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라뿌따 경 (SN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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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라뿌따 경 (SN42:2)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11.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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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 대나무 숲의 다람쥐 보호구역에 머무셨다.

2. 그때 연극단장 딸라뿌따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연극단장 딸라뿌따가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3. [딸라뿌따] “세존이시여, 스승들의 전통을 이어온 이전의 배우들이 말하기를 ‘무대에서나 집회장에서 진실이나 거짓으로 대중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배우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파안대소하는 신들의 동료로 태어난다.’라고 하는 것을 저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세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십니까?”

4. [세존] “그만하라, 단장이여. 그쯤에서 멈추어라. 여기에 대해서 내게 묻지 마라.”

5. [딸라뿌따] 두 번째로 … 세 번째로 연극단장 딸라뿌따는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6 [세존] ⑴ “참으로 내가 ‘그만하라. 단장이여. 그쯤에서 멈추어라. 여기에 대해서 내게 묻지 마라.’라고 그대에게 말했건만 통하지 않는구나. 그렇지만 이제 그대에게 설명하리라.”

⑵ “단장이여, 배우는 무대에서나 집회장에서 애욕을 여의지 못하고 애욕의 폭류에 묶여 있는 중생들의 애욕을 자극하는 것들을 공연하여 그들이 더욱더 애욕에 물들게 만든다. 단장이여, 배우는 무대에서나 집회장에서 성냄을 여의지 못하고 성냄의 폭류에 묶여 있는 중생들의 성냄을 자극하는 것들을 공연하여 그들이 더욱더 성내도록 만든다. 단장이여, 배우는 무대에서나 집회장에서 어리석음을 여의지 못하고 어리석음의 폭류에 묶여 있는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자극하는 것들을 공연하여 그들이 더욱더 어리석도록 만든다. 그들은 스스로 도취하고 방일하고 남들도 도취하게 하고 방일하게 만든 뒤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파안대소하는 지옥에 태어난다.”

⑶ “그리고 만일 그가 ‘무대에서나 집회장에서 진실이나 거짓으로 대중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배우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파안대소하는 신들의 동료로 태어난다.’라는 견해를 가졌다면 그것은 그릇된 견해이다. 단장이여, 그릇된 견해를 가진 자는 두 가지 태어날 곳 가운데 하나로 갈 것이라고 나는 말하나니, 그것은 지옥이거나 축생의 모태이다.”

7.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연극단장 딸라뿌따는 ‘무대에서나 집회장에서 진실이나 거짓으로 대중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배우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파안대소하는 신들의 동료로 태어난다.’라고 말한, 스승들의 전통을 이어온 이전의 배우들에게 속임을 당하고 기만당하고 현혹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울면서 눈물을 흘렸다.



【해설】



주석서에 의하면, 딸라뿌따는 많은 배우를 거느린 전 인도에서 유명한 연극단의 단장이었다고 합니다. 「파안대소하는 지옥」라는 이름을 가진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무간지옥의 한 부분에 속하며 이곳에서는 춤추고 노래하는 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곳을 비유해서 한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연극단장 딸라뿌따는 방향을 잃어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신 세존께 경의를 표하고 세존의 곁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으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서 혼자 은둔하며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스스로 독려하며 지내 아라한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직업 중의 하나가 개그맨(gagman)입니다. TV를 통해 그들이 임기웅변으로 넣는 대사나 우스갯짓을 듣거나 보면서 대중들은 희로애락을 공감합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를 통해서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알게 모르게 쌓여진 갈애와 분노를 털어놓고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고 들을 때 지혜롭게 마음을 잡도리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의 다섯 감관을 통해 바깥 물질세계를 인식함과 동시에

마음에 드는 형상, 소리, 냄새, 맛 등에 대해서는 탐욕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성냄을,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어리석음을 드러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대중스타 따라하기’, ‘모방하기’ 등에서 이런 부정적 심리현상을 엿 볼 수 있습니다.

불교심리학적 관점에서, 산다는 것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복합적 흐름이고 지구촌 60억 명의 사람들의 신(身)·구(口)·의(意) 삼업(三業)이 흘러가 모이는 바다가 바로 이 세상입니다.

세존께서는 인간에게 눈[眼]은 바다요 그것의 흐름은 형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귀[耳]는 바다요 그것의 흐름은 소리로 이루어졌다고 설하였습니다. 우리는 형색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소리를 그대로 듣지 못하고, 나름대로 표상을 일으켜 보고 듣고 취하고 버립니다. 여기서 ‘그대로 보지 못한다.’는 뜻은 여실지견하지 못한다는 것, 즉 연기(緣起)를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법안(法眼)으로 보았을 때, 연극단장 딸라뿌따는 길[道] 위에 사는 자가 아니라 길을 더럽히는 자였습니다. 세존의 가르침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악처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그는 해탈, 열반의 길을 아시는 분, 그 길을 가리키는 아라한, 정등각자이고 여래(如來)이신 세존을 뵙고 길 위에 선 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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