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업보
상태바
인연과 업보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시론

박근혜가 2017년 3월 12일 자택으로 돌아왔다. 4년 13일만이다.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는 2013년 2월 25일 삼성동 자택을 떠나면서 동네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5년 후 “좋은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삼성동 주민들은 “멋있게 박수 받으면서 돌아오세요” 라는 화답을 받고 떠났다. 4년 13일이 되는 날, 탄핵된 전직 대통령으로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그의 일생 역정을 보면 ‘대통령의 딸’, ‘신비의 공주’, ‘선거여왕’, ‘첫 여성대통령’, ‘첫 탄핵된 대통령’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돌아오는 날 자택 골목은 “박수 받으며 돌아오라”고 주문한 동네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태극기 집회 지지자들로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필자보다 개인적으로 더 서운하기 그지없는 삼성동 동네사람들, 대구시장에 신발가게 주인, 제주 동문시장 옥돔가게 주인 등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 봤는지. 이들은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랬던 순진하고 진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에 화가 치밀고 속상했을 것이다. 이것이 민심의 바다이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하고 뒤집기도 한다. 삼성동 사람들이 이런 일이 있으리라 꿈이라도 꾸었겠는가. 문득 악연과 좋은 인연의 업보를 떠오르게 한다.

필자는 비극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 악연으로 본다. 첫째 원인은 최태민 등 일가의 “나무천국 사불이란 사교 최면에 걸린 운명공동체가”된 것이다. 최태민은 육영수가 돌아가시자 박근혜의 마음과 삶을 지배하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박근혜가 여왕이 되기 위한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친인척도 부정 타니 멀리하여야 한다고 솔깃한 말로 부추기면서 최면을 걸었다.

최태민의 처인 임선이가 영애 박근혜를 돌보면서 때로는 박근혜는 눈꼴사나운 존재였겠지만 복덩이인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금괴, 달러, 해외계좌까지 송두리째 최태민 일가 쪽으로 이동됐기 때문이다. 최태민은 무능력자인 박근혜를 철저하게 조종했다. 박근혜는 물 한 모금, 약 한 방울도 최태민에게 의존하였다. 그 후 박근혜는 국회의원이 됐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최태민, 최순실 일가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것이 오늘의 최순실 게이트를 낳게 된 악연이다. 최태민 의붓 손자인 조용래가 재구성한 [또 하나의 가족]이란 책이 증명하고 있다. 

둘째 원인은 측근들이 충언(忠言)을 못했고 본인 역시 충언을 싫어했다. 
‘良藥苦口 忠言逆而(양약고구 충언역이)’란 말이 있다.‘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뜻이다. 측근들이“아니되옵니다”란 충언을 감히 못했고, 오히려 선거여왕에 편승하여 자기 정치를 추구하는 데 이용하였다. 본인 자신도 싫은 사람들에게는 신비주의 눈빛 레저를 쏘아 멀리하였다. 

셋째는 무명(無明)이다. 무명(無明)이란 무엇인가? 12연기법의 첫 번째가 무명이다. 명(明)은 밝음, 곧 지혜를 뜻하므로 무명(無明)은 어둠, 즉 지혜가 없어 어리석음을 뜻한다. 무명(無明)이란 잘못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탐심과 진심의 뿌리는 바로 치심(癡心), 즉 무명이다.

업보란 그저 지은 대로 받는 것이고,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을 뿐이다. 인연은 삼생을 거쳐 연을 만나게 된다. 악연을 끊어내야 다음 생에 악연으로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국정농단이 나라의 비극이지만 불자의 입장에서 용서하고 새나라 건설을 위하여 국민통합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호성 (본지 비상임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