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는 수행법 익혀 인생점수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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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는 수행법 익혀 인생점수 올려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6.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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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 스님 지상법문

남국선원 정유년 하안거 결제가 시작된 지난 9일 남국선원 선원장 혜국 스님은 결제 법문에서“마음공부를 하지 않고 어떻게 인생점수를 올릴 수 있겠나”며“우리가 감정의 노예로 살 것이 아니라 참나를 깨닫기 위해서는 화두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스님은 또“전생에 약속한 빚들을 광명으로써 다 갚아버린다면 더 이상 고통스러울 것이 없다”면서“물질과 욕망에 끄달려 정신없이 살아갈 것이 아니라 참나는 누구인가를 항상 되돌아보라”고 당부하셨다. <편집자 주>

 

저희들의 본래면목 등지고
잠깐 동안 빌려 쓰는 이 몸을
나라고 잘못 생각하여
번뇌망상에 끌려 다니느라 
생사윤회를 하면서 
그 얼마나 방황했는지 
이제 하안거 정진공덕으로 
모든 죄업 소멸하고 
참나는 누구런지
제법무아 연기공성 
내 마음 깨달아서 
선망부모 모든 조상 
내 손으로 건지옵고
필경 성불하여지이다 
나무 아미타불

여러분의 3대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 가셨습니까? 4대 5대 6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75억 남짓 정도밖에 안되지만 조상들이 태어나서 저승으로 간 사람은 천억이 넘는답니다. 저 아메리칸 원주민들에게 ‘당신 몇 살이냐’물으면 내가 70살 살면 우리 한국 사람들은‘오 내 70살이요’그러는데 인디언들은 그건 말이 안 된다 70살은 이미 죽어서 없어져버린 거고 앞으로 내가 만일 10년 쯤 더 살 거면‘내 10살이오’이렇게 대답한답니다. 내가 살 수 있는 것이 내 나잇살이지 죽어 없어져 버린 것은 내 나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 우리 조상들이 신라 고구려 백제 엄청난 영웅호걸들  김유신장군 을지문덕장군 계백장군이니 엄청난 영웅호걸들이 자기네 가족 살린다고 그 많은 전쟁을 치렀지만 전부 빈손으로 갔습니다.

여러분 만약에 내가 석 달 후에 딱 간다면 아무 것도 가져갈게 없습니다. 이 지구상에 올 때는 염라대왕하고 약속에 약속을 하기를 이번에 가면 인생점수 10점은 올리고 오겠습니다 하고 왔습니다. 내가 50점짜리로 이 세상에 왔으면 반드시 60점짜리는 되어서 오겠습니다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인생점수를 가만히 돌아보십시오. 내가 몇 점짜리 인생을 살고 있는가. 남들이 돈돈돈 한다고 그저 돈만 찾아서 남을 속여도 괜찮고 사기쳐도 괜찮고 이런 쪽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소중한 영혼으로 태어나서 내 입으로 남의 말이나 하고 남의 흉이나 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는 것은 아닌가. 자기 자신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이 세상에 와서 내 인생점수를 5점 이상 올릴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일입니다. 

다른 모든 학문은 외우고 익혀서 그릇을 자꾸 채워나가지마는 우리 수행법은 덜어 내고 덜어 내고 텅 비워서 저 허공처럼 만들어나가는 것을 우리는 마음 수행이라고 합니다. 그 마음 수행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스승들이 부모 형제를 버려두고 오직 이 길로 가서 여하시 조사서래의잇고 정전백수자니라 뜰앞에 잣나무니라 오로지 화두 하나 남겨주려고 부모형제를 버려두고 평생 어려운 독신의 길 가는게 쉬운 줄 압니까. 

모든 스님들은 아버지 어머니 가슴에 크나큰 못을 박아놓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스승들이 뜰앞에 잣나무니라 한 화두법이 없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마음을 비워내고 이 허공처럼 만드는 법은 참선법보다 더 한 법은 없다고 봅니다. 

