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가르친 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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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가르친 경(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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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니까야 : M61》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에 대나무 숲 다람쥐 보호구역에 머무셨다. 세존께서는 해거름에 낮 동안의 홀로 앉음에서 일어나셔서 암발랏티까(죽림정사)로 라훌라 존자를 만나러 가셨다.

2. 라훌라 존자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마련하고 발 씻을 물을 준비하였다. 세존께서는 마련된 자리에 앉으셔서 발을 씻으셨다.

3. 세존께서는 물그릇에 물을 조금 남기시고 라훌라 존자에게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이 물그릇에 물이 조금 남아있는 것을 보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라훌라야,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의 출가수행이란 것도 이와 같이 조금 남은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4. 세존께서는 그 조금 남은 물을 쏟아버리시고 라훌라 존자에게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그 조금 남은 물이 버려진 것을 보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라훌라야,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의 출가수행이란 것도 이와 같이 버려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5. 세존께서는 그 물그릇을 뒤집어엎으시고 라훌라 존자에게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이 물그릇이 엎어진 것을 보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라훌라야,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의 출가수행이란 것도 이와 같이 엎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설】

 

라훌라 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외아들로서 부처님이 출가하시던 날 태어났습니다. 세존께서 깨달음을 증득하신 지 2∼3년 뒤에 부친 숫도다나(쟁반) 왕의 간청으로 고향 까삘라왓투를 방문했을 때 일곱 살이었던 라훌라 존자가 부처님의 가사 자락을 잡고 유산의 상속을 요청하자 세존께서 법의 총사령관인 사리뿟따 존자(사리불)에게 라훌라의 은사가 되어줄 것을 부탁하여, 라훌라 존자는 일곱 살 때 사리불을 스승으로 모셔 출가하셨다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라훌라를 출가시키면서 어린 그에게 “다시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라.”고 간곡한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라훌라 존자를 직접 가르치신 여러 경들이 니까야(아함경)에 전승되고 있습니다. 본경은 그 가운데 라훌라를 가르친 최초의 경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본경에서 부처님께서는 발 씻는 세숫대야의 비유로 라훌라를 엄하게 가르치셨습니다. “라훌라야,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는 누구든지 어떠한 악한 행위라도 저지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나는 말한다. 라훌라야, 그러므로 너는 ‘나는 농담으로라도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으리라.’고 공부지어야 한다.”

이 가르침은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신 후 150여 년 뒤에 인도를 통일한 아소까 대왕에게도 큰 감명을 주어서 대왕의 칙령으로 이 경의 일부가 바위에 새겨졌다고 합니다.

우리들도 불법의 혈통을 받은 불자(佛子)이므로 세존께서 라훌자 존자를 어떤 방편으로 가르쳐서 아라한과를 얻게 하셨는지, 화두를 챙겨야 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라훌라 존자를 “배우기를 좋아하는 비구 가운데 으뜸”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A1:14:3-1). 비록 2,600여 년이 흘렀지만 불법은 불변의 진리이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도 라훌라 존자를 따라 배워야 할 것입니다.

필자가 지난 10년간 초기경전 공부를 하면서 세존께서 라훌라를 가르치신 경이 맛지마니까야(중부)와 상윳따니까야(상응부)에 나누어 기록, 전승되고 있음을 알고 이를 하나로 모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왔습니다.

경전의 가르침은 부처님의 수행과 깨달음에서 온 것이고, 세존께서는 몸소 체험한 깨달음의 진리를 라훌라 존자를 비롯한 비구들과 재가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깊은 뜻을 오늘에 되새겨 후학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할 생각입니다. 법구경에 이런 경구가 있습니다. “독경하지 않음은 경전의 녹이다.”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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