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없는 환자 생명연장 도구 떼는‘존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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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없는 환자 생명연장 도구 떼는‘존엄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11.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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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세간 관심

이후 의사들, 죽을 때까지 의료 관행
세브란스병원, 환자 자기결정권 인정

 

임종을 앞둔 환자가 연명의료의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연명의료결정법’이 내년 2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지난 10월 23일부터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본지는‘연명의료결정법’이 죽음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잘 사는 방법을 찾는 관점에서 교계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도 모색해 보고자 3차례 연재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제주 유일 상담 작성은‘제주웰다잉연구소’
②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어떻게 하나?
③ 사전명명의료의향서 추진 배경과 방향

 

환자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연명의료결정법’은 본래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약칭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의 환자에게 생명연장 도구를 떼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른바‘존엄사’가 보장되는 것이다. 존엄사는 약물 투입 등의 방법으로 사망 시기를 앞당기는 안락사와는 차이점이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나오게 된 배경은 1997년‘보라매병원 사건’이다. 이는 존엄사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로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당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식물인간 상태인 남편의 퇴원을 요구했던 부인과 이를 허락했던 의사가 살인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으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치료 포기가 형법상 처벌로 이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어주지 않는 사례로 남으면서 환자가 죽을 때까지 치료하는 의료 관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논의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세브란스 병원의 김 할머니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환자에게 되돌려 주는 단초를 제공하는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2009년 5월 국내 법원이 처음으로 존엄사를 허용한 판결이다.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김 할머니의 가족들이 병원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법원에‘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200여 일을 더 살다가 2010년 1월 10일 78세로 사망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존엄사 논쟁이 촉발된 계기는 2009년 법원이 처음으로‘김 할머니 사건’을 존엄사로 인정하면서부터다. 가족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할머니의 평소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했지만 병원이 거절하면서 소송으로 번졌다. 당시 대법원은 김 할머니의 존엄사 허용 조건의 하나로‘사전의료지시’를 제시했고,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를 권고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이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환자나 그 가족이 존엄사를 원한다고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는 없다.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다음과 같은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다. △회생 가능성이 없이 치료해도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환자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면 환자 의사로 확인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가족 2명 이상의 진술과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야 인정 △중단되는 연명의료는 심폐 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될 때를 가리킨다. 
내년 2월 본격 시행되는‘연명의료결정법’은 사람의 생사가 결정되는 만큼 시행 과정에서 각종 논란과 시행착오가 빚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범 사업을 통해 미비한 점을 충분히 보완하고, 삶의 마지막 단계에 대한 상호 존중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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