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상태바
큰스님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8.02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우- 남섬부주(南贍浮洲)

얼마 전 어느 불자교수가 모 불교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쓴 말이 있다.

“소나 개나 큰스님”.  이는 이제 큰스님이란 호칭이 찬사나 존경심의  표시가 아니라 비꼬는 말로 변질된 오늘날의 한국 불교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큰스님이란 호칭은 덕이 매우 높은 어른스님을 높여 이르는 말로써 불법을 닦은 지 오래될 뿐만 아니라 포교와 수행에서 충분히 인정받는 스님에게 한해서만 사용될 수 있는 칭호이며, 대중과 함께 더불어 불교계에서 큰 획을 그으신 스님에게 붙일 수 있는 존칭이다. 

돌아가신 법정스님이 살아계실 때  법회에서 한 불자가 당신을 법정 큰스님이라고 부르자‘난 법정 큰 스님이 아니라 그냥 법정 스님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큰스님이 못된다고 하시면서 큰스님이란 말이 남발되는 것에 개탄하신 적도 있다. 니까야 경전에서 큰스님으로 번역될 수 있는 장로비구에 대하여 부처님이 언급한 말씀이 있는데,“장로비구는 믿음이 있고 부끄러움이 있고 창피함이 있고 정진함이 있고 지혜가 있다” 라고 하신 것과“장로비구는 계를 잘 지키고 계목을 수호하여 단속하면서 머문다. 올바른 행위의 경계를 갖추고 사소한 허물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학습계목을 받아 지닌다” 라고 하신 것이 그것이다. 여기서 학습계목은 배우고 익혀 내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평생 지녀야 할 계목인 5계를 말한다.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에 따른다면 큰스님이란 호칭이 아무 스님에게나 붙일 수 있는 존칭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겠다. 

제주불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쓰는 큰스님이란 말은 결코 존경심의 발로가 아니며 스님을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서도 아니다. 스님을 우쪄주는 말, 추구려 주는 이상의 의미가 없는 말일 뿐인데, 이러한 호칭의 과잉 남발을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이는 제주불교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나이 많은 스님, 직책이나 소임의 높음, 법랍, 언변이나 명성으로 스님이 큰 것이 아니라 수행과 존경, 감동 등으로 행위가 큰 일이 될 때 큰스님인 것이다. 

‘나는 나에게서 멀어져 지금의 나가 되었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나‘권력을 내려놓고 나니 인간이 되어있더라’는 어느 정치가의 독백이 바로 큰스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나니 참 수행자가 되어있더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다. 

자기자리가 아닌 자리에 대한 생각 없는 미련과 멈출 줄 모르는 집착은 추한 모습일 뿐,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미련 없이 떠나는 수행자의 뒷모습에는 긴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움이 있다. 
유위도 작위도 무위도 여의고, 움켜쥘 것도 내려놓을 것도 그친 자리에 있는 수행자, 부처님이 장로비구라 하고 불자들이 큰스님이라 부르는 분이다. 

/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