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탄생, 생명 지닌 모든 이의 자유와 평등 선언
상태바
부처님 탄생, 생명 지닌 모든 이의 자유와 평등 선언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8.08.16 12: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처님, 우리 곁에 온 것도 수 없는 인과 연의 결과
옆구리 탄생, 인도서 부처님이 크샤트리아 계급 상징

 

네팔 룸비니 동산 입구에 있는 꺼지지 않는 등불. 그 뒤로 아기부처님을 형상화한 황금 불상.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이 지난 주말에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파죽지세의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인간의 회한을 1천년의 역사를 두고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인연(因緣)은 불교 용어다. 인(因)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 원인을, 연(緣)이란 이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원인을 의미한다. 이처럼 불교 원리 체계의 중심에는 이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
부처님이 우리 곁에 온 것도 수 없는 인과 연에 의한 결과이다. <불본행집경>에 연등불 수기를 보면, 선혜 동자는 연등부처님께서 거리에 나오시자 주민들과 함께 푸른 연꽃을 바치었다. 때마침 연등부처님이 걸어가시는 길이 진흙탕에 이르자 선혜 동자는 자기의 머리를 풀어 진흙탕을 덮는다. 이는 여느 사찰의 벽화에도 많이 등장하는 그림이다.
연등 부처님은 선혜 동자에게 “장하다. 선혜여! 그대의 보리심은 참으로 갸륵하구나. 이 같은 공덕으로 그대는 세상에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석가모니라 부르리라.”라고 말씀하신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속세의 삶은 팔십년이지만 성불하기까지는 한량없는 세월에 걸쳐 발심 수행을 거쳤다. 모든 생명의 최고 이상인 성불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음을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다. 길고 어려운 수행의 결실임을 깨우쳐 보임으로서 안이한 타성에 주저 않을 중생들에게 탁마하라는 의미에서 <전생경>을 직접 말씀하지 않았을까. 선혜 동자는 발심하면서부터 호명(護明)보살이라 불린다. 호명보살은 왕의 몸으로, 혹은 여인의 몸으로 등 수없는 몸으로 기꺼이 나타나 고행의 길을 걸어간다. 보살의 길을 닦아 가없는 공덕을 쌓은 호명보살은 그 수행의 힘으로 온갖 행복이 가득한 도솔천에 있음에도 고통에 찬 이 세상을 향해 내려오신다. 태양의 자손이라 일컬어지는 사카족의 숫도다나왕과 마야부인의 사이에 말이다. 마야부인은 하늘이 크게 빛나며 여섯 이를 가진 눈부시도록 흰 코끼리를 탄 호명보살이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나는 태몽을 꾼다. 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 동산엔 대광명이 솟아나고 대지는 은은히 진동했다. 

룸비니 동산에서 도남 보덕사 신도들이 웃음을 머금고 있다. 그 뒤로 보리수나무와 부처님이 탄생하자 목욕했다는 연못이 보인다.


부처님이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부처님을 신격화하기 보다는 그 당시 인도의 엄격한 카스트 계급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 성직자인 브라만은 신체 중에 머리, 왕족과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는 팔이나 옆구리, 상인이나 평민인 바이샤는 다리 그리고 최하층인 수드라는 발에서 태어난다고 주창한다. 이는 부처님을 특별한 존재로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급사회였던 인도에서 부처님이 크샤트리아 계급이었음을 말해 주는 상징적 의미다. 
그리고 부처님은 태어나자마다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그 스스로가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으니 내 기필코 이를 편안케 하리라.’ 외치신다. 
당시 사람들은 신과 인간의 이분법적으로 생각했지만 부처님은 오로지 인간 그 차제가 가장 존귀하다고 선언한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이 세상에 나 홀로 존귀하다는 의미보다 뭇 생명이 존재 그 자체로서 존엄성을 지녔다는 자유와 평등의 선언이었다. 
그럼, 도남 보덕사 신도들의 발길을 따라 현재의 룸비니 동산으로 가보자. 순례자들은 쿠시나가르에서 출발, 오후 경에 인도에서 네팔로 향하는 국경선은 대형 트럭들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인도와 네팔 간의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방증했다. 우리를 태운 인도 최고의 베스트 드라이버(?)가 또다시 역주행을 감행한다. 청룡열차를 타듯 순례자들의 가슴을 콩콩 뛰는 모험을 감행한다. 6년 만에 다시 온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는 그새 많이 변해 있었다. 긴 수로를 따라 도착한 그곳엔 성지마다 부처님을 상징하는 보리수나무가 우뚝 서 수천 개의 경전이 새겨진 풍마가 휘날린다. 그리고 부처님 성지마다 세워진 아소카 왕의 석주가 룸비니동산임을 증명한다. 그 석주 주변으로는 붉은 벽돌들만이 널려 있고 그 중앙에는 흰색의 마야부인 사원이 있다. 그 안에는 부처님의 탄생상이 조각돼 있지만 거의 마멸돼 그 형태만 알아 볼 수 있다. 이 보리수나무 인근에 연못은 부처님이 탄생하자 깨끗이 씻은 곳이라 한다. 우리는 부처님오신날에는 청정한 감로수를 아기부처님의 몸을 씻는 욕불(관불)의식은 여기서 유래했다. 예부터 부처님오신날을 경축하는 의미로 행해져왔던 욕불의식은 오늘날 깨끗하고 맑은 생활을 하겠다는 불자들의 다짐의 표현이다. 

흰색으로 칠해진 마야부인 사원이 보인다. 그 안에는 부처님의 탄생상이 조각돼 있지만 거의 마멸돼 그 형태만을 알아 볼 수 있다.


룸비니 동산 순례를 마치고 숙소로 걸어서 가는 길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경전에 룸비니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어둠이 내려, 그 주변의 아름다움을 보이지 않지만 코끝을 진한 향기가 부처님 탄생의 환희로움을 상상케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탐라도 2018-08-16 19:31:40
기사 너무 좋습니다.
기자님 글을 읽다보니 그 곳에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