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징검다리 통해 도민들 행복의 길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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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징검다리 통해 도민들 행복의 길로 안내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8.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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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의 주춧돌, 당신을 모십니다 <6-1> - 현수언 前 서귀포불교대학장 -

학교 운영 시스템 고스란히 불교대학 도입
일반인들 꼭 가고 싶은 명문불교대학 부상
 

현수원 전 서귀포불교대학장은 사경과 서예를 수행의 또 다른 방편으로 삼고있다. 불교대학에 강의가 없는 날이면 제주를 찾는 신혼관광객들에게 앞날에 행복이 깃들길 바라는 휘호를 무료로 써주고 있다.

현 전 학장의 노력 덕분일까. 서귀포불교대학의 면학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면서 서귀포시민들이 꼭 가고 싶어하는 명문불교대학으로 부상하게 된다. 결국 정원 80명도 모자라 90명으로 입학 정원을 늘려도 대기자가 밀려 2~3년 동안 적체되는 현상까지 빚어지는 행복한 비명을 부르짓게 된다.

학장을 역임하면서 교육과정을 확실하게 뿌리내린 것도 가장 뿌듯한 일이었다. 학생들이 힘든 수행의 과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수행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서귀포불교대학 재학생은 졸업을 한 달여 앞두고 수계법회를 봉행한다. 그 날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었던 죄업을 1080배를 통해 참회할 때 수계증을 전달한 것이다. 

현 전 학장은“수계는 진정한 계율의 상징이자‘참 불자’가 되는 첫 걸음”이라며“이를 불교대학에서 이론적으로 공부를 했다고 받는 것은 어불성설로, 자신의 참 본래의 모습을 발견할 때 자신의 법명도 의미가 깃들여 지기 때문”이라고 수계법회 날 1080배를 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귀포불교대학 재학생들은 성도재일 앞두고 매년 1월 초면 철야용맹정진 수련회를 개최한다. 수련회는 발우공양은 기본이고 불자의 서원과 발원문 작성, 웰다잉 강의, 유서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재학생들에게 불성의 씨앗을 심어줬다.

또한 현 전 학장은 격월로 신행과 산상법회를 봉행했다. 신행법회는 둘째 주 일요일마다 교수 스님들의 사찰을 순회하면서 다양한 수행프로그램으로 이론으로는 목마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다. 불교대학이 단지 불교지식만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정한 불심을 심는 밑거름을 만드는데 주력하고자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현 전 학장은“불교대학을 졸업했다면 기본적인 경전을 독송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불자의 기본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불교대학 강의실에서 경전 암송 시험을 치른다. 

시험과목에 선정된 경전은 반야심경·천수경·이산혜연선사 발원문 등 총 6개로 포교사가 시험관으로 나서 심사를 한다.

“지난 2005년부터 경전 암송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각 경전별로 기본, 완독 여부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여될 뿐 아니라 완벽하게 독송해야 완독 점수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학사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합니다. 경전암송 이외에도 사경, 출석 등 6가지 신행점수를 종합해 졸업식 때 시상하고 있고요. 최우수상은 제가 경전을 쓴 8폭 병풍을 선물로 선사합니다. 최고의 인기죠. 경전 암송은 시험공부처럼 억지로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신심과 밀접한 관계를 지닙니다. 경전을 모두 외웠다고 자만에 빠지면 오히려 독이 되기에 공덕 쌓는 마음가짐으로 늘 생활 속에서 수지독송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경전 암송시험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 전 학장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비행기를 타고 멀고 먼 설악산 오세암·봉정암 성지순례를 교과과정에 편입했다. 이 또한 재학생들의 불심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재학생과 동문까지 많을 때는 200여명이 동참한다. 자연스럽게 동문과 재학생들 사이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첫 봉정암의‘깔닥고개’를 넘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한라산을 오르며 기초체력까지 다져놓는 문화까지 형성됐다.

이 같은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현 전 학장은 제주를 불심의 땅으로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 2009년 노력을 인정받아 현 전 학장은 (사)붇다클럽에서 제정한‘붇다대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 전 학장은 불법을 통해 도민들을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주었다.

그럴수록 현 전 학장은 재학생들의 신심 구축뿐 아니라 사경의 생활화 확산에도 몸소 노력했다. 직접 노트형 사경집을 제작해 배포했던 것이다.

“기존 사경집은 금강경과 법화경 등의 경전별로 글자 위에 베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저는 100장 분량의 백지에 줄만 그어진 노트 형태로 자신의 근기에 맞게 사경할 수 있는 사경집을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특히 낱장의 사경지는 사경 후 부처님께 봉안하거나 집에 보관하는 경우 분실되는 경우를 쉽게 보았기 때문에 정리정돈된 부처님의 법을 정성스럽게 쓴 사경을 가보로까지 물려줄 수 있는 사경운동을 펼쳐보고 싶었어요.”

특히 현 전 학장은 사경과 더불어 서예는 또다른 수행의 한 방편이다. 지난 2005년부터 불교대학 강의가 없는 날이면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앞날에 행복이 깃들기 바라는 휘호를 무료로 써주고 있다. 

제주도내 주요 관광지인 산방산과 천지연 폭포, 이중섭 거리 등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신혼부부들에게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하는‘행복한 가정’을 주제로 선물했다.

2천여 부부에게 글을 써 주었다는 현 전 학장은“관광객들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미묘한 공양구가 되어 신심을 불러일으킨다”며“관광객들이 제주에서 좋은 추억을 전하는 포교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지난 2013년 학장직에서 물러날 당시 서예인으로, 포교사로, 불자의 삶을 이어가게 될 현 전 학장은“서예를 통해 사경에 주력할 것이고, 부처님의 교리를 꿰뚫는 불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일까. 매년 입춘이 돌아오면 손수 먹을 갈고 화선지를 접고 입춘글을 받아볼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새해를 축원하는 글을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다. 멀리 있는 사람에겐 우편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만나서 새해 인사를 나누듯 그렇게 새해 축원을 담은 입춘글을 전한다. 

이러한 현 학장의 입춘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주 너머 멀리까지 명성이 알려졌다. 
“전남 불심사 주지 스님은 매년 불자들에게 나눠줄 입춘첩을 부탁 연락이 왔었어요. 불심사 불자들은 집안에 그 글을 걸어두고 한해를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내려는 마음의 기도를 올리게 된 겁니다. 그런 인연이 깊어져 불심사 수계식에는 인쇄된 수계첩 대신 제가 직접 쓴 수계첩과 법명을 받은 불자들이 수계의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고 말하더군요. 부끄럽지만 가장 뜻 깊었습니다.”

그 인연이 닿아 현재 현 전 학장은 불심사 무창포불교대학 학장 소임을 다시 맡는 등 남은 생을 인재불사에 끊을 수 없는 행복한 고리를 만들어 가게 됐다. 

현재 조계종단에 116개 불교대학이 있지만 재가불자가 학장을 하는 경우는 서귀포불교대학이 유일한 곳이다. 더욱이 입학생이 적체되는 등 이 같은 성공사례는 보기 드문 경우다.
서귀포불교대학이 그 성공의 이유는 학교 운영 시스템을 고스란히 불교대학에 도입, 불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꼭 가고 싶은 명문 불교대학으로 부상한 게 된 것을 어찌, 현 전 학장의 노력이 크다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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