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경 (AN 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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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경 (AN 4:110)
  • 유현 김승석
  • 승인 2016.04.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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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뱀의 비유와 같은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무엇이 넷인가? 독(毒)이 빨리 퍼지지만 오랫동안 고통을 주지 않는 자, 독이 오랫동안 고통을 주지만 빨리 퍼지지 않는 자, 독이 빨리 퍼지고 오랫동안 고통을 주는 자, 독이 빨리 퍼지지도 않고 오랫동안 고통을 주지 않는 자이다.“

2.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사람이 독이 빨리 퍼지지만 오랫동안 고통을 주지 않는 자인가? 자주 화를 내지만 그 화가 오래가지 않는 사람이다.”

3.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사람이 독이 오랫동안 고통을 주지만 빨리 퍼지지 않는 자인가? 자주 화를 내지 않지만 그 화가 오래가는 사람이다.”

4.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사람이 독이 빨리 퍼지고 오랫동안 고통을 주는 자인가? 자주 화를 내고 또 그 화가 오래가는 사람이다.”

5.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사람이 독이 빨리 퍼지지도 않고 오랫동안 고통을 주지도 않는 자인가? 자주 화를 내지 않고 또 그 화가 오래가지 않는 사람이다.”



【해설】

빠알리 어(語)로 성자를 즉 모니(牟尼 m≪앙굿따라 니까야(증지부)≫ 중 「넷의 모음」에 나타나는 주제 가운데, 사람을 네 가지로 분류한 경들이 아주 많습니다. 현대 불자들은 이런 경들에 실린 가르침을 통해서 부처님의 인간에 대한 성찰과 고찰이 얼마나 깊고 예리한지를 공감하고 그 스스로 참사람이 되기를 발원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10대 명호 가운데,‘조어장부’라는 존칭이 있습니다. 본경에서 불자들은 조어장부로서의 세존의 진면목을 살펴보고 감동을 받게 됩니다.

불교에서는 해로운 마음은 욕계 중생들에게만 있다고 말합니다. 그 마음을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 등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이에 더하여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은 슬픔이 함께하고 적의(敵意)와 결합되고, 또 타인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것과 그것이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의 두 가지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세존께서는 가야산의 정상(가야시사)에서 산 아래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시고서는 가섭 삼형제를 포함한 1000명의 비구 승가들에게 일체(12처)가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 의해 불타오르고 있음을 설하셨습니다. ≪불타오름 경 (SN 35:28)≫

2600여 년이 지난 지금 여기도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마그마가 상승하여 분화구를 통해 지표면으로 흘러나오듯 분노의 화마가 독사의 맹독보다 더 무섭게 세상을 삼키고 있습니다. 보복운전, 층간소음에 의한 폭행, 묻지마 살인 등 순간적 감정에 기인한 충동 형 범죄로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왜 도덕이 망가져 이 지경입니까?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병리현상의 배경에는 현대인들의 분노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분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런 감정입니다.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한 목표달성이 좌절되었을 때 흔히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세상사 살다보면 때로는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원하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받은 일이 생기면서 불만의 더께가 쌓여 분노로 폭발합니다. 한 순간의 분노로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아주 소심한 사람들도 화가 나면 정신을 잃고 싸웁니다.

분노의 표현도 가지가지입니다. 어릴수록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공격행동을 취하지만 어른이 되면 비웃고 비난하고 음모적이며 에둘러 말합니다. 방향에 따라서는 두 가지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되면 침울하고 무기력한 느낌이 일어납니다. 남에게 향하게 되면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거의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주고 폭력을 행합니다. 우울과 폭력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화가 쌓이게 되면 나에게 향한 화는 자살이 되고, 남에게로 향한 화는 범죄가 됩니다.

세존께서는‘마치 어머니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는 자애심을 닦아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화는 화를 낳을 뿐입니다. 오로지 자애만이 성냄과 적대심을 녹일 수 있기 때문에 성냄의 공성(空性)을 통찰하고 인욕바라밀을 수행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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