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말 경 (SN22:95)
상태바
포말 경 (SN22:95)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기경전으로의 초대

《경전》

1.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이 강가 강(江)이 포말덩이를 싣고 흐르는데 눈을 가진 사람이 이것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한다 하자. 그가 그 포말덩이를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해보면 그것은 텅 빈 것으로 드러나고 공허한 것으로 드러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비구들이여, 포말덩이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

2.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와 같이 설하셨다.

“물질[色]은 포말덩이와 같고 느낌[受]은 물거품과 같고

인식[想]은 아지랑이와 같고 심리현상[行]은 야자나무와 같으며

알음알이[識]은 요술과 같다고 태양의 후예는 밝혔도다.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해보고

지혜롭게 관찰해보면 그것은 텅 비고 공허한 것이로다.

광대한 통찰 지(知)를 가진 분은 이 몸에 대해서도

세 가지를 제거하여 물질이 버려진 것을 보도다.

생명과 온기와 알음알이가 이 몸을 떠나면

그것은 던져져서 의도 없이 누워 있고

남들의 음식이 될 뿐이로다.

비구는 열심히 정진하여 이와 같이 오온(五蘊)을 굽어봐야 하나니

날마다 낮과 밤과 할 것 없이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라.

【해설】

세존께서 아욧자 도시의 근처를 흐르는 승원에 머무신 적이 있었습니다. 세존께서 그 승원에 머무시던 어느 날 해거름에 향실로부터 나오셔서 강가 강의 언덕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강물에 흘러가는 큰 포말덩이를 보셨습니다. 이것을 본 뒤 오온에 관계된 법을 설해야겠다고 생각하시어 주위에 앉아있던 비구들에게 본경을 설하게 되었다고 주석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대상을 볼 때 사람, 남자, 여자, 중생 등의 개념으로 보지 말고 존재를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 오온(五蘊)으로 해체해서 통찰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야 제법의 공상(共相)인 무상(無常) · 고(苦) · 무아(無我)의 실상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질[色]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환영도 아닙니다만, 변형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항상하고 견고하지 않기에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명과 온기와 알음알이의 세 가지 법들이 이 몸을 떠날 때 이 몸은 내던져지고 쓸모없는 나무토막처럼 내팽개쳐집니다. 물질의 무더기[色蘊]가 무너지면 정신의 무더기도 데리고 함께 무너지고 정신의 무더기들에서 느낌, 인식, 의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거품은 연약하고 잡을 수 없습니다. 쥐는 순간에 터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치 거품이 조그마한 물에서 생겼다가 사라지고 오래 가지 않듯이 느낌도 그와 같습니다. 신기루가 많은 사람들을 속이듯이 인식도 그러합니다. 눈에 비치는 여러 가지 색깔에 대해서 ‘아름답다, 즐겁다, 항상하다.’고 말하게 하여 사람들을 속이기 때문입니다. 야자수 나무의 껍질이 시멘트 같이 생겨서 두껍지만 내부가 비어 있듯이 의도[行]조차 고갱이가 없습니다.

「금강경」 제32품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에 있는 세존의 법문 역시 이와 같습니다. “형성된 것은 참으로 이와 같이 보아야 하나니 별, 눈의 가물거림, 등불과 같고 환영, 이슬, 물거품과도 같으며 꿈, 번개, 구름과 같다.[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세존께서 수보리 존자에게 ‘선(善)남자나 선(善)여인이 이 반야바라밀 법문으로부터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이라도 뽑아내어 마음에 간직하고 가르쳐주고 독송하고 이해하고 아울러 남들에게 상세하게 잘 가르쳐 준다면 이로 인해서 측량할 수 없는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이다.’라고 설하였습니다.

정견(正見)을 갖춘 지혜로운 이는, 물질과 정신의 무더기는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 힘(동력)으로 생길 수도 없고 자기 힘으로 머물 수도 없다고 봅니다. 다른 법들의 영향아래 존재하고, 다른 법들의 조건으로부터 생기고, 다른 법들의 대상으로부터 일어난다고 봅니다.

/유현 김승석 엮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