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움 경 (AN 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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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움 경 (AN 3:126)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2.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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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경전》

1. “비구들이여, 나는 오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고 걸식을 위해서 바라나시로 들어갔다. 탁발을 하다가 어떤 비구가 선(禪)의 행복은 없고 밖의 감각적 욕망의 행복에 빠져 알아차림을 놓아버리고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집중되어 있지 않고 마음이 산란하고 감각기능이 제어되지 않은 것을 보았다. 그 비구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비구여, 그대는 자신을 더럽게 하지마라. 비구여, 자신을 더럽게 하여 비린내를 풍기면 파리들이 그대에게 몰려들지 않을 것이고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경우는 없다.’라고.”

2. 그러자 그 비구는 나의 이런 교계를 듣고 절박함을 일으켜 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더러움이고 어떤 것이 비린내며 어떤 것이 파리입니까?”

3. “비구여, 탐욕이 더러움이고 악의가 비린내며 악하고 해로운 생각이 파리이다. 비구여, 참으로 자신을 더럽게 하여 비린내를 풍기면 파리들이 그대에게 몰려들지 않을 것이고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경우는 없다.”

【해설】

인간은 누구나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눈으로 인식되는 형상, 귀로 인식되는 소리, 코로 인식되는 냄새, 혀로 인식되는 맛, 몸으로 인식되는 감촉들이 그것입니다.

보통사람들은 밖의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이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밖의 대상이 있어서 마음속에 이와 관련된 생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불교에서는 세상의 다채로운 대상들, 즉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은 감각적 욕망이 아니라 생각을 통해서 생긴 애욕을 인간의 감각적 욕망이라 말합니다.

오감(五感)이 바깥 경계(대상)에 부딪치면 느낌과 생각[受想]이 반드시 일어납니다. 어떤 때는 좋은 생각이나 즐거운 느낌이 일어나고, 또 어떤 때는 나쁜 생각이나 괴로운 느낌이 일어납니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그것을 원한다는 뜻이며, 무엇인가를 싫어한다는 생각은 그것을 거부한다는 뜻입니다.

그 생각에 따라 일어난 애증(愛憎)은 늘 그것에 어울리는 불변하는 자기 존재[有身見]가 있음을 만들게 된다고 세존께서 강조하셨습니다. 그 생각이 긍정적이고 선하면 그 과보도 그러하고, 그 생각이 부정적이고 나쁘면 그 과보도 그러하다는 말씀이십니다.

우리 불자들은 오너운전을 하다가 ‘끼어들기’ 운전을 보면 무의식중에 화가 나는 것을 느껴 보았을 것입니다. 반면에 비록 끼어드는 차가 있더라도 내 자신이 이 정도에 대해 화가 나지 않을 만한 생각, 즉 ‘사정이 급한 것 같다“라고 너그러운 마음을 내면 일어나던 화도 멈추게 된다는 점도 느껴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후자의 생각, 마음 씀입니다.

B.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기 위하여 태어났다. 그러므로 사람은 한시도 생각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라고 말했듯이 생각하는 모습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과거의 일을 되새기면 괴로운 느낌이 일어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고, 미래의 일을 떠올리면 기대와 불안감으로 마음은 촐랑거립니다. 이와 같이 생각은 들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떠돌면서 자기 자신의 평온한 삶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리곤 합니다. 번뇌, 망상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과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거나 술과 마약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세존께서는 눈과 귀를 단속하지 않고 감각기능들을 제어하지 않는 사람에게 욕망을 의지하는 나쁜 생각이라는 파리 떼가 몰려든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부정적이고 해로운 생각을 긍정적이고 유익한 생각으로, 또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현실적인 생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탐심(貪心)의 발로입니다. 이런 생각들에 대해 집착하거나 거부하거나 무시하지도 말고, 그것들이 인연 따라 생겨나는 것이고, 내 생각이 아니라고 알고 보는 지혜를 개발해야 합니다. 중생을 향해 탐욕과 관련된 생각이 일어나면 몸에 대한 부정관 명상을, 또 성냄과 관련된 생각이 일어나면 자애 명상을 하라는 것이 세존의 교설입니다. 생각 멈추기 위해서 잠시 호흡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편입니다.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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