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相續)과 세습(世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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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相續)과 세습(世襲)
  • 보문 이도현
  • 승인 2018.10.3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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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많은 인류학자들이 인류 최악의 발명으로 농업과 결혼은 꼽는다.
농업의 발명이 인류에게 풍요로움은 주었으나 이로 인해 정착생활과 함께 사유재산 형성의 출발점이 된 것도 사실이다. 사유재산을 소유하게 되면서 인간의 탐욕은 더 확장하게 되었고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더 많은 토지가 필요했기에 이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점점 전쟁으로 확대되었음은 인류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결혼도 이와 깊게 연관된다. 
소유한 재산을 자신의 핏줄에게 물려주기 위해 결혼제도를 만들어 내었고, 우여곡절을 겪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피가 흐르는 곳에 재산이 간다”는 말로 상속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통상적인 의미의 상속은 본래의 뜻이 아니다. 상속은 불교용어로서 6세기경에 번역된 “업능가경”에 처음 등장한다. 상속은 불교의 핵심교리인 무아(無我)와 윤회(輪回)의 모순을 해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나’에 대한 존재의 부정을 뜻하는 무아와 그러한 ‘나’가 지속됨을 뜻하는 윤회 사이의 문제, 즉 ‘내가 존재하지 않는데 누가 윤회를 한다는 것인가’의 문제를 극복하는 논리의 근거가 바로 상속이다. 
상속은 업의 이어짐, 과보를 받는 것 그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순간마다 변하여 실재적인 존재가 없으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상속은 끊어진 것도 이어진 것도 아닌 상태로 계속된다는 것으로, 인과가 끊어짐 없이 계속되는 상태, 연속하여 존재하는 것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녁 촛불이 아침 촛불로 이어지고, 씨앗이 변하여 싹이 되고, 매실을 보면 입에 침이 고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서, 저녁 촛불과 아침 촛불이 이어진 것도 끊어진 것도 아니고, 같은 것도 다른 것도 아니며, 사라졌다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니듯이 실재로서의 개체는 없으나 변화하는 연속된 흐름으로 설명된다. 이와 같은 업의 이어짐을 상속이라 하고, 상속이 지속되는 상황을 윤회라 하며, 윤회의 멈춤이 곧 해탈인 것이다.
통상적인 상속의 의미와 유사하게 쓰이는 말로 세습이 있다. 민주제도가 정착되기 전에 있었던 신분 재산 직위 등의 대물림 행위인 세습이 오늘날에도 이루어지는 곳이 아버지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북한의 정권세습, 아버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벌세습, 아버지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기독교의 교회세습 등을 대표적으로 지적한다. 
법의 허점을 노리고 탈법과 편법을 동원하여 세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덮는 새로운 계급사회를 형성하고 사회를 더욱 더 불평등의 늪으로 빠트리는 악습 중의 악습이 바로 현대판 세습이다. 이처럼 비난 받아 마땅한 세습놀이에 불교의 종단권력이 편승하면서도 당당한 저 권승들의 모습이 몹시 마음을 상하게 한다. 명분과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이해관계 하나로 얽키고 섥킨 무리일 뿐이다. 假作眞時 眞亦假也(가작진시 진여가야)라고 한다.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면 진짜도 가짜로 보인다는 뜻이다. 그 사람의 행위에서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불자들이 많을수록 우리 불교는 사회를 비추는 등불이 되리라 확신한다. 
비판해야 할 것은 비판해야 하고 칭찬받아야 할 사람은 칭찬하는 것이 가장 우수하고 탁월한 사람의 견해라는 것이 부처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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