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낭꾸마라 경 (SN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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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낭꾸마라 경 (SN6:11)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9.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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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에서 삽삐니 강 언덕에 머무셨다.

2. 그때 사낭꾸마라 범천이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온 삽삐니 강 언덕을 환하게 밝히고서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섰다. 한 곁에 선 사낭꾸마라 범천은 세존의 곁에서 이 게송을 읊었다.

3. “가문을 신뢰하는 사람들 가운데선

끄샤뜨리야가 단연 으뜸이 되고

천상의 신들과 인간들 가운데선

명지(明知)와 실천 구족한 자[明行足] 단연 으뜸이로다.“

4. 사낭꾸마라 범천은 이렇게 말하였고 스승께서는 그의 말에 동의하셨다. 그러자 사낭꾸마라 범천은 ‘스승께서는 나의 말에 동의하셨구나.’라고 안 뒤 세존께 절을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아 경의를 표한 뒤에 사라졌다.



《해설》



•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서 천신들이 부처님께 와서 질문을 드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사함빠띠 범천은 이 사바세계에 불교가 시작되는데 극적인 역할을 한 범천으로 색계(色界)의 초선천에 머무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성구경(聖求經, MN26)』에 의하면, 세존께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증득하신 뒤 초전법륜을 결심하시기 전의 49일이 지날 무렵 전법(傳法)에 대한 사유를 하셨는데 그때 세존의 마음은 법을 설하기보다는 무관심으로 기울었다가 사함빠띠 범천의 권청(勸請)을 받아 법륜을 굴리기로 마음을 바뀌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범천은 법의 바퀴를 굴릴 것을 최초로 간청하기도 했으며 세존이 입멸하시자 맨 처음 게송을 읊기도 해서 참으로 불교와 인연이 깊으신 천신입니다.

• 사낭꾸마라 범천은 문자적으로 ‘영원한 동자(소년)’라는 뜻입니다. 주석서에 의하면 그는 전생에 머리를 다섯 가닥으로 땋아 다니던 소년이었을 때 선(禪)을 닦아서 그 선의 힘으로 범천의 세상(brahma-loka)에 태어나게 되었고 그래서 범천이 되어서도 동자(童子)의 모습을 하기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동자 즉 사낭꾸마라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범천들 가운데 부처님께 귀의한 신으로 신들의 왕인 삭까(인드라)와 함께 초기경전에 빤짜시카 동자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여 본 게송을 읊은 것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 『마하고윈다 경(DN19)』에 의하면, 아주 옛적부터 보름의 포살일에 삼십삼천의 신들은 모두 수담마 의회에 모여서 여래와 좋은 가르침인 법에 귀의하며 포행을 하였는데, 범천 사낭꾸마라가 빤짜시카 동자의 모습으로 삼십삼천의 신들 앞에 출현해서 부처님의 전생을 이야기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디삼빠띠 왕이 인도를 다스릴 때 조띠빨라 바라문 학도가 고윈다(목자)의 자리에서 궁중제관의 업무를 보아 공덕을 많이 쌓은 후에 출가를 하였다고 합니다. 출가 후 자애(慈愛) 삼매를 증득하여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선처인 범천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그 범천이 바로 부처님의 전생입니다.

• 세존께서 ‘마하고윈다’란 이름으로 출가 수행하였을 때에는 팔정도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열반을 실현하지 못해 단지 범천의 세상에 태어나는 것만이 가능했으나 금생에는 열반을 실현한 부처님이 되어 이제부터 비구들에게 팔정도를 설하시어 천상으로 윤회하는 것조차 완전히 극복한 열반의 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알게 된 사낭꾸마라 범천이 세존의 면전에 나투어 경배를 올린 뒤 본경의 게송을 읊으며 세존을 ‘명행족’이라고 칭송하신 것이 본경의 줄거리입니다.

• 범천 사낭꾸마라가 형상을 나타낼 때는 이 빤짜시카 동자의 모습을 하는데, 강원도 상원사에 있는 문수보살의 상호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조선 세조 대왕이 등창을 고치기 위해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다가 문수 동자를 친견하고 몹쓸 병을 고치자 문수보살의 공덕을 기리고자 그때 친견한 바대로 왕실의 화가에게 문수보살 상을 조성하도록 했는데, 현재 상원사에 모셔진 문수동자 상이 바로 그 보살상입니다.

• 문수보살(文殊菩薩)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입니다. <반야경(般若經)>을 결집했다고 전해오는데 손에 경전을 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연화대에 앉아 오른손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칼을, 왼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 주석서에 의하면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천안통, 누진통의 육신통 가운데 천안통, 숙명통, 누진통의 셋을 세 가지 명지, 즉 삼명(三明)이라 합니다. 명지와 실천[행(行)]을 구족하기 때문에 부처님을 ‘명행족’이라고 칭송하시는데, 여기서 실천이라 함은 계(戒)로 절제함, 여섯 감관의 문을 단속함, 음식에서 적당량을 앎, 깨어있으려는 노력, 일곱 가지 진실한 법, 네 가지 색계선이라는 열다섯 가지 법들을 실천해 불사의 경지로 가기 때문에 실천이라 한다고 「청정도론」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 세존께서는 일체지로 모든 중생들에게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아시고 크나큰 연민으로 해로운 것을 피하게 하고 이로운 것을 행하도록 권장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래 십호의 세 번째인 ‘명행족’이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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