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우주가 모두 부처님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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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우주가 모두 부처님뿐 입니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8.02.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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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스님

용맹정진에 임하기 전 수좌들에게 참선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를 청화 큰스님께서 자세히 들려주셨다. 스님은 자기 분수에 맞게 한다면 우리 몸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천지 우주의 순수 에너지인 부처님만을 생각하는 것이 참선의 마음 자세이며, 이러한 마음을 떠나지 않을 때 무한의 공덕과 가능성을 갖춘 우리 마음을 계발할 수 있다고 하셨다. <편집자주>

 

청화 스님(1923~2003)1947년 세납 24세에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 화상을 은사로 득도. 출가 이후 무안 해운사 두륜산 진불암, 지리산 백장암.벽송사, 구례 사성암, 용문사 염불선원, 보리암 부소대, 부산 혜광사, 두륜산 상원암, 월출산 상견성암, 지리산 칠불사 등에서 수행정진하심. 1985년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삼년결사를 시작으로 회상을 이루시고 대중교화의 인연을 지으심. 1995년까지 태안사 중창 복원하여 동리산문 재건하심. 미주포교를 위해 카멜 삼보사, 팜스프링 금강선원 등을 건립하심. 2003년 11월12일 열반.

 

…… 부처님 법의 요체는 삶의 고통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중생의 허물을 벗는 것입니다. 매미도 허물을 벗어야 성충이 되고, 누에고치도 자신의 몸에서 실크를 뽑아 누에고치를 만들지만 그 속에서 안주하면 영원히 갇혀 버리게 됩니다. 자기가 만들어 놓은 껍질을 벗고 뛰쳐나와야 합니다. 
우리 인간도 몸뚱이를 뛰쳐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것은 텅텅 비어 있고 실체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바윗덩어리도 사실은 텅텅 빈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잘못 보아서 바윗덩어리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신여의통身如意通, 즉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인들은 바위 구멍에도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원래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물질은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마음의 패턴입니다. 
우리는 중생심을 벗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출가하여 승려가 되고, 수녀가 되며, 신부가 됩니다. 따라서 그렇게 한번 되었을 때는 응당 준엄하게 계행을 지켜야 합니다. 계행이란 우주의 모든 것이 본래 텅텅 비어 있고, 다만 진여불성뿐이라고 하는 차원에서 형성된 우리의 말과 우리의 몸, 그리고 우리의 사고를 말합니다. 
남과 내가 둘이 아닌데 살생을 하면 되겠습니까? 또한 음탕한 짓을 하면 되겠습니까? 물질이란 도대체 허망한 것이고, 본래는 나도 없고 내 소유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내 몸뚱이 편하자고 부당한 수입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훔칠 이유도 없고, 부정을 저지를 필요도 없습니다. 거짓말이나 욕설, 혹은 이간하는 말은 모두가 허망 무상한 것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마약을 복용하겠습니까? 부처님 계율은 모두가 다 근원적인 본래 무아, 무소유, 바르게 본 견지에서 우러나오는 우리의 행동, 우리의 말입니다. 그게 바로 계행의 본래 의미입니다.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계행은 부처님 당시에나 어울리는 것이었고, 현대에는 현대에 적합한 계행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여 혼란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잘 지키려고 애써도 빗나가고 마는데, 합리화시키면 그때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우리가 과거 전생에도 잘못 배우고 금생에도 잘못 배워 버릇이 잘못 들었기 때문에, 지키려고 아무리 애써도 미끄러지고 실패도 많이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니면서 배운 것이 무엇입니까? 물리학도 배우고 법학도 배우고 다른 여러 가지 학문을 많이 배우지 않았습니까? 모두가 다 소중한 공부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깨닫고 참다운 자기가 된다는, 참다운 진아를 발견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모두가 ‘있다’, ‘없다’하는 분별시비와 사변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 것은 아무리 많이 쌓아도 바벨탑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다 허물어지고 말 것입니다. 기능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참다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참다운 사람이 못되면 다시 무슨 주의, 무슨 철학이 나와서 옥신각신하고 또 싸우게 됩니다. 
오히려 ‘있다’, ‘없다’하는 것들을 다 내려놓아야 부처님 마음과 우주만유의 참다운 에너지인 우주정기하고 하나가 되고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잠재의식에는 워낙 배운 것이 많기 때문에, 염불도 하고, 화두도 참구하고, 또는 주문도 외워서 본래적인 우리 마음자리인 진여불성으로 가려고 애쓰지만, 자꾸만 반발이 나옵니다. 그래서 선방에 두 시간이나 세 시간 동안 앉아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사념없이 오로지 맑은 마음으로 지속될 때가 별로 없는 것입니다. 
