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을 향한 보살의 한량없는 사무량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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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을 향한 보살의 한량없는 사무량심의 마음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3.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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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초대석 오홍식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회장·탐라성보문화원장<2>
오홍식 회장은‘견아중생 환희발심’이라는 철학을 갖고 40여년의 공직과 불자의 삶을 살아왔다.

회장실은 봉사자들의‘카페’
오홍식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회장은 본 기자를 회장실에서 맞이하면 차 한 잔을 권한다. 원두커피가 어떠하냐는 제의에 ‘그 맛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원두커피를 갈아 핸드드립 하는 오 회장의 솜씨가 수준급이다. 회장실이라는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진한 커피의 향기로 내방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감동을 받고 마음이 움직인다. 
이렇듯 오 회장은 적십자 50여개 봉사단체 소속 2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회장실을 찾을 때마다 커피를 내린다. 자연스럽게 회장실은 자원봉사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 안에서 누구나 거부감 없이 서로 봉사에 대한 허물없는 이야기는 물론 자원봉사 간의 소통의 창구를 되니 회장실은 적십자사 제주지사의 ‘카페’였다.


인도주의 정신으로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
오 회장은 지난달 23일 숭고한 인도주의 정신으로 나눔문화 정착과 복지증진에 힘써나갈 제33대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2014년 8월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상임위원으로 2년여 동안 활동했다. 물론 그 이전 제주부시장 재임 당시 도민의 안전과 교육에 큰 역할을 하는 적십자와의 인연의 고리는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재난시 빠른 구호활동은 행정시와의 지속적인 상호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 회장은 취임사에서 안정적 재원 조성을 통한 인도주의 활동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임기간 동안 도민 1%가 적십자사 정기후원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재원 확보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그동안 적십자회비는 읍면동 반장의 협조를 얻어 지로용지 배부 등을 통해 회비납부에 만전을 기해왔다. 

올해 목표 11억원을 추가 모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오 회장은 “제주의 건설경기가 고공행진을 하다가 한풀 꺾이면서 법인들의 동참율이 저조하다”며 “사업자들의 참여를 이끌 여론을 조성하는 등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적십자자사 제주지사는 올해 ‘이웃과 자원봉사자가 함께하는 적십사’란 목표를 내세웠다. 제주도 43개 읍·면·동별 봉사회를 결성, 취약계층에 필요한 지원을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도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오 회장은 “전시의 부상자 구호를 위한 중립적 민간 국제기구 창설의 필요성에 의해 적십자가 창립됐듯 만약 전시 때 읍면동의 연계가 되지 않으면 구호활동이 어렵다”고 전제하며 “읍면동별 봉사회의 결성은 조직 활용과 소외된 이웃의 보호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기적 비전으로 사옥 이전을 꼽았다. 지난 1984년 신축한 현 부지에 적십자사 사옥을 신축한 지 32년이 지났다. 적십자사 조직이 10배 이상 확대된 만큼 사옥 이전은 필수라는 게 오 회장의 생각이다.

“제주시 시민복지타운에 400여평의 부지가 조성돼 있지만 예산문제로 아직까지 발이 묶어 있습니다. 사옥을 이전하는데 현 청사를 처분하고 국비와 지방비 등을 확보한다면 그 꿈은 멀리 있지 않다고 봅니다.”


부처님을 위해 태어난 사람
오 회장은 공직 선배였던 이종만 선배의 권유로 1976년 도내 최초 청년불자 신행단체였던 제주불교법우회 활동을 시작으로 남성불자 거사림의 태동인 (사)붇다클럽, 공직자들의 신행단체인 도청반야불자회 창립 등 제주불교계에 없어서는 안 될 굵직한 신행단체를 창립한 신심 깊은 불자로 정평이 나 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 따라 절에 다니면서 불교와 연을 맺었다”고 회고한 오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찬불가가 익숙하지 않은 시절, 제주불교법우회에서 홍영희 지휘자를 모시고 합창단을 구성해 교도소, 군부대 위문공연 등을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며 “하지만 법우회가 1980년대 후반 활동이 미미해지면서 그 청년불자가 주축이 된 붇다클럽이 1992년 창립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붇다클럽은 48명이 발기인이 되어 출범, 현재 도내 신행단체 가운데 7개 자회를 둔 도내 최대 신행단체로 성장했다. 1997년 100여명으로 회원이 증가하면서 자회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당시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홍 회장이 4개 자회 확대하는 조직 개편안을 선보였다. 붇다클럽은 제주 거사불교의 상징으로 치마불교로 치부되던 한국불교를 격상시킨 보배같은 존재다. 
그 무렵인 1995년 오 회장은 제주도청 비서실장 소임 당시 많은 스님들이 도청을 방문하는 것을 보며 불교만의 소통창구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제주도청반야불자회다.

