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 경 (숫따니파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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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 경 (숫따니파타 1:3)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10.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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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모든 존재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그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말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정을 나누며 마음이 얽매이면 일시적인 해탈에도 이를 수 없으니,

사귐에서 오는 이러한 두려움을 살피고, 태양의 후예가 한 이 말씀을 명심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 자식과 아내에 대한 기대는 뻗은 대나무가 엉킨 것과 같으니 대나무 순이 서로 달라붙지 않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 네 방향을 닦아 적의 없이 무엇이나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위협을 극복하여 두려움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 어질고 단호한 동료 수행자, 현명하고 성숙한 벗을 얻지 못한다면,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 감각적 쾌락의 종류는 다양하고 달콤하고 즐거우니, 이것이 내개 고뇌이고 종기이고 재난이며 질병이고 화살이고 공포이다. 욕망의 가닥들에서 이러한 두려움과 위험을 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 탐욕 없이, 속임 없이, 갈망 없이, 위선 없이, 혼탁과 미혹을 태워버리고, 갈애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8. 물에 사는 물고기가 그물을 찢는 것처럼 모든 장애들을 끊어 버리고, 불꽃이 불탄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9. 홀로 앉아 선정을 버리지 말고 모든 일에 항상 법답게 행하며 존재들 가운데 위험을 똑바로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0.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때 묻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해설》



본경은 아난다 존자가 세존께 홀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연각(緣覺) 혹은 독각(獨覺)에 관하여 여쭈자 그 질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상황과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던 연각들이 홀로 명상에 들어 깨달음의 경계를 시(詩)로 읊은 것을 아난다에게 설하신 경입니다. 원래 본경에는 41개의 감흥어가 있으나 지면관계상 10개를 선택하여 역주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무소’ 는 코뿔소의 뿔을 말하는데 이 소가 외뿔로 동반자 없이 홀로 인 것처럼, 홀로 연기법을 깨달은 이를 이와 같이 비유해서 표현하고 있다고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코끼리 발자국 비유의 긴경(MN28)>에서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연기를 보는 자‘란 조건[緣]의 모임이 서로서로 의지하여 조화롭게 함께 법들을 생기게 하는[起] 진리를 보는 자라는 뜻입니다.

연(緣)으로 영원하다는 견해[常見]가 없어지고, 기(起)로 단멸이라거나 허무하다거나[斷見] 지음[業報]이 없다는 견해가 논파됨으로써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것은 “그가 짓고 그가 경험한다, 그가 짓고 제3자가 경험한다.”라는 그릇된 견해를 버리게 되어 중도(中道)에 머뭅니다.

세존께서는 마음이 머무는 곳이요 천착하는 곳이요 잠재하는 곳으로서 갈애와 사견(邪見)을 으뜸으로 강조하셨습니다. 범부중생이 목마르게 오욕(五慾)에 애착한다는 뜻을 가진 갈애(渴愛)는 마치 대나무 덤불 등이 대나무 가지들로 뒤얽혀 있듯이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재산이라는 관념에 엉켜서 생사윤회의 몸을 짓게 하는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욕망의 발로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갈애는 갈애를 먹고 더욱 더 성장합니다. 그래서 갈애에는 만족이 없습니다. 마치 새가 올가미에 걸려 있듯이 중생들은 갈애에 자유스러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청정 계행 위에 서서 삼매(선정)의 숫돌로 잘 갈아진 위빠사나(통찰) 지혜라는 칼을 손에 잡아 정진의 힘으로 갈애의 그물을 모두 풀고 자르고 부수어 버려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우리불자들이 많이 애송하고 있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물에 때 묻지 않는 연꽃같이 …”라는 시구(詩句)는 고대 인도의 베나레스의 왕이었던 자가 출가하여 통찰을 닦아 연각불이 되어 그 감흥으로 읊은 것입니다.

그는 출가 전에 사자의 위의(威儀), 어부의 그물, 연꽃 등을 사색하다가 갈애나 견해의 두려움이 생겨나더라도 이것에 엉키거나 오염되지 않겠다는 발원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법구경』에 이르기를 “삶의 길에서 자기보다 낫거나 동등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단호히 홀로 가라. 어리석은 자와의 우정은 없다.”라는 금언(金言)이 있습니다. 함께 수행을 하더라도 게으르고 정진하지 않는 자를 멀리해 교제하지 말아야 하고 지혜로운 사람과 가까이 해야 수행의 유익함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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