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보고 자신을 아는 게 수행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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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보고 자신을 아는 게 수행의 길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6.10.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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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에서 만난 수행자<4> 
일도 스님

화, 신경질, 짜증, 미움  이런 것들에 대해 
내 자신을 관찰하면서 15년 포행을 했어요

 

가을하늘 빛이 환하다. 아침 인터뷰를 위해 이것저것 챙기고 길을 나섰다. 파란 하늘이 차창 밖으로 나를 반기고 한라산 중턱 마방목지에서는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한라산은 벌써 단풍이 물들어 있었고,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의 생명을 드러내는 나뭇잎들은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듯하다.

오늘 무량정사 주지 일도 스님과 인터뷰는 어떤 새로움이 있을까.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린다.

무량정사는 정방폭포 위에 위치해 있으며 정모시 쉼터 상류 동홍천에 터잡은 아담한 절이다.

절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물소리가 들리고 앞쪽 대나무밭이 마치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스님!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짧은 인사를 나누고 한참 촬영 장비며 조명을 설치했다. 너무 바쁘게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아니 혼자 다녀……. 
네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장비가 너무 많은 거 같은데 내가 좀 도와줄까. 
아닙니다. 스님 제가 빨리 세팅을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장비 세팅을 끝내고 스님께서 건네주는 차를 한 모금 마시자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스님! 가을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네 그런 것 같네요.

스님!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스님 출가에 대해서 잠깐 들어볼까 하는데요.
출가라. 하하하. 나는 법랍이 많지 않아요. 81년도 초 한참 정신수양 같은 게 유행했어요. 그때부터 제가 그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곳저곳 다녀보고 도와 관련된 서적과 도를 행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서로 도를 배우고 했었죠. 

스님! 그때라면 20대 때 아닙니까. 그때는 참 세상에 관심도 많고 이성에게도 관심이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시기에 도와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은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어요. 앉는 방법을 배우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뭔가 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도인가보다 하고 생각해서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세계의 도 수행만 하다보니 마음공부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91년도에 승적을 받았습니다. 그 후 불교에 들어오면서 마음공부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네……. 스님! 그러면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학창시절……. 난 참 이상했던 것 같아요. 왜 학교를 가면 친구들이 많잖아요. 저도 친구는 많았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과 함께 놀아도 나는 늘 외롭고 재미가 없었던 것 같아요. 왜  있죠. 물에 기름이 떠있는 것 같은 느낌. 언제나 혼자였던 것 같아요. 고독과 외로움이 항상 공존하고 나를 향해 있는 철저한 삶의 무게를 그때 느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스님! 서귀포가 고향이신데. 혹시 가족 분들이 서귀포에 계신가요?
네. 어머님이 90세입니다 제가 둘째라서 형과 동생도 있습니다.  

스님! 그럼 어머님이 가끔은 사찰에 오기도 하겠습니다.
아니요. 전혀 오지 않습니다. 아들 수행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전화도 하지 않고 찾아오시지도 않아요. 그래서 제가 한 달에 한 번씩은 어머니 뵈러 가곤 합니다.

사실 우리 속가는 기독교 집안입니다. 어릴 때 저는 항상 교회에서 살았어요. 왜 교회가면 맛있는 과자도 주고 했잖아요. 지금도 어머님은 교회에 다녀요. 그런데 제가 출가를 한 다음부터는 동생들과 형님이 불교 공부도 하고 그래요. 바로 밑에 동생은 낚시광인데 그만두었다고 들었습니다. 동생친구가 그러더군요.

스님! 왜 동생분이 낚시를 그만두었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한 번은 동생보고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형이 수행자 생활을 하는데 네가 낚시를 하면 좀 그러지 않겠니. 그것은 살생을 하는 거라서 좀 그렇다고 말했는데 동생이 저에게도 말 안하고 낚시를 그만두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그 동생은 불교 서적을 갖다놓고 열심히 공부에 열중하고 있고 부처님 가르침에 심취해 있는 것 같아요.

스님! 출가한 후 기억에 남을 만한 재가불자분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어요. 제가 대중을 접한 게 한 5~6년 밖에 안돼요. 저는 주로 포행을 많이 했어요. 여기 저기 걸어 다니면서 수행을 했습니다. 그 수행길은 내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이었습니다. 화, 신경질, 짜증, 미움  이런 것들에 대해 내 자신을 관찰하면서 포행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15년을 포행을 하면서 내 자신의 내면을 알아가고 나니까 마음의 세계에 대한 눈이 뜨게 된 것겁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난후 남들이 행하는 잘못과 행동들을 이해하면서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화가 스승이었고 신경질이 스승이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문제 삼아 씨름하다보니 모든 생명 속에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옮고. 그름과 좋고 나쁨에 대한 개념도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내감정이 스승이고 내 자신의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15년 포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스님!  스님께서 말씀하신 자신과의 싸움을 수행의 길잡이로 했다는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를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다시 뵙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방문해 스님과 못 다한 얘기들을 더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하하하! 네. 그렇게 하십시오. 언제든지 문은 열려 있으니까 찾아오십시오.

네. 스님! 안녕히 계십시오.
오늘 가을과 함께한 일도스님과 인터뷰를 끝내면서 또 다른 큰 산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삶은 언제나 수많은 갈림길에 놓여 있지만 정작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길을 앞에 놓고 고민을 하는 우리네 삶은 어쩌면 우리네 입장에서는 합당한 고민일지 모른다. 많은 수행자들은 그 삶의 길을 걸어서 가고 뛰어서 가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답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 길이 수행의 길이라는 걸 느껴 보았다면 그 역시 또 다른 삶의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만남도 하나의 삶이고 헤어짐도 하나의 삶이라면 그 삶은 언제나 옆에 있을 것이고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연은 만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우리는 인연 속에 살고 있고 그 인연은 흘러가는 강물과 같을 것이다. 인연과의 만남은 강물을 막고 있는 댐과 같을 것이고 그 만남의 인연이 다하는 날 그 인연은 다시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강물이 되어 만날 수 있는 날 우리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삶의 그렇게 흘러 우리 앞에 다가오면 부딪히지 말고 흘러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보운 임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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