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의 집<제주시 화북2동 ‘선암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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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의 집<제주시 화북2동 ‘선암석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5.06.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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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석같은 믿음으로”



   
 
   
 
제주시 연삼로 화북공업단지 입구 사거리를 지나 동쪽으로 조금 간 곳에 ‘선암석재’가 자리하고 있다.

‘윙~ 윙~’거리는 기계톱 소리 사이로 석재장에는 분주하게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눈에 띈다. 초여름 볕 아래서 눈 밝혀 반야심경 서각에 몰두해 있는 이진옥(53· 연화사 신도) 대표를 사무실 옆 야외 작업장에서 만났다. 취미생활로 벌써 15년을 새겨왔다고 하나, 그 솜씨는 이미 취미수준이나 아마추어는 아닌 듯 했다.

선암석재는 각종 건축 석재를 판매하고 있으며 건축현장의 석재시공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필리핀·브라질 등 세계 각 국에서 대리석을 수입해 보급하고 있다. 그뿐인가. 석재와 관련된 공구도 취급한단다. 그래서 제주도내의 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이대표는 은근히 자랑을 한다.

“15년 전 제주도에 첫 발을 내 디뎠을 때는 전혀 연고가 없어 힘이 들었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철저하게 쌓아온 신용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대표의 모습은 어느새 제주여인의 억척스런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이곳에는 필리핀계 외국인 노동자 마크(26) 씨와 지미(33) 씨가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이씨는 손수 만든 음식으로 이들과 점심을 꼭 함께 한다. 그래서 일까. 이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60∼70년대 한국인들의 모습이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어요. 월급날 이들에게 은행에서 송금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겨주려고 합니다” 작은 성의이지만 그들에겐 큰 위안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98년 관음불교대학을 졸업하면서 명원행(明願行)이라는 법명을 받은 이씨. 계사스님께서 “‘항상 밝은 일을 많이 하라’는 뜻에서 지어주셨는데…”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씨는 좌우명은 ‘무아(無我)’란다.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며 지금까지 사업체를 이끌고 올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 바로 나의 것, 나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집착을 배제하는 것이 좌우명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신심이 금강석(金剛石)만큼이나 단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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