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제주전통사찰과 만날 수 있는 길…
상태바
단아한 제주전통사찰과 만날 수 있는 길…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08.30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불교 성지순례길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지혜의 길’에서는 12개의 제주전통사찰 가운데 제석사와 보덕사, 월성사, 선광사 4개의 전통사찰과 만날 수 있다. 전통기법으로 정성스럽게 사찰을 짓는 가운데서도 제주의 특성을 살려 법당 안에는 여러 단을 모셔서 한곳에서 여러 부처님들을 모셨다. 게다가 단청과 그림에서도 우주의 질서를 담은 제주전통사찰의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다. <편집자 주>

 

지혜의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전통사찰 제석사.

누구든 가치 있는 것에는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사찰도 그렇다. 그래서 제주불교성지 순례객들에게 전통사찰은 더욱 기대를 안게 하는지도 모른다.

제주도에는 모두 12개의 사찰이 전통사찰로 지정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찰로 제23교구본사 관음사를 꼽을 수 있고 불탑사와 천왕사, 월정사, 월영사, 제석사, 보덕사, 월성사가 있고, 산남에서는 법화사을 비롯해 약천사, 남국선원, 선광사 등이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거나 그럴만한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의 전통사찰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 지혜의 길에서 만나게 될 사찰 가운데 이러한 전통사찰로 이름이 올라간 사찰은 제석사와 보덕사, 월성사, 선광사 등이 네 곳이다. 그리고 지혜의 길에서는 이러한 전통사찰을 통해서 제주의 전통불교문화를 오롯이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제주도의 전통사찰에는 당대 최고의 도편수를 불러와 사찰 짓는데 매달렸던 스님들과 불자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주춧돌과 기둥과 서까래 하나 하나가 부처님을 향한 마음으로 이루어졌으니 이만한 불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대부분 제주의 전통사찰에서 보면 법당 내부가 다른 지방에 비해 큰 것처럼 보이는 것도 여러 채의 법당을 지을 수 없는 것을 감안해 한 법당 안에 여러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부처님을 모신 상단이외에 여러 단을 같이 모셔서 예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땅이 협소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실질적인 편이성도 반영한 것이다. 그러기에 참배객들은 대웅전에 들어서면 여러 불보살님들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혜의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전통사찰 보덕사.

제주의 전통사찰에서는 참배객들의 마음까지 전해지는 절집의 단아함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사찰 참배는 그저 종교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교건축문화와 만날 수 있게 한다. 전통기법을 고수하면서도 시대적 특성들을 가미한 현대의 불교건축문화에서 기품을 간직하면서도 실용성이 느껴지는 것이다. 

단청이나 벽화 그림들을 통해서도 참배객들은 회화 장르에 대한 안목도 키울 수 있다. 법당 천장을 가득 채운 문양들이 그냥 멋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조화롭게 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는 것을 읽어낼 수도 있다.

제주불교는 조선시대 이형상 목사 이후 2백년의 무불시대를 거치고 난 후 안봉려관 스님이 관음사를 세우면서 새롭게 불교의 중흥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봉려관 스님의 깊고 폭넓은 포교활동으로 여러 사찰들이 지어지면서 제주전역에서 불자들이 부처님의 진리와 만날 수 있게 길을 열어놓았다. 그러한 터전 위에서 해방이후에는 개혁을 원하는 젊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불교활동이 왕성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4·3광풍이 휘몰아치면서 제주불교는 커다란 상처를 입고 크게 위축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그렇지만 그 폐허 속에서도 제주불교는 절망하지 않고 아픔을 딛고 선 모습으로 새롭게 거듭나 이제는 제주도 전역에 3백여 사찰이 자리한 불국토를 이루고 있다. 

인욕의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전통사찰 천왕사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제주전통사찰의 모습 안에는 이렇듯 아픈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순례객들이 만나는 전통사찰의 모습은 더없이 맑은 얼굴을 한 법당이면서도 그 안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 강인함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순례객들은 낡은 것이 부서져 새 것이 나온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의 전통사찰은 그 지역과 지역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제주불자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가람배치가 그러하고 당대 최고의 장인들의 솜씨로 다듬어진 법당은 그대로 부처님을 믿고 따르는 중생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합치되기도 한다. 그곳에서는 또한 단청의 밝고 우아함도 갖추었으니 참배객들은 법당 부처님을 향해 삼배를 올리고 나서 법당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 고르면서 마음을 쉴 수 있는 것이다. 

순례객들이 좀더 시간이 있다면 만다라 꽃을 피운 듯한 단청무늬를 찬찬히 살피고 어떤 기법으로 전통사찰이 세워졌는가를 눈여겨보면 사찰 참배의 유익함이 더욱 깊어질 듯하다. 그저 형식적으로 들러보는 일은 아무런 감흥을 얻지 못한다. 

반야바라밀의 완성은 지혜를 통해 가능하다. 지혜는 지식이나 정보의 의미보다는 상대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스님들은 말한다. 순례객들도 전통사찰에 대한 이해로 지혜가 생겨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