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 경 (SN4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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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심 경 (SN45:16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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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경전》

“비구들이여, 세 가지 자만심이 있다. 무엇이 셋인가? ‘내가 더 뛰어나다.’는 자만심,

‘나와 동등하다.’는 자만심, ‘내가 더 못하다.’는 자만심이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세 가지 자만심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세 가지 자만심을 최상의 지혜로 알기 위해서는 … 철저하게 멸진하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도를 닦아야 한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뒤 이 게송을 읊으셨다.

 

“동등하다거나 뛰어나다거나 못하다고 여기는 자

그 때문에 사람들과 논쟁하게 되노라.

이 세 가지 자만심에 흔들리지 않는 자

동등하다거나 뛰어나다는 것 존재하지 않도다.”

【해설】

만심(慢心)은 자신이 남보다 훌륭하다고 망상하여 남에게 뽐내려 드는 방자한 마음을 뜻하는데, 산스끄리뜨 어(語)로 남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자아의식(self conception)을 말합니다.

초기경전 주석서에서는 ‘남들보다 뛰어나다, 동등하다, 못하다’하는 식의 모든 생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견(邪見)이 내가 존재한다는 견해라면, 자만(自慢)은 ‘나’라는 존재를 어떤 식으로 남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태도라 말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자만심은 그 뿌리가 깊고 미묘하다는 점에서 인간의 해탈을 막는 열 가지 족쇄 중, 여덟 번째에 속하고 아라한과를 성취해야 비로소 완전히 소멸한다고 말합니다. 「청정도론」에서는 자만의 특징은 오만함으로, 건방진 역할을 하고 허영심으로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속인들 가운데는 학식이나 용모, 혈통과 가문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 때문에 남에게 우월감을 가지려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직에 있는 분들이 그러합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오만함을 드러냅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중이 많이 모인 행사에서 주최 측이 서열을 뒤바꿔 내빈 접대를 소홀히 할 때에 심한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뒤에서 불평을 합니다.

그런데 부처의 길을 가는 출가사문들 중에서도 선정의 성취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거나 법랍이 많다고 교만을 부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제 잘난 체 스스로 높은 체, 마음이 굽고 참되지 아니하여 승속(僧俗) 관계를 해칠지도 모를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자기가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버릇을 자승지벽(自勝之癖)이라 말하는데, 이런 사람을 대할 때면 정말 꼴불견입니다.

자만심은 어리석은 자에게는 으레 붙어 다닙니다. 인간은 대개의 경우 자신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보다는 과대평가하는 편이지요. 또한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에는 자만심은 권력과 같아서 사람을 악마로 타락시키고 맙니다.

진리로 가는 길과 윤회로 가는 길은 서로 다릅니다. ‘내가 있다’는 관념이나 견해는 개인의 정신적 향상에 해로움이 됩니다. 끝판에는 사람을 거만하게 만들어 자만심을 키우고 맙니다.

불자들 스스로 일체의 법은 모두 다 자성(自性)이 공적(空寂)하여 본래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깨우친다면 자만-아만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금강경」 제28. 불수불탐분(不受不貪分)에서 ‘보살이 자아도 없고 생겨남도 없는 법들에서 인욕을 성취한다면 이로 인해서 참으로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더 많은 공덕의 무더기를 쌓을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참뜻을 헤아리고 실천한다면 자기를 남들과 비교하여 동등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우월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사라져 일어나지 않습니다.

불교는 마음의 종교입니다. 마치 밭을 경작하지 않고 방치해둔다면 잡초만 무성해지듯, 마음을 길들이려고 애쓰지 않으면 그 마음은 타고난 그대로 거친 채로 남아 있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여기저기 방황합니다.

지혜로운 이는 물이 가득 찬 연못과 같아서 남들과 논쟁에 휩쓸리거나 다투지 않습니다.

/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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