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도채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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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도채비 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4.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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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깨비의 모습이 참 무섭게 그려지고 이야기 되고 있다. 지금의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두가 일본인들의 퍼뜨린 도깨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이것은 일본이 오니라는 괴물의 모습이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에게 오니는 불길하고 싫은 존재였다. 일본인에게‘오니 같다’고 하면 화를 낸다. 그들은 자식의 모습이나 행동이 부모를 닮지 않으면 “오니의 자식”이라고 불렀는데, 자식들이 요괴와 같은 괴물이라는 뜻이겠으나 실제로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거나 부모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들은 ‘인간도 아니다’라는 뜻이 숨어있다고 한다.

오니에 대한 설화는 주로 일본의 헤이안 시대 (8-12세기)의 기록에 많이 남아있는데, 당시 악명을 떨쳤던 산적들이나 흉악범을 오니로 묘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락부락한 외모에 붉은 피부, 털이 많은 모습과 원시적인 복장으로 보아서, 북방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는 설도 있다. 과거 일본인들은 아이누들과 격렬하게 싸웠고, 일본 본토 쪽에서는 그들을 호전적이며 매우 ‘악마’같은 족속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오니를 사악하거나 고약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욕할 때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무사들의 용감함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쓰였고, 과거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장군들은 모두 오니라고 불리는 각자의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 문헌이나 문학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우리나라 번역가들은 적절한 단어를 찾기가 어려워서 ‘귀신’, ‘마’또는 ‘호랑이’로 번역한다고 한다.

오니라는 단어가 숨기고 가린다는 뜻의 ‘온요미(?)’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오니가 보이지 않은 혼과 같은 존재이고, 역병이나 재앙을 일으키는 귀신이기 때문이다. 사실 ‘귀(鬼)’는 형체가 없는 영혼과 같은 의미였다.

아직도 일본의 부락에서는 매년 봄이 시작되는 때에 동네에 들어온 오니를 쫓아내는 ‘세쑤분(節分)’이라는 축제 의식을 한다. 보통 봄축제(春祭, 하루마쓰리)의 일환으로 입춘인 매년 2월 3일에 열리는데, 과거에는 음력 정월 첫날의 전날 저녁에 마메마키(豆撒き)라는 의식과 함께 거행되었다. 마메마키는 전 해에 들어온 악귀들을 씻어내고, 새해에는 역병을 일으키는 악령에서 벗어나도록 볶은 콩을 뿌리는 행사이다.

세쑤분은 8세기경 중국에서 도입되어 시작되었으나, 마메마키는 그 이후에 추가되었다. 보통 그 해의 12지신 상에 해당되는 띠의 소년이나 집안의 가장인 남성이 거행하는 행사이다.

후쿠마메(福豆)라는 볶은 콩을 문밖이나 오니의 마스크를 한 사람에게 던지며, ‘귀신은 물러가고 복은 들어오너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콩은 귀신을 물리치고 나쁜 건강을 쫓아낸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믿어졌고, 볶은 콩을 먹는 습관도 있다. 한사람의 복을 위하여 한 개씩을 먹거나, 나이 일 년에 한 개씩 먹기도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이러한 풍습을 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신사나 사찰에서 열리는 세쑤분 축제에 참석하여 콩을 뿌리는 의식에 참석한다. 그러나, 신사의 기념품 가게에는 오니의 모습을 한 토기나 금속 방울 종을 판매하고 있으니, 이제는 오니도 애완 귀신이 되어 박제화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도깨비를 일본의 오니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도깨비는 오니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모두 한자로 ‘鬼’라고 쓰거니와,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의 오니가 잘못 소개되어 그 결과로 이 같은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금 나와라 뚝딱!하면 금덩어리가 와르르륵, 은 나와라 뚝딱!하면 은덩어리가 와르르륵..’나와서 인간에게 던져주고 가버리는 어수룩한 도채비가 진정 우리 도깨비인 것이다. 지금도 가끔 도채비가 나오는 꿈을 꾸며 금덩어리가 내 발 앞에 우르르 쏟아지는 꿈을 꾸곤 한다. 
/김승범 (시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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