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문화를 지키는 사람<연꽃화가 강명순씨>
상태바
제주의 문화를 지키는 사람<연꽃화가 강명순씨>
  • 강승오 기자
  • 승인 2005.05.16 2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도 작품세계도 맑은 연꽃 닮고 싶다

늦깍이 화가, 짧은 시간 불구 ‘연꽃화가’유명

작품활동 왕성…평생을 오직 연꽃 그릴터



   
 
   
 
향기(香氣)라고 하면, 달빛같은 순수한 향기가 있고, 스스로 뿜어내는 참된 향기와 깨달음의 향기가 있다. 싱그러운 표정의 산들바람 같은 향기가 있고, 고단한 삶을 충전시켜 살아가는 삶의 향기가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여기 소녀시절부터 꿈꿔왔던 예술을 향한 순수를 찾아, 그 속에 감춰진 무수한 가시에 찔려 한맺힌 고통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꿋꿋이 일어난 이가 있다.

연꽃화가 강명순(53)화백. 그녀는 해질녘 저녁노을이 눈부시게 아름다움을 보일때 그 스스로 청아한 자태를 들어내는 연꽃처럼 불혹이 훨씬 지난 후에야 이름 석자를 내세우며 화단에 등장하게 된다.

1998년 제주산업정보대 공예과 졸업전을 통해 ‘강명순’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계에 발을 들여논 강 화백은 한지를 배접해 만든 캔버스에 주로 황토색·청록색·보라색 계열의 다양한 색채를 입혀 겹치는 듯한 선결의 깊이감을 드러내는 연화(蓮花) 작품을 주로 그려오고 있다.

강 화백은 그녀의 화풍에 대해 “연꽃의 아름다운 시어(詩語)를 가슴에 담아, 환상의 세계와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해본 것”이라며 “한국적인 미(美)로써 연화장 세계를 장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한다.

소녀시절 그녀의 꿈은 패션디자이너였다. 결혼과 함께 육남매의 어머니로서 바쁜 생활을 해왔던 강 화백은 미술에의 꿈을 접지 못해 제주산업정보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연꽃을 주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며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하루 12시간 이상씩 맹렬히 작품에 몰두하며 그녀의 길을 걸어왔다.

“연꽃의 청정하고 기품있는 곡선과 향기로움은 환희의 절정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어요. 비록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연(蓮)에는 인생의 윤회사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부처님의 손처럼 넉넉함으로 연꽃을 그리다보면 극락에 와 있는 듯 해요(웃음).”

요즘 강 화백은 연꽃의 실제의 형태미를 그대로 그리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소재라 할지라도 화가 자신의 미의식과 미적 감성으로 용해시키고 걸러내 회화적인 이미지로 재생산 해내는데 고민한다.

“연꽃의 분위기는 부드럽고 따스하며 정열적인 색채 이미지가 있지만 묘사기법과 전체적인 붓터치는 곱고 부드럽다”며 그만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귀뜸했다.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서양적이기보다는 동양적 스타일이라는 강 화백은 유채화일지라도 한지 화판이라는 재료 및 소재부터 동양화의 화법과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서양화의 기법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강 화백은 일본국제공모전에서 마스터즈 국제 대상과 한국여성미술 공모전 금상 등을 받았으며 4차례의 개인전과 20여 차례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가했다. 현재 蓮(연)디자인 대표로 예형회, 형전, 한국여성작가회, 옹기문화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오롯이 ‘연꽃’을 주제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를 두고 ‘연꽃화가’라고 부르는 것이다.

   
 
   
 
“작품을 하면서 힘이들때면 항상 부처님을 찾아 기도를 드리곤 했어요.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저를 내려다보시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셨지요. 그래서 내년 개인전에는 부처님을 그려보려고 해요. 감히 부처님의 상호를 그린다니 아직 공부가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수행자의 치열함으로 부처님을 그리고, 연꽃을 그리는 강명순 화백. 그는 편안하고 환상의 세계에 들 수 있도록 살아있는 듯한 생명력을 지닌 연꽃을 그려내는데 앞으로 그의 작가적 역량을 모두 쏟아부을 것이라며 힘주어 붓을 집는다.

“큰 길에 버려진 쓰레기 무더기에서도 연꽃의 향기는 생겨나서 길가는 모든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듯이, 이와같이 쓰레기처럼 눈먼 중생 가운데서 바로 깨우친 사람은 지혜에 의해서 찬란하게 빛이 난다….”

화엄경의 한 구절이다. 강명순씨의 그림이 이런 향기를 뿜어내는 작품인 것이다. 한국화적인 색상으로 묘사돼 전통과 모더니즘의 융화를 그리고 있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서는 칠보같은 느낌의 매력이 발산되고 있다.

/글·강승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