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 혁신코자 했던 스님들의‘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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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혁신코자 했던 스님들의‘죽음’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03.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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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최한 4.3학술 세미나가 3월 14일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가운데 한금순 문학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조계종, 제주4.3 7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 개최
3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서
종교의 탈을 쓴 서북청년단, 토론서 뜨거운 이슈
 

 

“그동안 불교계에선 무엇을 한 것입니까.”
분노의 장이었다. 부끄럽게도 불교계는 70년 동안 제주4․3 불교계 피해에 대해 침묵했고, 방관했다는데서 세미나 참여자들의 통찰과 참회에서 시작됐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에서 주최한 제주4․3 7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가 3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동안 묻혀있던 4․3 불교계 희생자 및 사찰 피해에 대한 공론화 장으로서 의의를 깊었다. 
이날 주제발표한 한금순 문학박사는 불교계가 타 종교에 비해 큰 피해를 겪게 된 원인을 ‘4․3당시 불교계의 사회참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한 박사는 “해방 후 불교계는 일제하 불교에서 벗어나 한국불교 본연의 모습을 맞이하고자 1945년 8월 조선불교혁신회를 구성하고 9월에는 전국 승려대회가 개최됐다”면서 “조선불교혁신대회에 제주도의 82개 사찰 중 80개 사찰이 참여하면서 해방 후 자주적인 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며 제주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제주불교는 해방으로 친일을 반성하고 새로운 국가 건설에 맞춘 한국불교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준비했다. 그러나 4․3으로 인해 당시 90사찰 가운데 40여개 사찰이 소개되고 16명 스님의 순교하는 등 4․3으로 인해 제주불교는 크나큰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제주불교는 제주4․3의 치열한 제주사회 참여활동을 기반으로 한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타 종교의 피해와 더불어 개신교 신자들이 주류를 이룬 서북청년단에 대한 이슈가 뜨거웠다.
이와 관련 한금순 박사는 “서북청년단으로 불리는 기독교 원리주의자에 의해 4․3의 피해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기독교와 천주교의 1~4건 정도의 피해로 불교계에 비해 미미한데 이는 불교계 활동이 그만큼 왕성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부장 진각 스님은 ‘서북청년단’ 주제로 발표해도 좋겠다고 제안하며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만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면 잔인한 종교인이 된다”면서 “평안도 출신 월남자들이 모였던 영락교회는 서북청년단의 가장 중요한 근거지였는데 해방정국서 극우화라는 명분이 ‘그리스도의 이름’이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사를 전공한 박원홍 목사(서문교회)는 “서북청년단의 경우 만행에 대해 개신교 목회자로서 참회하는 마음을 갖는다”면서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인간이 예수의 이름을 빌려, 잔인한 행동을 한 것에 아픔을 많이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박 목사는 “서북청년단은 급료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탈이 심했다고 하지만 공과는 분명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잘못된 목회는 결정적이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한불교 조계종은 4월3일까지 제주 4․3항쟁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진실규명에 대한 연대활동을 진행한다.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는 4월 3일 오후2시 대웅전 앞에서 위령재를 봉행하는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4월 3일 광화문에서 영산재로 4.3 희생자 천도재를 봉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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