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가르친 경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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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가르친 경 (5)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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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니까야 : M62》

10. “라훌라야,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고 딱딱하고 견고하고 업(業)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땅의 요소[地界]라 한다. 예를 들면 머리털, 몸 털, 손발톱, 이, 살갗, 살, 힘줄, 뼈, 골수, 콩팥, 염통, 간, 근막, 지라, 허파, 창자, 장 간막, 위속의 음식, 똥과 그 밖에도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고 딱딱하고 견고하고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땅의 요소라 한다.”

11. “라훌라야,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물과 액체로 된 것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물의 요소라 한다. 예를 들면 쓸개즙, 가래, 고름, 피, 땀, 굳기름, 눈물, 피부의 기름기, 침, 콧물, 관절 활액, 오줌과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물과 액체로 된 것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물의 요소라 한다. 예를 들면

12. “라훌라야,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불과 뜨거운 것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불의 요소라 한다. 예를 들면 그것 때문에 따듯해지고 늙고 타버린다거나 그것 때문에 먹고 마시고 씹고 맛본 것이 완전히 소화된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불과 뜨거운 것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불의 요소라 한다.”

13. “라훌라야,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바람과 바람 기운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바람의 요소라 한다. 예를 들면 올라가는 바람, 내려가는 바람, 복부에 있는 바람, 창자에 있는 바람, 온몸에 움직이는 바람, 들숨과 날숨이다. 그 밖에도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바람과 바람 기운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바람의 요소라 한다.”

14. “라훌라야,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허공과 허공에 속하는 것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허공의 요소라 한다. 예를 들면 귓구멍, 콧구멍, 입이다. 그 밖에도 몸 안에 있고 개개인에 속하는 허공과 허공에 속하는 것과 업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이를 일러 내적인 허공의 요소라 한다.”

15. “라훌라야,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 허공의 요소든 그것은 단지 요소일 뿐이다. 이에 대해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있는 그대로 바르게 통찰지로 보아야 한다.”

【해설】

초기불교-근본불교의 특징은 ‘해체해서 보기’입니다. 무엇을 해제하는가? 개념을 법들로 해체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세상 사람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인습적 표현을 써서 사물의 명칭을 붙여왔습니다. 이를 개념(paňňatti)이라 합니다. 예컨대 목재와 덩굴과 진흙과 짚으로 공간을 에워쌀 때 집이라는 명칭-개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뼈와 힘줄과 살과 피부로 공간을 에워쌀 때 몸뚱이[물질]라는 명칭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 중생, 영혼, 신(神)이라는 것은 개념일 뿐입니다. 세존께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나라는 개념적 존재를 ‘오온(五蘊)’으로 해체해서 보고, ‘나’라는 존재는 몸[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蘊, Khandha]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을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초기불교에서는 오온을 법(dhamma)이라 부릅니다. 존재로서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란 개념을 물질과 정신으로 해체하면 여섯 가지의 요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땅·물·불·바람·허공의 다섯 요소와 알음알이의 요소[識界]입니다. 요소[界, dhātu]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나, 사람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일 뿐입니다.

세존께서는 「코끼리 발자국 비유의 긴 경」(M28)에서는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를, 본경에서는 파생될 물질을 보이기 위하여 허공의 요소를, 「외도의 주장 경」(A3:61)에서는 알음알이의 요소를 더하여 여섯 가지 요소를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솜씨 좋은 백정이 소를 잡아 부분별로 나눠 정육점에서 팔 때 ‘소’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고기’라는 인식이 일어나듯 이 몸뚱이를 분해하여 요소별로 따로따로 반조하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해 중생,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범부들은 한류스타, ‘이영애’라는 여배우의 얼굴을 아름답다고 하고 그것에서 애욕을 일으키지만 출가사문들은 머리카락을 단지 머리카락으로만 해체해서 보고, 눈을 빼고 코를 분리하고 입술을 도려내어 알코올에 담가 두었다가 보기 때문에 애욕을 일으키지 않음과 같습니다.

초기불교에 나타나는 수행방법의 핵심은 ‘나’라는 존재를 오온으로 해제하거나 요소로 해체해서 그 중 하나의 법에 집중한 후 법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것이고, 세계를 법으로 해체해서 봄으로써 깨달음은 실현된다고 말씀합니다.

/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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