나는 열세 살 콩만 할 때 출가해서 석산 스님 밑에서 어산도 배워봤고 법문도 해봤고 불사도 해봤지만 오늘 눈감는다면 선방에 다니는 것 빼고는 점수 올라간 게 자신 있는게 별로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제멋대로 구르는 듯해도
사실은 하나로 얽혀있다네
우주의 힘이 황금종을 만들어
이들은 떠 안고 있다네
하늘향기 은은히 퍼져나가니
지구가 그 품에 떠안기누나

모든 것이 향기를 조차 
조화로이 시공을 채우누나
휘몰아치는 생명의 회오리속에서
나도 파도도 다함께 춤춘다

삶과 죽음도 있지만 
영원의 바다는
쉼 없이 출렁이누나

변화하고 진동하는 저 힘이
내 생명의 원천
오늘도 나는 
먼동의 트는 아침에 
거룩한 생명의 옷을 짜누나

이것이 괴테가 법화경을 보고 너무 너무 좋아서 쓴 시입니다. 괴테는 내가 만약 부처님이라는 스승을 일찍 알았더라면 시인의 길을 갈게 아니라 철학자의 길을 갈게 아니라 수행자의 길을 갈 것을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음을 비우는 법 화두참선법이 왜 그리 좋은가를 봅시다. 저 허공처럼 비워버리기만 하면 저 허공에 먹물을 끼얹혀도 허공은 더러워지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로 텅 비워버리면 여러분들의 지은 죄나 몸 안의 병이 우리 주인공에 묻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본마음은 무슨 죄를 지었던 완전히 광명입니다. 그 말씀을 해주신 부처님께서 도를 통해놓고 보니까 모든 생명의 근본이 광명이란 말입니다. 

내가 오늘 충주 공항에서 이까지 오는데 너댓 시간 걸렸는데 만일 걸어서 여기서 충주까지 갈려면 한 달 걸려도 못 갈 겁니다. 비행기로 오면 한 시간이면 오는데 빛의 속도로 가면 시간이 걸립니까? 안 걸립니다. 안 걸려요. 빛은 그냥 다 비춰버리니까. 그러면 빛은 광명인데 여러분들 마음을 비추라 그 말입니다. 그러면 여러분들 본마음에는 시간이 없다는 얘깁니다. 시간이 안 걸리니까. 

내가 열네 살 때 명화노장님이‘몇 살이냐’고 물으면 내가 ‘열네 살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면‘거북이잖아 거북이’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열네 살엔 거북이처럼 세월이 안 가요. 성철 큰스님 오백 원 일타 큰스님 오백원 몽당연필로 적어놓고 설날오기를 세 봐도 아직도 안 오는 겁니다. 왜 그렇게 세월이 안 가는지. 열네 살 때는 세월이 안갑니다. 이십대 삼십대는 소가 가듯이 세월이 슬슬 걸어간다고 합니다. 사십대 오십대에는 개가 뛰듯이 세월이 뛴다고 합니다. 오십대 육십대에는 날아다니는 호랑이 비호처럼 갑니다. 그러면 육십대가 넘으면 어떻게 갑니까. 진짜 휙이요.

그래서 이 공부는 할 수 있을 때 하라는 겁니다. 남국선원 같은 좋은 선방에, 정진하는 스님들 있지, 참선하라는 스승 있지, 이럴 때 이 공부 못해 놓으면 천추의 한이 될 거요. 한 번 내일 죽어 봐요. 아! 정말 이 세상에서 와서 내 마음 못 닦아가는 거는 아무리 좋은 다관이든 좋은 옷이든 좋은 집이든 잠깐 빌려 쓰는 거고 결국은 다 놔두고 가야되는 겁니다. 아들 딸 들이 그걸 제대로 쓰는게 아니고 자기 복 만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 닦는데다가 마음을 써보자 이겁니다. 안 하면 어떡할 거요. 

우리가 제일순위인 이 마음 닦는 일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인간의 몸 받고 부처님법 만났을 때 이 공부 못해놓으면 어느 세월에 할 겁니까. 자칫 잘못해서 다음 생엔 돼지새끼가 되거나 송아지 새끼가 되거나 과연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날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이 안거를 맞는다는거, 하안거 동안거 꾸준히 선방을 한다는거 엄청나게 큰일 한다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들이 불공을 하고 천도를 하더라도 수행한 스님들에게 공양 올리는거 대단한 공덕입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참선하는게 좋은가 한 번 보자 이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남에게 억울한 일 당한 거나 아들딸들이 애 먹이는 거나 남편하고의 일이나 전부 내가 받겠다고 오늘 원을 세운 거니까, 금생에 일어나는 것은 전체 받아들여버리면 되는데 받겠다고 맹세해놓고 안 받겠다고 하니 인생점수가 올라갈 수가 없어요. 

나는 누구인가 모른채 죽으면 한이 맺혀요. 내가 나를 모른다면 이러한데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공부가 이 공부라. 여하시 조사서래의 잇고, 뜰앞에 잣나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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