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 덕분으로 봄꽃이 만개해 전국 곳곳이 온통 꽃잔치가 한창이다. 화사하게 피어나 꽃들 덕분에 사람들은 꽃잔치에 길을 나서지만 제주 불자들은 4월이 그렇게 화사하거나 들뜨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70년 전 4․3이 남긴 아픔이 워낙에 크기에 아직도 상처는 다 아물지 못한 채로 응어리져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이 아픔을 제대로 알리고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평화와 상생의 가치를 서로 나누자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다시 말해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4․3 전시회와 세미나 등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으로 여러 사람들이 4․3 을 바로 알고 4․3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불교계에서도 4․3에서 입은 제주불교계의 피해를 연구 조사한 내용을 담은 세미나를 열었고, 지난 3일에는 4․3의 최고 격전지였던 관음사에서 4․3 때 희생된 스님들을 비롯해 돌아가신 4․3영혼들을 위한 위령제를 봉행함으로써 제주불교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알렸다.
이날 위령제에는 종단 큰스님들과 많은 제주불자들이 참석해 4․3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억울하게 숨진 스님들과 4․3영혼들을 위한 기도에 함께했다.
스님들을 위한 이 같은 위령제는 사실상 처음 열리는 것으로써 이러한 위령제만으로도 제주불자들에겐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희생된 스님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뿐 아니라 4․3의 역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공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님들을 추모하는 길이 지속적으로 열리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모의 뜻과 염원들이 모일 때 4․3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상생의 길을 여는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조금은 품어봄직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주불자들이 더욱 4․3을 배우고 알아야 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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