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가 경 (A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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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가 경 (AN7:7)
  • /유현(幽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8.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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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그때 욱가(Ugga) 대신이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욱가 대신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놀랍습니다. 세존이시여, 로하나의 손자 미가라는 부유하고 큰 재물과 큰 재산을 가졌습니다.”

“욱가여, 로하나의 손자 미가라는 얼마나 부유하며 얼마나 큰 재물을 가졌으며 얼마나 큰 재산을 가졌는가?”

“세존이시여, 그는 수천만의 황금을 가졌는데 은(銀)은 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욱가여, 그에게는 그러한 재물이 있는가? 나는 그것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재물은 불과 함께하고, 물과 함께하고, 왕과 함께하고, 도둑과 함께하고, 싫어하는 상속인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욱가여, 일곱 가지 재물이 있나니 이것은 불과 함께하지 않고, 물과 함께하지 않고, 왕과 함께하지 않고, 도둑과 함께하지 않고, 나쁜 마음을 가진 상속인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일곱인가?”

“믿음의 재산, 계(戒)의 재산, 양심과 수치심의 재산, 배움의 재산, 베풂의 재산, 일곱 번째로 통찰지의 재산, 이러한 재산을 가진 여자나 남자를 세상에서는 큰 재물을 가진 자라 하나니 신과 인간이 정복할 수 없네.

그러므로 슬기로운 자는 부처님의 교법을 억념하면서 믿음과 계와 청정한 믿음과 법을 봄에 몰두할지라.”





【해설】

·본경에 나오는 욱가 대신은 빠세나디 꼬살라 왕의 대신이라고 주석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세존께 사왓티(사위성)에 사는 미가라 부호 상인의 손자가 큰 재산을 가진 자로 세속적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세존께서는 그런 가시적인 재물은 불과 물 같은 자연적 재해로 멸실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둑이나 권력자에 의해 침탈당할 우려가 있어서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무상한 것이라고 설법을 하셨습니다.

·인간의 보편적 욕구는 부(富), 명예, 무병장수, 사후의 행복 등을 추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부자가 되는 것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다만 올바른 수단으로 벌어서 올바른 방식으로 써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교는 중생은 물론 온 우주를 상호 의존적 인과 관계의 복합체로 봅니다. 삼라만상이 끊임없이 연속해서 생겼다가 사라진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태양계도 언젠가는 틀림없이 종말이 옵니다. 지금 여기에 사는 존재들은 그들의 업과 과보에 따른 삶이 계속되는 한 미래의 다른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일체가 다 무상(無常)한데, 무상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열반입니다. 어떤 신과 인간에 의해서도 정복당하지 않고 흔들림이 없는 절대의 경지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것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즉 사성제입니다. 불자라면 우선 사성제에 대한 정견을 갖추고 이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생각으로, 말로, 행동으로 나쁜 짓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깨달음은 지계의 바탕 없이 실현될 수 없습니다. 늘 깨달음과 도덕적 인과율은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세존께서는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악업의 과보가 뒤따른다고 말씀하시면서 지계(持戒)하고, 보시(布施)의 덕행을 쌓으라고 강조하신 것입니다.

·몸으로 짓는 행위 등에 부끄러워하고(양심) 두려워함(수치심)으로써 악행을 짓지 않아 자신을 보호하고 청정한 범행으로 인도합니다.

·열반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소멸된 상태입니다. 세존께서는 탐욕을 빛바래게 하거나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몸에 대한 부정관 명상을 수행하고, 성냄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자애명상을 하고, 어리석음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조건과 원인에 의해 일어남과 사라짐에 대한 연기(緣起)명상을 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래야 해탈지견, 즉 통찰지를 구족하게 됩니다.

·탐욕, 성냄, 믿음의 반대인 의심, 자만, 어리석음 등은 괴로움의 원인이므로 불선의 마음입니다. 아비담마(논장)에서는 유익한 법[善法]과 해로운 법[不善法]의 구별 기준을 해탈과 열반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정했는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해로운 법들이고, 비난받아 마땅하고, 지혜로운 이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고, 이러한 법들을 전적으로 받들어 행하면 손해와 괴로움이 있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 세 가지는 불교심리학에서 꼽고 있는 해로운 마음의 강력한 뿌리입니다. 탐욕과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은 어리석음이 근원적인 뿌리로 작용하지만, 탐욕과 성냄은 서로 배타적으로 이 두 가지 마음은 한 찰나에 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번뇌는 우리 마음의 해로운 상태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선(禪) 수행자들은 번뇌는 원래 공(空)한 것으로 치부하여 번뇌를 알고 보는 수행을 소홀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번뇌로 인한 고통과 과보가 따르기 때문에 번뇌와 인과를 무시하는 것은 올바른 수행이 아닙니다.

불자는 마음을 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아니 됩니다. 마음을 홀로 놔두면 마치 정원을 돌보지 않으면 잡초로 뒤덮이는 것과 같이 번뇌들이 생겨나고 자라서 그 마음을 칡넝쿨처럼 감아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 불자는 세존께서 가르치신 일곱 가지 정복당하지 않은 재물을 구족하기 위해 정진, 또 정진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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