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사람 경 (AN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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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사람 경 (AN 4:73)
  • 유현 김승석
  • 승인 2016.04.2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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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네 가지 법을 구족한 자는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한다. 무엇이 넷인가?”

2. “비구들이여, 여기 참된 사람은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비난거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물며 묻지 않았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가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고 머뭇거리면서 빠트리고 상세하지 않게 남의 비난거리를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런 존자야말로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한다.”

3. “비구들이여, 참된 사람은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칭찬거리를 드러낸다. 하물며 물었을 경우에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가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으면서 철저하고 상세하게 남의 칭찬거리를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런 존자야말로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한다.”

4. “비구들이여, 참된 사람은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난거리를 드러낸다. 하물며 물었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가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으면서 철저하고 상세하게 자신의 비난거리를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런 존자야말로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한다.”

5. “비구들이여, 참된 사람은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칭찬거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물며 묻지 않았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가 질문을 받으면 주저하고 머뭇거리면서 빠트리고 상세하지 않게 자신의 칭찬거리를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런 존자야말로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한다.”



【해설】

빠알리 어(語) 쌉뿌리싸(sappurisa)의 의미는 번역자에 따라 뉘앙스에 차이가 있습니다. 한역 아함경에서는 선남자(善男子)로 번역하고, 「청정도론」의 저자인 붓다고사 스님은 ‘진리(dhamma)를 따르는 진실한 사람’으로 정의하기도 하고, 비구 보디스님은 ‘훌륭한 사람’으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초기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실현한 예류자, 일래자, 불환자, 아라한을 포함한 네 가지로 여덟이 되는 사쌍팔배(四雙八輩)에 속한 자를 참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참 사람을 존자라고 번역하였다는 점에서 성자(聖者)를 지칭하는 사쌍팔배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고, 반면에 비난받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런 느낌입니다.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하고 오히려 비난하는 말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법구경』에는 칭찬과 비난에 대한 부처님의 금언이 있습니다. “오직 비난만 받는 사람도 오직 칭찬만 받는 사람도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고, 현재에도 없다.”라고.

아라한(존자)의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 세상에서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몸으로, 말로, 마음으로 절제된 지혜로운 사람은 칭찬과 비난의 양안(兩岸)에 머무르지 않고 열반의 바다로 향합니다.

칭찬과 비난은 즐거움과 괴로움을 낳습니다. 이것들은 당나귀를 채소밭 사이 길로 몰고 나가는 데 필요한 당근과 채찍으로 볼 수도 있으나, 윤회의 두엄이 됩니다. 비록 출가 스님이라 할지라도 칭찬과 비난에 사로잡힌 것은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꿰인 것과 같다는 비유를 통해 세존께서는 경책하셨습니다.

비난받을 일 없이 산다는 것은 세속인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만족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의 윤리덕목으로 오계(五戒)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범부들은 여럿이 모여 앉아서 남의 허물을 보는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것도 모자라 질투와 시기심으로 비난하고 욕하고 음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참 사람은 남의 허물, 세상의 허물을 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허물과 부족한 점을 살펴 참괴(慙愧)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육조 혜능 대사도 이렇게 교계하셨습니다. “만약 진정으로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허물을 보지 않고 마땅히 스스로 자기의 허물을 보아야 도에 있어서 잘 맞을 것이다.”라고.

무화과나무에서 꽃을 찾아도 얻지 못하듯, 존재의 덧없음을 통찰한 지혜로운 이는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처럼 자신의 허물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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