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신행 이렇게 해요<임경범·문순자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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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신행 이렇게 해요<임경범·문순자씨 부부>
  • 김현정 기자
  • 승인 2005.06.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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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따라 ‘짝꿍’에서 ‘부부’맺어

농사꾼의 아내, 문인의 남편…“우린 백년지기 도반”

부부는 한고향 한동네서 함께 자란 소꼽친구

남편 지난 6년간 영조사 신도회 총무 맡기도



   
 
   
 
남제주군 대정읍 무릉1리 어느 올레를 조금 들어가자 엷은 보라색꽃을 가지끝에 늘어뜨린 멀구슬나무와 마주했다. 이 멀구슬나무는 대문이 따로 없는 임경범(55)·문순자(55)씨 집의 대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은은한 꽃향을 뒤로하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처마 밑에 둥지를 튼 제비가 손님인줄 아는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주인마냥 반갑게 맞아준다.

대정읍 영락리 영조사(주지 관일스님) 신도인 임경범·문순자씨 가족은 항상 관세음보살 명호를 정성스런 마음으로 부르며 정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믿고 일심 염불하여 자신이 세운 서원을 이루기 위해 일념으로 정진하고 있다.

임경범씨는 1999년부터 작년까지 6년 동안 영조사 신도회 총무 소임을 맡기도 했었다. 지금의 영조사 대웅전과 석탑, 탱화 등은 이때 당시 스님과 신도들이 일심으로 불사를 일으켜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임씨는 예전과 달리 신도회에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들을 중심으로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힘들 일이 있을 때 관일스님께 조언을 구한다는 부인 문순자씨. 문씨는 스님의 너그러운 마음 씀씀이에 다른 사람에게는 감히 꺼낼 엄두를 못내는 개인적인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곤 한단다. 2001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문인이기도 한 문씨는 지난 3월 수필집 ‘덤불속에 핀 꽃’을 펴내기도 했다. 가슴 속에 묻어둔 말못할 응어리를 글을 통해 표출해내고 싶었던 문씨에게 글쓰기는 수행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씨는 자신에게 “네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글,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는 글이 있을 터이니 글을 써 봐라”고 말해준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을 늘 숙제처럼 여기고 있다고 했다. 또한 문씨는 “당신은 잘 할거야,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든든한 후원자, ‘백년지기 친구’ 남편의 따뜻한 말에 용기를 얻는단다.

임씨 부부는 한 고향 한 동네에서 자란 소꿉친구란다. 부인 문씨는 초등학교 1, 2학년 때 남편과 짝꿍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듯한데 임씨는 기억이 흐릿한지 너털웃음만 내보인다. 이들 부부의 인연의 고리가 이때부터 시작된 모양이다. 부산으로 이사를 간 남편 임씨를 다시 만나 30여 년 동안 부부로 살았으니 말이다.

임씨부부는 불교가 깨달음의 종교이자 열린 종교임을 강조한다. 남편 임씨는 개신교 재단의 고등학교를 다닐 때 성가대 활동 등 종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든 유일신만을 강요하는 체제에 괴리를 느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불교계가 성탄축하 메시지를, 타종교계가 석탄일 축하메세지를 보내주는 등 화합과 상생을 추구하는 종교계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농사꾼의 아내이자 문인의 남편으로 살아온 이들 부부는 모진 세파 속에서도 서로를 따뜻이 보듬는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세음보살을 염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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