초대 이종만 회장이 소임의 바통을 이어받은 게 오홍식 회장이다. 지난 2002년 8월 창립된 도청반야불자회는 5년 동안 국내 적멸보궁과 사찰 성지순례, 교리 공부, 1080배 정진 등 문수보살의 지혜, 보현보살의 행원, 관세음보살의 대자비를 갖춘 공무원 불자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갔다. 
자연스럽게 반야불자회는 사찰과 행정의 교량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연결고리는 2005년부터 도내 248개의 사찰을 직접 방문해 법당 상단에 양초를 올리거나 주지 스님께 전달하며 인연공덕을 짓고 있다.

매년 대상 사찰의 횟수를 늘려 현재 280여개 사찰을 대상으로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올 무렵이면 각 회원들이 주말마다 읍면동 지역 사찰을 순환하며 양초를 공양하고 있다.
오 회장은 “각 사찰 주지 스님들은 공무원불자들이 자율적으로 사찰에 초 공양을 올린다는 감동받는다”며 “초를 공양하며 주지 스님들의 사찰 운영의 애로 사항도 청취하는 한편 스님들마다 들려주시는 감로법은 회원들에게 메마른 삶의 단비와 같다”고 말했다.

사찰에 공양하는 초 겉표지에는 “부처님의 자비광명의 등불을 제주도민을 위해 밝혀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쓰는 등 이처럼 도청반야불자회원들은 자신의 몸을 태워 밝은 빛을 밝히는 초처럼 어둠을 밝히고 남을 이롭게 하는 아름다운 공무원 불자가 되겠다는 다짐하고 있다. 
오 회장이 지난 2014년 8월 명예퇴직에 앞서 ‘문화재 지원’이 ‘불교 지원’이라는 종교편향 논리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퇴임 후 불교계의 논리적인 대응력이 부족했던 것을 풀어나가는 열쇠가 바로 탐라성보문화원의 첫 걸음이었다

도내 종단과 종파를 초월한 도내 사부대중이 오 회장과 같은 뜻이 모아졌고, 불교문화창달의 디딤돌인 ‘탐라성보문화원’을 2016년 12월 창립함 동시에 원장이라는 중요 직책에 임명된다.  
본격적으로 불교문화재가 국가의 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불교문화재로 편향되는 것을 바로잡고자 ‘불교문화재 인식 바로 세우기’에 돌입한 것이 지난 11월 개최한 창립기념 세미나다.  옛 불교문화재를 현대적 각색을 통해 문화재 활용에 선봉에 있는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을 초청, 주제발표한데 이어 도내 주요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나서, 탐라성보문화원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탐라성보문화원은 두 번째 세미나를 오는 11일 오후 3시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회의실에서 마련한다.‘근대 제주불교의 태동지 역사 정립을 위한 세미나’로 제주불교 전통문화의 자산적 가치 보존방안과 불교전통문화 콘텐츠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견아중생 환희발심(見我衆生 歡喜發心)’이라! 오 회장의 공직자로서의 철학이자 불자로서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이 샘솟도록 하자’는 뜻은 자신을 만나는 민원인들마다 친절로서 기분 좋게 해드려야 하는 공직자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희발심은 불교에서 중생을 향한 보살의 한량없는 마음 네 가지인 사무량심(四無量心)의 뜻과 비슷하다. 부처님의 제자로써 오 회장을 대하는 모든 도민들에게 환희심과 기쁨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참 불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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