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셋타 경 (MN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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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셋타 경 (MN98)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8.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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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잇차낭깔라의 총림에 머무셨다.

2. 그때 바라문 학도인 와셋타와 바라드와자가 산책을 하면서 이러 저리 포행을 하다가 ‘어떤 사람이 바라문인가“’라는 논쟁이 그들 간에 벌어졌다. 바라드와자는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된다.’고 우기고, 와셋타는 ‘행위에 의해 바라문이 된다.’고 우겨서 서로가 서로를 납득시킬 수가 없자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았다. 가까이 다가와서 세존께 인사드리고 나서 한 쪽으로 물러앉아서 세존께 이와 같이 여쭈었다.

3. “우리는 세 가지 베다에 정통한 자들입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는 태생에 대한 논쟁을 했는데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된다.’고 바라드와자는 말하지만, 저는 ‘행위에 의해 바라문이 된다.’라고 주장합니다. 세존이시여,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됩니까? 행위에 의해 바라문이 됩니까?’ 모르는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4.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 “그대들은 나방을 비롯하여 나비와 개미에 이르기까지,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네발 달린 짐승들도, 배로 기어 다니고 긴 등을 가진 뱀들도, 물속에 태어나 물에서 사는 물고기들도, 또한 날개를 펴 하늘을 나는 새들도 저마다 태생에 따른 특징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태생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 “축생들에게는 태생에 따른 특징이 다르지만, 인간들에게는 태생에 따른 이러한 특징의 차이가 없다. 인간의 몸에서는 다른 점이 없고 인간의 몸에서 구별은 단지 명칭에 있을 뿐이다.

• 와셋타여, “인간들 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자는 농부이고, 여러 기술로 살아가는 자는 기술자이고, 장사로 살아가는 자는 상인이고, 활쏘기로 살아가는 자는 군인이고, 마을과 왕국을 통지하는 자는 왕이고, 남의 일을 해주면서 살아가는 자는 하인이고, 훔친 것으로 살아가는 자는 도둑이지 바라문이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 “나는 모태나 혈통 때문에 바라문이라 부르지 않는다. 연꽃잎 위의 이슬처럼, 바늘 끝의 겨자씨처럼, 감각적 쾌락에 더렵혀지지 않는 성자,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 “유정이나 무정의 모든 생명들에 대해 몽둥이를 내려놓았고 죽이거나 죽이게 하지 않는 자,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 “구름을 벗어난 달이 깨끗하듯, 청정하고 오염이 없어 갈애와 존재를 부순 자,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고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아닌 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행위로 의해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행위로 의해 바라문이 아닌 자도 된다.”



《해설》



와셋타와 바라드와자는 부유한 바라문 출신이었는데, 본경의 가르침을 듣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으며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바라문들은 고대 인도의 사성계급 가운데 최상의 계층으로 제사를 주재하면서 재산과 명예를 누렸는데, 탐욕이 지나쳐 점차 타락해졌다고 합니다.

세존께서 진정한 바라문은 그의 높은 가문에서의 태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위에 있는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바라문, 끄샤뜨리야, 와이샤, 수드라의 네 종류 계급의 사람들 중에서 바라문들은 자신들이 무조건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고, 신(神)의 얼굴에서 태어났고, 신의 상속자라고 뽐내지만, 계행이 나쁘고 탐욕과 성냄과 그릇된 견해를 품는 자는 진정한 바라문, 성자라 할 수 없다는 것이 세존의 교설입니다. 일자무식인 서민 중에서도 또 하인 중에서 선한 행위를 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는 서슴없이 그들을 ‘거지성자’라 부릅니다.

어떤 계급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진리(사성제)를 향해 출가하여 길 가운데 최상인 팔정도를 수행하여 위없는 진리를 깨닫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사람 중에 최고로 가치 있는 성자라는 것이 본경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사람을 보지 말고 행위를 보라. 출생을 따지지 말고 그가 지금 선한 마음을 품고 선한 행위를 하고 있는가를 보라.”라고 가르칩니다. 선한 행위(업)를 가지고 있을 때는 그를 둘러싼 환경 역시 훌륭합니다. 중생들의 업이 좋고 나쁨은 그들의 근본 마음과 연관됩니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 자만 등이 지나치면 그 업보는 자연히 좋지 않는 방향으로 기울어서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지옥, 축생계 등의 악처에 태어나게 됩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의 제자들입니다. 비록 성별이 다르고, 성씨가 다르고, 직업이 다르고, 세속적 빈부귀천의 차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대들은 “나는 부처의 자식이며, 가슴에 머물고, 입에서 태어났고, 법(진리)에서 생겨난 자이며, 법으로 창조된 자이며, 법의 상속자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에서 선업을 쌓을 때 우리 중생들도 법신(法身)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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