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아쉬움과 시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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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아쉬움과 시작하는 마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4.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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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덕스님의 마음법문

우리가 어린시절, 동네 마을에서 딱지치기도 하고, 고무줄 놀이도 하며 친구들과 소꿉놀이 하고 지냈다. 하지만 먹는 것도 참으로 귀했고, 사는게 참 궁핍했다. 하고 싶은 일들도 참으로 많았지만 하지 못한 채 꾹 참고 살아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또 옛날 어린시절 식사 때는 식구들이 모여서 큰 양푼에다 수저를 식구 수 대로 꼽아서 좁쌀밥과 보리밥을 겨우 먹었다.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 때 1년에 두 번 정도 먹었다. 

흰 쌀밥과 맛있는 고깃국과 고사리나물을 버물려 맛있게 비빈 잡채 그리고 쇠고기와 생선을 먹는 날은 그 날 뿐이었다.

그래서 제삿날은 아무리 졸려도 잠도 안자고 끝나는 시간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또렷하다. 제사가 끝나고 나면 어머니는 우리를 깨우셨고 맛있는 잡채무침과 쌀밥을 꼭 먹고 잠을 잤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었다. 졸려도 그 음식만을 기다리며 잠도 참을 수가 있었다. 지금은 힘들고 소중했던 그 시절이 그립고 문득 떠 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사과와 바나나가 비싸서 먹을 수가 없었던 시절이다. 학교가 끝나면 매일 무화과 나무를 올라타서 한 개 두 개 따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그때 장래희망은 과일가게를 해서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를 희망했던 적도 있다. 이렇듯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게 귀했다. 사는 게 가슴 아팟던 추억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넘치고 풍족한 시대이다.
옛날 어린 추억의 시절들을 보내고 지금은 어느덧 노년을 바라보며 조그만 텃밭에서 상추를 심는다. 상추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남은 인생의 시간들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흘러간 추억과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잘 회향하며 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간다. 우리의 마음은 갈수록 인색해 지며 동네에서 함께 모여 이웃들과 먹거리를 나눠 먹던 순수하고 순박했던 마음을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아주 조그만 욕심으로 분쟁을 일으키며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 노릇하며 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최소한의 길이다. 

그런데 때로는 도가 지나쳐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면서 어리석은 욕망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제는 과거이고 내일은 미래인 것이다. 우리의 삶이 다할 무렵쯤에는 또 다른 윤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잊지 말고 기억하여 후회없는 회향을 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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