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들 마음과 똑같은 제석천신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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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멍들 마음과 똑같은 제석천신이 머무는 곳”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07.2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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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성지순례길-지혜의 길, 전통사찰 제석사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지혜의 길을 따라 나섰다. 마지막으로 열리는 지혜의 길은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계승하면서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문화재 보유 사찰을 중심으로 이어진 지혜의 길에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불교문화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제주 어멍의 한 줄 철학

 

                    /김희정 시인

 

“나,  어떵 삽니까?”

하소연 하면

 

“살민 다 살아진다.”

대답하는 제주 어멍

 

흔하고 흔한 말

뻔하고 뻔한 말

 

살다보면

딱 들어맞는 말

 

 

도심을 맑게 장엄하고 있는 전통사찰 제석사의 기품있는 모습.

제주도심의 전통사찰 제석사(주지 성해 스님) 제석당을 보며 김희정 시인이“제주어멍들 지혜가 다 여기서 나온 거 닮수다”라며 건넨 시 한 수. 이 시를 읽어보니 제석당에 모신 부처님이 바로 제주어멍들 마음이 빚어낸 부처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기에다 사천왕문과 제석당을 지어 도리천에 머물고 계신 제석천신을 모시고 불법을 수호하는 스님의 지혜는 또 얼마나 수승한가도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이곳 제석사에는 아침저녁으로 지극정성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우리 어멍들의 착한 마음이 맑은 샘물처럼 지금도 솟아난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맺힌 것이 있어 애만 쓰다가 마음 둘 자리 없어 우연히 찾아든 곳에 부처님이 계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엎드려 삼배하고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니 그 맺힌 것이 풀렸다는 옛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을 찾으라면 멀리가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미륵불을 모신 제석당이 있어 옛사람들이 지녔던 소박하지만 진솔한 삶의 애씀이 깃들여 있기에 여전히 편안히 마음을 쉴 수있다.

제석당에 모신 미륵부처님의 모습에서 옛 사람들의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신심을 엿볼 수 있다.

아스팔트 위로 거칠게 달려가는 자동차와 사람들 물결로 사찰밖은 윤오월이 마지막 햇살처럼 거칠고 뜨겁기만 한데, 제석당 뒤로는 여전히 시원한 물이 흐르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순례객 얼굴에 방금 전까지 맺혔던 땀방울도 드디어 그치니 다시 한 번 절을 찬찬히 둘러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된 기도터에 낡은 법당으로 간신히 견디던 제석사는 1990년에 종호 큰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원력을 세워 전통목조양식으로 중창불사가 이루어졌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전통사찰로 지정되어있어 그 모습이 더욱 빛난다. 더욱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주변이 온통 콘크리트로 둘러싸이고 있는 도심에서 드물게 만날 수 있는 대웅전의 고풍스런 맛과 멋은 제석사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도 남는다. 

 

제석당 뒤편의 모습.

한편 들어오는 입구에 세워진 삿된 기운을 막아주는 사천왕문 역시 다시금 순례객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갈팡질팡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에도 늘 깨어있으라는 듯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사천왕들은 오히려 무섭기보다는 친근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찰의 주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또한 푸른 잔디의 선명함처럼 단청의 빛깔도 또렷하게 빛나고 있으니 늘 기도와 수행으로 도량을 장엄하는 일에 애쓰는 제석사의 풍모가 느껴지는 것이다. 

 

사천왕문 서있는 왕들의 모습.

맑은 물이 밤낮으로 흘러내리던 독짓골은 영험한 기도터로 알려져 인근뿐 아니라 멀리서까지 복을 빌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 2~30년 사이 개발바람이 불면서 깊은 골짜기에는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서고 바깥을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더욱 쉴 곳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도심의 제석사가 그나마 맑은 기운의 원천을 지켜내고 있으니 안도의 숨을 내쉴 수밖에. 마을에서는 그리 멀리 않아서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아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까지도 마음을 쉬고 가정과 이웃의 평안을 빌러 달려왔던 이곳이 그래도 세월의 흐름에도 견딜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부처님께 고맙고, 큰스님에게 고맙고, 노보살님들에게 고맙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체가 원래 갖고 있던 그 성품이라면 용은 이것을 지켜내기 위한 애씀이 아닐까. 체가 그대로 완전무결한데도 용이 맥을 못 추면 별 볼일 없어져 체가 흐려지니, 용이 그래도 끝까지 애를 써야 체는 완전무결함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용과 체는 본래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애쓰고 애쓰는 제석사의 기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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