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경 (SN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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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경 (SN36:1)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6.05.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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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허공에는 가지각색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동에서, 서에서, 북에서, 남에서 불어오는 바람, 먼지 섞인 바람, 먼지 없는 바람, 더운 바람, 찬바람, 부드러운 바람, 거센 바람들이다.”

2. “비구들이여, 마찬가지로 이 몸속에서도 가지각색의 느낌이 일어난다. 즐거운 느낌이 일어나기도 하고 괴로운 느낌이 일어나기도 하며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느낌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3. 세존께서 이와 같이 게송을 읊으셨다.

“저 위의 허공에는 온갖 바람들이 불고 있어

동에서 오는가 하면 서에서도 오고

북에서도 오는가 하면 또 남에서도 불어 닥치도다.

먼지 섞인 바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것도 있고

찬바람인가 하면 더운 것도 있으며

거센 바람인가 하면 부드러운 바람도 불고

가지가지로 바람이 불고 있도다.

그와 같이 여기 이 몸속에서도 가지가지로 느낌이 일어나나니,

즐거운 느낌들, 괴로운 느낌들,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들이라.

그러나 비구가 열심이어서 분명히 살피어

다시 태어남의 기반을 허물기에 열심히 하면

마침내 모든 느낌을 철저하게 아는 현자가 되리니.



【해설】



마음은 허공과 같습니다. 사람은 눈·귀·코·혀·몸의 다섯 감각기관을 통해 매순간 우주 삼라만상과 마주합니다. 마음은 허공과 같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대상을 압니다.

마음은 아는 것으로 그치고 그 후에 어떻게 반응하거나 무엇을 꾸미지 않습니다. 마음이 대상을 알고 나서 괴로워하거나 즐거워하는 것은 수(受)라는 느낌이 하는 것입니다. 또 생각하는 것은 상(想)이라고 하는 지각이 하는 것입니다.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행(行)이라는 의도가 하는 것입니다.

마음은 물질이 아니어서 알 수 없고, 오로지 마음과 함께 일어나는 느낌과 지각과 의도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작용인 수·상·행 세 가지를 신하(臣下)에, 아는 마음인 식(識)을 왕(王)에 비유합니다.

사람의 삶이란 이와 같이 내내 느끼고 표현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신하의 동정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코라는 감각기관이 냄새라는 대상을 바람에 따라 맡고 이것이 똥냄새인지, 향긋한 냄새인지 아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 마음이 대상을 알고 나서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거나 괴로워한다거나 하는 것은 마음의 역할이 아닙니다. 마음의 작용인 수, 상, 행이 일으킨 일들을 마음이 단지 받아들여서 아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일체의 신들과 인간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정신을 이와 같이 분류하셨습니다. 마음공부가 불교공부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이 밖으로 나가면 좋거나 싫거나 반응을 하게 되어 번뇌를 일으킵니다. 매순간 형상·소리·냄새·맛·촉감 등에 끌려가면 느낌의 노예로 살게 됩니다. 흡연, 술 중독, 욕설, 폭력, 파괴, 도박, 도둑질, 자해, 자살 등의 습관적인 것들이나 극단적인 현상은 모두 정신적 느낌으로 인해서 생긴 불선(不善)의 법들입니다.

마음에는 가지각색의 느낌의 바람이 일어납니다. 그 느낌은 찾아온 손님입니다. 그것들은 인연법에 의해 나타날 만해서 나타난 것이므로 찾아온 손님을 내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찾아온 손님을 ‘그냥 찾아왔네!’라고 알아차리는 ‘느낌 명상’을 해야만 번뇌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참선을 통해 느낌의 무상함을 꿰뚫어 알고, 기쁨 없음을 알고, 그 느낌마저 ‘내 것’이 아님을 아는 지혜를 계발해야 한다는 것이 본경의 가르침입니다.

느낌의 노예로 살면 윤회의 고(苦)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다[心外無佛]”는 불조(佛祖)의 금언에 도(道)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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