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경 (AN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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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경 (AN3:79)
  • 유현 김승석
  • 승인 2016.04.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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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아난다] “세존이시여, 바람을 따라 가지만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 세 가지 향기가 있습니다. 뿌리의 향기와 심재의 향기와 꽃의 향기입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바람을 따라 가지만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 세 가지 향기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바람을 따라 가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 가기도 하고 바람을 따르기도 하고 거스르기도 하는 그런 향기가 있습니까?”


[세존] “있다, 아난다여, 바람을 따라 가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 가기도 하고 바람을 따르기도 하고 거스르기도 하는 그런 향기가 있다.”


[아난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어떤 향기가 바람을 따라 가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 가기도 하고 바람을 따르기도 하고 거스르기도 합니까?”


[세존] “아난다여, 여기 마을이나 성읍에 사는 여자나 남자가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한다. 그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을 멀리 여의고, 삿된 음행을 멀리 여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멀리 여의고, 방일하는 근본이 되는 술과 중독성 물질을 멀리 여의고, 계행을 구족하고, 선한 성질을 가졌고, 인색함의 때를 여읜 마음으로 재가에 머물고, 아낌없이 보시하고, 손은 깨끗하고, 주는 것을 좋아하고, 요구하는 것에 반드시 부응하고, 보시하고 나누어 가지는 것을 좋아한다. 아난다여, 바로 이러한 향기가 바람을 따라 가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 가기도 하고 바람을 따르기도 하고 거스르기도 한다.”


[세존의 게송]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오지 못하고


전단향과 따가라와 재스민 향기도 마찬가지라네.


여기 착한 사람이 있어 그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오나니


참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가네.”



【해설】


·바라보니 뜰 안에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바람을 따라 사방으로 퍼진 매화 향기에 겨우내 자취를 감췄던 꿀벌들도 손님으로 찾아와 뜰 안에서 ‘윙윙’거립니다. 매화 차 한잔에 울적한 마음은 스르르 풀립니다. 이와 같이 꽃향기는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듭니다.


·본경에서 세존께서는 꽃향기에 비유하여 계(戒)의 향기와 보시의 향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계행이 청정하고 보시공덕이 수승한 사람에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마치 꿀벌이 꽃을 찾듯이.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합니다.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향기로운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꽃향기는 바람이 있어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지계와 보시공덕을 갖춘 사람은 말의 향기로 사람들을 끌어 모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말을 하는 사람과 사귀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동행합니다.


·수년 전 제주에서 혜민 스님의 ‘마음치유 콘서트’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스님이 제시한 마음치유의 방법은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입니다. 자慈는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자타 모두에게 예외 없이 모든 존재들의 번영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悲는 동정심으로, 다른 존재들의 고통을 제거해 주려는 마음입니다. 희喜는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으로,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남들을 이해하여 주는 마음입니다. 사捨는 평정심으로, 대상을 끌어당기거나 배척하지 않은 균형 갖춘 마음입니다.


·인간의 내면에 사무량심이 충만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면서 꽃보다 아름답고 봄바람보다 부드러운 말로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평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구슬은 쏟고 다시 담을 수 있지만 말은 내뱉고 다시 담을 수 없다.”라는 속담에서 화자話者의 느낌과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고, 그리고 남의 감정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지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4.13총선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선거철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특정 정치인 또는 예비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막말과 비방이 최근 SNS를 통해 더욱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발 없는 말은 천리를 달리고, 다중의 헐뜯음은 뼈도 깎는다[積譖磨骨].”는 격언이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그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 『숫타니파타, 657』


·매월당 김시습은 대개 언어에 법도가 없으면 허물과 근심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을 하거나, 또는 감언이설로 사욕을 채우려 하거나, 칼보다 날카롭게 세상사를 단죄하려는 거친 말과 섬뜩한 말이 회오리칠수록 대한민국공동체는 불신의 늪에서 헤어날 길이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말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다가 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공처럼 물에 잘 뜨기도 합니다. 조선의 매월당께서 대개 언어에 법도가 없으면 허물과 근심이 생긴다고 말했듯이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을 하거나, 또는 감언이설로 사욕을 채우려 하거나, 칼보다 날카롭게 세상사를 단죄하려는 거친 말과 섬뜩한 말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핵무기 협박을 하는 북한의 위정자들은 세계를 향해 뱀처럼 혓바닥을 날카롭게 하고 말에는 독사처럼 독을 품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지구촌 공동체의 화합을 깨뜨리는 독설입니다.


·여법(如法)하게 말할 줄 알면 말해야 할 때도 알게 됩니다. 조선의 성리학자 ‘이이 율곡’은 사람의 과실은 흔히 말에서 나오는 것이니 말은 반드시 정성스럽고 미덥게 시기에 맞춰 말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말하려는 것이 있거든 그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평정을 잃고 불쾌감을 느끼며 마음이 흔들릴 때는 흔들릴수록 말로 인하여 죄업을 범하는 일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말이란 남의 가슴에 목을 박기도 하고 찡그린 얼굴에 꽃을 피워 주기로 합니다. 서로간의 오해도 말 한마디로 이른 봄 눈 녹듯 풀리는 수가 있습니다. 온정이 깃든 말은 삼동(三冬) 추위도 녹인다는 중국의 속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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