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빚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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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빚어내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8.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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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지가지 모양으로 빛을 빚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들이었다. 어디 부족한 것이 시간뿐이었을까. 부족한 시간, 부족한 경험, 부족한 예산, 부족한 일손, 부족한 이벤트 등등 ……. 
2017년 8월13일 부족함으로부터 출발한 등축제가 막을 내렸다. 13일 밤에 내려야 할 막을 하늘은 간간이 비를 뿌리며 반나절을 앞당겨 내리게 하였다. 삼일 축제가 줄어들어 부족함에 부족함을 하나 더 보탠 셈이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그 많은 부족함이 산지천 탐라광장을 룸비니동산으로 바꾸어놓은 것을. 이틀 밤 동안 등축제장을 찾아준 사람들의 발끝에서 끊임없이 피어나던 연꽃들을. 그것은 마치 2600여 년 전 막 태어난 아기 부처가 룸비니동산에서‘모든 사람이 스스로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어야지. 그 법으로 모든 이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주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내딛는 발끝마다 피어났던 바로 그 연꽃이었다. 따로 불을 밝히지 않아도 마음에 등불 하나씩 밝혀 오신 모든 분들이 만들어낸 신통방통한 연꽃등이다. 
등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랴? 등이 아무리 밝으면 뭐하랴? 그 빛을 만나러 오는 사람등이 있어야 비로소 등축제는 열리는 것이다. 그 여름 밤 마음에 등불 하나씩 켜고 등축제를 찾아준 많은 분들 덕분에 제1회 제주등축제는 성공했다. 남은 아쉬움들은 다음을 기약하는 증표이니 이 또한 가피가 아니겠는가.
끝으로 부족함을 디딤돌 삼아 묵묵히 준비해온 제주불교신문사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 이름조차 내걸지 않고 헌신한 불자님들이 쏘아올린 빛은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김희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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