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의 경 (Stn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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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의 경 (Stn 1:12)
  • 유현 김승석
  • 승인 2016.04.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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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근본을 살펴 그 씨앗을 부수고 그것에 물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 생멸의 끝을 본 성자(聖者), 사려를 버리고 헤아려지지 않는 자이다.

2. 모든 존재의 처소에 대하여 잘 알아, 그것들 가운데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그는 탐욕을 떠난 무욕의 성자이다. 피안에 도달해 다툼이 없기 때문이다.

3. 힘이 지혜에 있고, 계행과 덕행을 지키고, 삼매에 들고, 선정을 즐기며, 알아차림이 있고, 갈애를 끊어 해탈한 자, 현명한 자들은 그를 또한 성자로 안다.

4. 홀로 살면서 방일하지 않는 성자,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자, 현명한 자들은 그를 또한 성자로 안다.



【해설】

빠알리 어(語)로 성자를 즉 모니(牟尼 muni)라 부릅니다. 다가오는 5월 14일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땅이 오신지 2560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생긴 이래 역대 부처님은 모두 스물다섯 분입니다. 고따마 부처님이 바로 25번째 부처님이십니다.

석가족의 성자라는 의미에서 대승불교 국가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초기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실현한 예류자, 일래자, 불환자, 아라한을 포함한 네 가지로 여덟이 되는 참사람, 즉 사쌍팔배(四雙八輩)에 속한 자를 성자라 합니다. 구족계를 받은 스님들은 성자의 혈통 또는 가문에 든 분(種姓者)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삼매를 체득하지 못하였다면 성자의 흐름에 들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본경에서 세존께서 이르신 ‘근본을 살펴’의 법어(法語)는 오온과 갈애가 일어나는 처소인 12처(六根과 六境), 18계(界)가 근원적으로 고통스런 괴로움의 성질[苦苦性]을 갖고 있음을 두루 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씨앗을 부수고’의 법어는 다시 태어남을 유발하는 느낌과 갈애가 ‘나의 느낌과 갈애이고, 이것은 나의 것이고, 나의 자아이다.’라는 이른바 자아의식, 자아관념을 깨버린다는 말입니다. 비가 내려야 씨앗에서 새싹이 움트듯 갈애와 사견(邪見)의 물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생사윤회가 계속됩니다.

성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자아관념, 자아의식이 없기 때문에 뭔가를 바람이 없이 구하며, 가져도 교만하지 않고, 알아도 겸손합니다.

반면에 범부(凡夫)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릅니다. 내가 있다는 자아의식을 갖고 있어서 탐욕으로 잘못을 범하고, 가지면 가질수록 교만하고, 알면 알만큼 자아가 강해져 ‘갑옷 같은 자아’로 무장하고 상대방을 억누르거나 무시합니다. 하지만 성자는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생겨난 분노를 극복하고, 탐욕을 남김없이 끊고, 갈애와 자만을 남김없이 끊습니다.

본경에서 세존께서 이르신 ‘모든 존재의 처소’의 법어는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를 말합니다. 이 세계는 윤회의 세계로서 생사(生死)의 고(苦)가 그치지 않는 형성된, 조건 지어진 세상이어서 영원한 안식처가 아니므로 성자는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립니다.

지혜가 없으면 혼미하여 감각적 욕망이 마음을 지배합니다. 알아차려서 깨어있을 때는 지혜가 마음을 지배합니다. 지혜가 있어야 마음이 오염되지 않고 청정을 유지합니다. 성자들에겐 이런 지혜의 힘이 매우 왕성합니다. 이 지혜가 힘이 있고 믿음이 굳세면 계행이 청정하고 덕행(=두타행)을 지켜 파계하지 않습니다.

숲속에서 진리(담마)에 정통하고 진리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는 진리의 보호자가 성자입니다. 성자는 평온하고 증오가 없고 두려움이 없어서 어떠한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성자는 욕망과 탐욕의 그물에 걸리지 않습니다. 비록 예토(穢土)에 머물더라도 공덕도 악행도 초월하고 지금 여기에 청정한 삶을 삽니다. 진흙이 아니면 연꽃이 피어날 수 없듯 번뇌를 돌이켜 보리심에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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