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특강 - 동은 스님(전 월정사단기출가학교장, 삼척 천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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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특강 - 동은 스님(전 월정사단기출가학교장, 삼척 천은사 주지)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04.2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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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가 만들어준 끈끈한 도반애…박새풀 이야기

전국 최고의 교수진들이 이끄는 제주불교 정법교육을 위한 진리의 도량 보리왓(원장 성원 스님)이 지난 4월 26일 동은 스님(전 월정사단기출가학교장, 삼척 천은사 주지)을 초청, ‘출가, 구도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이날 특강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주>

동은 스님이 강연을 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왜 사세요? 살다보면 그 의문점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붙이는데 “태어났으니까요”라는 말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살지요. 우리는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되고 온갖 일을 겪습니다. 힘든 일이 나에게 닥쳐올 때마다 우리는 불평을 합니다. 그럴 때면 문득, ‘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생각이 들지요.

특히 주변 지인이 죽었을 때, 친한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그럴 때 문득 잊고 지냈던 삶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 치이다 보니 생각할 여유가 업죠.

이를 평생 화두로 삼은 분이 계십니다. 길에서 삶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그 삶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누린 사람입니다. 역사는 그를 ‘붓다’라고 부릅니다. 그가 살아온 근원적 삶의 경험들을 ‘불교’라고 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의심

눈앞에 이익만 취하다보니 인생이 갈팡질팡

그럼, 부처님은 무엇을 깨치셨을까요. 부처님은 사대문에서 생로병사를 보고 의문을 갖게 됩니다. 왕궁에 있을 때는 그것을 몰랐죠. 그러다가 의문이 풀리지 않으니까 출가를 하셨고, 큰 스승을 찾아갔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보리수 아래서 수행 후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그 깨달음 가운데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깨우치십니다.

흰색, 검은색이 아닌 회색을 중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개념이 다릅니다. 살아가면서 개개인의 입장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가장 합리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중도’라고 합니다. 그 중도를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불교를 인연의 종교라고 하지 않습니까. ‘인’이 있고 ‘과’가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도 성원 스님이 신제주불교대학을 개설해서 ‘인’이 생깁니다. 배움을 통해 ‘불교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어서 실생활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과’입니다.

내가 지은 것을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생이 불행할 일이 없어요. 그것을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렇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신제주불교대학 재학생들이 동은 스님의 강연을 듣기 앞서 삼귀의를 봉독하고 있다.

인생은 우리가 다 똑같아요. 인연이 얽혀서 살고 있는데 내가 미리 갈 방향을 알면 복잡하지 않아요. 맨 마지막에는 모두가 죽잖아요. 죽지 않는 사람 있나요. 그러나 우리는 눈앞에 이익만 취하다보니 인생이 갈팡질팡하잖아요.

승보종찰 송광사에 효봉 스님이라고 있었어요. 38세에 늦깎이로 삭발 출가하여 우리나라 불교의 조계종단의 종정을 지내신 스님은 구산 스님과 법정 스님의 은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888년 평안도에서 태어난 스님은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나와 조선인 최초로 판사가 되었습니다. 평양 복심법원에 근무하다고 독립투사를 ‘사형선고’를 내린 것에 회의를 품습니다. 당시 입고 있던 양복을 팔아서 엿장수로 변신해 3년여를 떠돌았다고 합니다. 금강산 신계사 보문암에서 석두 화상을 은사로 출가를 합니다.

그러나 석두 스님이 허름한 옷을 입고 온 효봉 스님을 출가시키는 것은 만무하지요. 그래서 시험을 하게 됩니다. 넓은 논바닥에 바늘을 던져버립니다. 그래서 그 바늘을 찾아오라는 거였습니다. 석두 스님은 효봉 스님이 포기할 줄 알았는데 며칠 동안 그 논을 뒤져서 그 바늘을 찾아옵니다. 그만큼 출가 구도에 대한 염원이 간절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간절하면 불교와 인연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월정사에서 출가를 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단기출가학교장을 맡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미얀마에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미얀마 수도에 있는 쉐다곤파고다에 갔는데 동자승들이 탑돌이를 하는 겁니다. '신퓨'라는 어린이들의 단기출가 의식을 본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갖고 있었지요. 그러나 한국에서 출가하면 ‘현실도피자’라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남방처럼은 아니지만 필요성을 느끼고 월정사에서 교무소임을 맡으면서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월정사서 지난 2004년 단기출가프로그램 기획

기억에 남는 상원사에서~적멸보궁까지 삼보일배

조계종은 행자교육을 6개월에서 1년을 하는데 1개월로 단축한 것입니다. 그 당시 제 속가의 동생도 1기였는데 출가를 했습니다. 지금 은해사 교무국장을 맡고 있는 용주 스님입니다. 그동안 출가를 권해 왔는데 동생이 단기출가를 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장하다고 했어요.

단기출가 에피소드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보통 참가자들은 3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제일 많은 분들이 나이 드신 분들로, 젊었을 때 출가를 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던 분들이지요. 집안의 독자라서 등등. 또 한 부류는 ‘과연 내가 해 낼 수 있을까’라고 자신을 테스트해보고자 하는 분들입니다. 그 다음 한 부류는 호기심에서 옵니다. 어떤 부모들은 휴대폰에 빠져 사는 아들의 습관을 고치고자 보내고, 어떤 분들을 담배를 끊고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일반적인 청규가 있는데 휴대폰, 술과 담배는 휴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어떤 한 분은 교회 집사였어요. 금단 현상 때문에 담배를 하도 피우고 싶어서 쓰레기통에 놓인 담배꽁초를 피웠어요. 그 정도로 생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오신 분들이 계셨어요.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 를 삼보일배 하는 겁니다. 3기 때부터 했는데 그날따라 눈이 엄청 온 겁니다. 체감 온도가 영하 40도였습니다. 휴식을 취할라치면 손목, 팔꿈치, 허리, 무릎, 발목,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이 성치 못하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불자들이 가장 뜻 깊었다는 겁니다.

이처럼 불자들이 경전 공부도 많이 하지만 몸으로 하는 수행을 함께 할 때 온 몸으로 체득되는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그 곳에서 머물러 버립니다. 그렇게 해야 만이 깨달음이 성취되고 행복해 지는 겁니다.

한번은 16기가 졸업을 앞두고 점심공양에 채소가 식단에 올라왔어요. 이파리를 두 개 먹었는데 피를 토하는 겁니다. 16기 행자들이 다 먹었는데 그야말로 월정사가 발칵 뒤집힌 겁니다. 공양주가 산에 올라갔다가 풀을 뜯어 왔는데 그 풀이 ‘박새’라는 독초였습니다. 조선시대 사약으로 사용했던 거랍니다. 50여명이 인근 병원으로 실려가 위를 세척하는 등 난리가 났어요. 특히 16기는 수행하는 동안 서로 갈등이 많았어요. 그런데 죽음의 고비를 넘기니까 그 미워하던 감정도 없어져 버린 겁니다. 졸업 후에도 도반끼리 연락도 자주하고 3명이 출가하는 등 독초가 끈끈한 우애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박새풀’이라 부르지 말고 ‘부처 불’자로 바꿔서 부르자 해서 16기 모임이 ‘박새불’이 된 겁니다. 박새풀이 16기의 공부를 이끌어 준 매개체가 된 겁니다.

<다음호에는 동은 스님이 출가하게 된 사연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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