정구업진언의 의미를 바로 알고 행함에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법문을 청함에 자신은 아는 게 없어 할 말이 별로 없다며 겸손해 하시는 스님은 자연법문을 위하여 도량 내에 밀감을 재배했다는 말씀으로 대신했다. 필자가 의아한 내색을 하자 “봄에 밀감 꽃이 활짝 피면 그 백색 꽃이 화사함이 녹색 이파리와 어울려 한껏 조화를 이루어내고, 벌 나비가 모여드는 광경의 아름다움을 보며 생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청과를 몸살나게 하는 갖가지 해충들을 방제하며 불살생의 의미와 죄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참구하고, 노랗게 익어 가는 밀감을 보며 성숙의 의미를 깨달으며 그 맛에서 완성이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법문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하신다.

우리가 흔히 말하고 듣는 비인부전(非人不傳)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말씀이었다. 바로 해석한다면 인격이 갖추어진 사람이 아니면 법을 전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 할 수 있겠으나, 역설적으로는 인격이 갖추어진 자만이 바른 법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

하나의 대상을 놓고 보는 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고 해석이 다르다. 아무리 좋은 말도 듣는 이에 따라 기쁨이 되는가 하면 화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듣는 이의 방식대로 재단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꼭 같은 물임에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이치와 같다.

우리 자신은 어떤 부류에 속하고 있는가? 의식도 의지도 없이 누가 말하면 그것을 머리 속에 외우고 마치 그것이 내 것인 것처럼 입으로만 주절대며 안다고 거들먹거리는 속 빈 강정에 다름 아닌 것은 아닌가? 처처에 부처가 상주하며 상시 법문을 하고 있음에도 우매한 중생의 탐·진·치심이 그 귀하고 귀한 법문을 듣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게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천근이다. 이런 자연법문을 들을 수 있는 인격은 사견(관념)을 물리치고, 입은 닫으며 두 귀는 활짝 열어 대상에 대한 깊은 사색과 그리고 굽힐 줄 모르는 실천수행을 통해서만이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2우회도로(연북로)가 개설되면서 도량 일부가 도로로 편입되다보니 다소 좁아져 겨우 800여 평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이곳에 불교예식장을 지어 많은 불자들이 인연을 맺는 공간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스님의 소박한 바람이라고 했다.

비록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지만 연화사 도량에 살아있는 법은 한없이 웅장하고 화려하며 큰 울림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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