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월출산 도갑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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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도갑사 (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2.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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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사찰순례(57)

이번 주에 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이상 기후로 따뜻한 남쪽 제주도도 며칠 계속 눈이 오는데 추운 강원도는 오죽할까 생각하니 곧 열릴 개막식이 걱정이다. 인재는 대비하면 되지만 천재지변은 예나 지금이나 하늘에 그러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우리 조상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닥치는 재난을 어떻게 대처했을까? 재난이 닥쳤을 때 찾는 분이 있었다.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觀世音), 줄여서 관음(觀音)이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 아바로키테슈와라(Avalokitesvara)를 한문으로 옮긴 것이다.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스승인 삼장법사의 모델이 된 현장(玄奘) 스님이 10여 년간 인도를 순례하고 당나라로 돌아올 때 많은 불경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경전들을 한문으로 번역했다. 현장 스님 이전에 관세음보살은 광세음(光世音), 관세음(觀世音), 관음(觀音), 관세자재(觀世自在) 등으로 번역했으나, 현장 스님 이후에는 관자재(觀自在)라고 번역했다. 불자들이 자주 암송하는 『반야심경』도 현장 스님이 번역한 것을 주로 사용하는데, 첫 구절의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행심반야바라밀다시(行深般若波羅密多時)’는 ‘관자재보살께서 깊은 지혜로 깨달음에 이르는 실천을 행하실 때’란 의미이다. 여기서 관자재보살은 바로 관세음보살을 말한다. 관세음보살의 산스크리트어 ‘아바로키테슈와라’는 아바로키타(Avalokita, 관(觀)하다)와 이슈와라(isvara, 신 또는 자재천(自在天))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관자재보살이 더 정확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인도에서 관세음보살이 사는 곳은 남부 인도의 말나야(Malaya)산 동쪽 구릉인 보타락가산(補陀落迦山)이라고 믿어졌다. 한문으로 음역된 보타락가산은 보타산, 낙산, 백화산 등으로 줄여 쓰기도 하는데 관음도량으로 유명한 동해 낙산사의 낙산이나 국보로 지정된 태안마애삼존불이 있는 백화산도 보타락가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관세음보살이 고난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해 준다는 내용이 가장 잘 나온 경전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관세음보살보문품」이다. 이 품은 무진의보살(無盡意菩薩)이 영축산에 머무르는 부처님께 관세음보살에 대해 질문하고 부처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중생들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거나 생각하면 그 신통력으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으므로 관세음보살을 잘 봉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도갑사에 그려진‘관세음보살삼십이응신탱’침계루 현판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해탈케 하느니라. 만일 어떤 이가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면, 그가 혹시 큰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할 것이니, 이것은 관세음보살의 위신력 때문이며, (중략)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가령 폭풍이 일어 그들의 배가 나찰귀(羅刹鬼)들의 나라에 닿게 되었을지라도 그 가운데 만일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여러 사람들이 다 나찰의 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니, 이러한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이름하느니라. (중략)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떻게 이 사바세계에서 노니시며, 어떻게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시며, 방편의 힘은 어떠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나라의 중생을 부처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관세음보살이 곧 부처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벽지불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성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범천왕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범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제석천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제석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중략)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듯한 것 등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모두 그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집금강신(執金剛神)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곧 집금강신을 나타내어 설법하나니, 무진의야, 이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여 가지가지 형상으로 여러 국토에 노니며,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공양할지니라.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이 두렵고 급한 환난 가운데 능히 두려움을 없애주므로, 이 사바세계에서는 모두 일컬어 두려움을 없게 해주는 이(시무외인(施無畏者))라 하느니라.” 

 이처럼 대개의 『법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관세음보살이 제도할 사람에게 불, 벽지불, 성문, 범왕, 집금강신 등 33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 전기에 널리 유통된 『법화경』은 중국 송나라 때 승려인 계환(戒環) 스님이 주석을 단 경전으로, 여기에는 ‘삼십삼’이 아닌 ‘삼십이응신’으로 제시하고, 그가 주석을 단 『능엄경』에도 마찬가지로 ‘삼십이응신’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구제한다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이 서른 두 개의 모습으로 변하여 나타난 모습을 그린 불화가 한 점 있다. 바로 도갑사에서 그려진 〈관세음보살삼십이응신탱((觀世音菩薩三十二應幀)〉이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가 억압되었다. 다만 전기에 세종, 세조 그리고 명종 때 왕실에서 불교를 보호하여 나름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명종 때 문정왕후는 불교를 적극 지원하여 다양한 불사가 이루어졌다. 그중 하나가 명종의 선왕인 인종의 왕비인 공의왕대비(恭懿王大妃, 인성왕후(仁聖王后))가 재위 8개월 만에 승하한 인종의 극락왕생을 위하여 그리게 한 이 불화이다. 중앙에 웅장한 바위산을 배경으로 하고 넓은 바위 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은 관세음보살을 중심으로 여러 장면들이 바위산을 경계로 작게 묘사되었다. 이들 각 장면은 『법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이 여러 모습으로 바꾸어 나타난 장면과 불구덩이에 빠지거나 물에 빠지는 등 고난에서 구제받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1550년에 그려진 이 불화는 현재 일본 교토에 있는 지온인(知恩院)이라는 절에 있다. 언제 어떠한 경유로 일본으로 넘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제작된 해와 이자실(李自實)이라는 불화를 그린 화원을 알 수 있는 조선시대 전기를 대표하는 불화 중 하나이다. 
 도갑사에 봉안되었던 〈관세음보살삼십이응신탱〉을 보면서 계속 오는 눈 어서 빨리 그치고, 아무 탈 없이 올림픽 개막식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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