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느 포교사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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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느 포교사 이야기… <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9.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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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각 (21기 포교사)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말야 바로기제 새바라야 사바하…….”

연무사의 큰 법당에 열기가 넘칩니다. 나만이 아니라 옆에도 뒤에도 앞에도 모든 보살님들의 염불소리가 하나 되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했습니다. 법회 때마다 3번 정도 하던 것을 3천5백 포교사가 하나 되어 독송하고 있습니다. 오매불망 부처님께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기입니다. “부처님, 부처님! 당신의 제자로 살고 싶습니다. 모든 번뇌망상 다 내려놓고…….”

이제 포교사로 승격(?)된지 만 1년이 되었습니다. 작년 법주사에서 21기 일반포교사 품수를 받았습니다. 추위에 떨며 팔을 걷어 연비를 받던 그 시간은 참으로 각별했습니다. 그 순간만은 진심으로 부처의 제자로 살겠노라 다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항상 마음속에 지니려 하지만, 그동안의 습과 타고난 못된 기질이 방해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부족한 것을 보면 가만있질 못합니다.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그 사람의 작은 잘못보다 태산처럼 무한한 부족함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그 순간은 잊어버립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비교를 합니다. 저 스님과 이 스님은 무엇이 다른지, 저 보살과 이 보살은 어떻게 다른지를 스캔합니다. 마치 영화에서 보면 인공지능 로봇이 처음 나타난 사람을 스캔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정도로 정확합니다. 그러나 뒤돌아서 생각하면 그것은 정확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보여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지 않는 사람 사람마다의 내면이 있습니다. 보여지지 않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픈 마음, 절망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희망하는 마음……간절한 마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보지 못합니다. 다만 보여지는 행동과 행위에 대해서 평가합니다. 일의 결과에 대해서 급수를 매깁니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이 모든 걸 전부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기분이 좋고, 내 상태가 좋으면 상대도 어여뻐 보입니다. 그러나 내가 피곤하고 어떠한 욕구불만 상태일 때는 상대를 어여삐 볼 수 없습니다. 상대의 모든 것이 짜증나 보입니다. 말투, 행동, 처신하는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합니다. 소위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 당시 자기의 마음상태는 진즉에 사라지고 없습니다. 다만, 상대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또 한 번의 구업(口業)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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