납월 팔일, 즉 음력 12월8일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날이므로, 12월 초하루부터 납월 팔일까지는 용맹정진을 합니다. 칠일 동안의 용맹정진은 집중적으로 간단없이 번뇌를 공격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수행을 할 때 했다가 쉬었다가 하면 잠재의식이 또 나오게 되어서 망상이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낮에는 그런대로 괜찮다가도 밤에 잠잘 때는 꿈속에서 잠재의식이 발동되어 이상야릇한 꿈을 꾸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 중생 놀음입니다. 그러므로 용맹정진을 하는 것입니다. 용맹정진은 화두나 염불, 혹은 주문을 통해서 오직 부처님께로 지향하는 마음을 순간 찰나도 쉬지 않고서 지속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도 음식의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 입으로 먹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부처님 즉 본체를 지향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용맹정진 기간 동안에는 원칙적으로 묵언을 지켜야 합니다. 말을 하면 개념이 나옵니다. 개념이 발동되기 때문에 또 역시 분별시비가 있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말을 않습니다. 식사 또한 꼬박꼬박 세 끼를 먹지 않고 원칙적으로 하루 한 끼를 먹습니다. 본래 우리가 잘 참지 못해서 하루에 세 끼를 먹고, 거기에 덧붙여 간식도 합니다만 사실은 하루 한 끼를 먹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말도 않고 또 하루에 한끼만 딱 먹고 맙니다. 우리 생각을 부처님 마음에다 딱 머물게 해서 간단없이 밀어붙입니다. 그렇게 정진할 때는, 즉 반주삼매般舟三昧를 할 때는 우주본체의 진여불성 자리가 훤히 다가옵니다. 반주삼매란 불립삼매佛立三昧로서 부처님이 훤히 앞에 나오신다는 뜻입니다. 그와 같이 간단없이 정진하면 일주일이 미처 못 가서 틀림없이 부처님 광명이 나옵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과 몸이 온전히 그 광명과 하나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라는 생각도 초월해 버립니다. 그것을 심월고원心月孤圓이라 합니다. 일주일 해서 안 되면 삼칠일, 즉 21일 동안 그렇게 하고 그래도 안 될 때는 49일 동안 하고, 그래도 안 되면 90일 동안 합니다. 
“일주일이면 되는데 설마 90일 하면 안 되겠느냐.”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해 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도 삼동결제를 그렇게 많이 했지만, 지금도 번뇌의 찌꺼기를 다 못 떼고 있습니다. 용맹정진은 상의해서, 하셔도 좋고 안 하셔도 좋고 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꼭 해야 한다고 하면 의무감 때문에 구속을 받습니다. 그리고 또 가부좌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신 분들은 굉장히 고생합니다. 이레 동안 밤이나 낮이나 안 눕고 안 자므로 버티기가 힘들어서 그냥 미쳐버린 분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하다 보니까, 한 열명쯤 시작하면 그중 몇 명은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겨우 버틴 분들도 다리가 아프고 어디가 아프다고 하여 그 아픈 것만 생각하지 공부에는 별로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또 억지로라도 해 놓고 보면 하신 다음에는 이것을 하면 좋겠구나 나 같은 별것도 아닌 사람이 일주일 동안 안 자고 안 눕고 버텼구나 생각되어 자기를 이겼다는 강인한 의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참선을 많이 하신 분들은 그저 무난하게 그때그때 편안하게 하시는 것이 좋은데, 사실 신참들은 어거지로 한번 해 보시는 것도 좋기는 합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면 도리어 병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또 그냥 참선이란 것이 원래 참 좋고 쉬운 것인데 참선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다시는 안 오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곤란합니다.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해서 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참선은 제일 쉬운 것입니다. 몸도 가부좌가 가장 편한 것입니다. 호흡도 가부좌를 해야 상하 호흡순환이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드디어는 항시 머리도 시원하고 가슴도 시원하고 눈도 시원하고 합니다. 아랫도리는 따습고 단전에는 힘이 꽉 차 있게 됩니다. 참선을 많이 해서 가부좌를 많이 한 사람들은 틀림없이 아랫배에 힘이 꽉 차 있습니다. 그러면 나쁜 병이 올 수가 없습니다. 잔병도 다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억지로 잘못한 사람들은 도리어 없던 병이 생깁니다. 
참선을 잘 하면 내가 없고 네가 없고 미운 사람, 좋은 사람도 없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나날이 좋은 날이고 때때로 좋은 때입니다. 우리 마음은 나다, 너다, 좋다, 궂다, 시비를 다 떠나서 천지 우주의 순수 에너지, 순수 정기인 부처님만 생각하는 것이 참선하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화두를 드는 것이고, 염불도 그 자리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 자리는 훤히 빛나는 자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행복도 지혜도 자비도 능력도 원만히 갖춘 무한의 공덕과 가능성을 입력한 컴퓨터, 이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그 자리를 계발하는 데 가장 요령 있고, 가장 쉽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참선입니다. 우리 몸을 바르게 하고, 우리 호흡을 바르게 하는 것이 참선입니다. 
몸을 바르게 하려면 철저한 계행을 지켜야 됩니다. 몸을 바르게 한 다음에는 호흡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 호흡은 자연스럽게, 될수록 가늘고 길게 그리고 고르게 해야 합니다. 
자기 분수에 맞게 구해야 합니다. 분수에 넘치는 허튼 권리나 권력을 구하고, 돈을 구할 때는 마음이 괴로워집니다. 모든 게 분수에 맞으면, 우리 마음은 내 생명의 근본인 동시에 우주만유의 근본 자리인 우리 부처님을 생각합니다. 이렇게 분수에 맞게 하면 되므로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우리 몸이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세월은 참 무상합니다. “그동안에 공부를 얼마나 했는가 내 놓아 보시오”하면 우선 저부터가 따분하게 생각합니다. 후회가 없도록 공부 부지런히 하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반야바라밀을 본다면, 찰나찰나가 다 좋은 때요, 사람마다 좋은 사람입니다. 설사 내가 아무 허물도 없는데 내 목에 칼을 겨누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 됩니다. 천지 우주가 오직 부처님뿐이요, 천지 우주가 다 화장세계, 즉 부처님 나라뿐입니다. 그러므로 나날이 좋은 날이요, 분명히 해마다 좋은 해입니다.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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